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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뇌 - 어제, 오늘, 내일 달라지는 내 감정의 모든 이유
루안 브리젠딘 지음, 임옥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너무 원했던 종류의 책이다.
여자의 심리는 남자의 심리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하다. 차별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이다. 심리학이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학문이지만,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를 설명하는 데에는 충분치 못하다.
왜 이러한 감정이 나타나는 것일까. 왜 결국 이렇게 흘러가는 것일까. 왜 그런 생각을 자꾸 하게되는 것일까. 남자들도 과연 그런가.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 반복적인 어떠한 패턴과 삶을 전체적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은 조금 부족하다. 그러한 남녀의 차이, 여성의 특성을 이해하려면 생물학적으로 접근해야한다.
저자는 캘리포니아대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신경정신분석학자로서 여자의 뇌가 가치지향, 의사소통 방식, 대인관계, 사랑 등의 다양한 주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여자의 뇌는 호르몬의 변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매우 다양한 신경학적 상태를 경험한다. 호르몬의 변화는 여자가 욕망을 느끼고 특정한 가치를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며 여자의 일생에 거쳐 각 삶의 주요 주기별로 나타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2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통해 여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생물학적 실마리를 매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준다. (책 날개 참고)
@ 엄마의 감정은 유아기 여아에게 그대로 각인된다
무서운 말이다. 아이 앞에서 그동안 얼마나 짜증을 내왔는지 생각해보면 무섭고 끔찍하기까지하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다.
"감정적 신호를 예민하게 감지해내는 능력 덕분에 여자아이는 엄마의 신경체계를 자신의 것으로 통합해버리곤 한다. 불안하거나 평온한 엄마의 감정 상태는 유아기의 여자아이들에게 전달돼 그대로 각인된다." / 41쪽
"여자아이가 생후 2년간 흡수한 엄마의 신경체계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감각에 평생동안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구나 이러한 후생적 각인은 몇 세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 비해 엄마의 양육태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양육을 등한시하는 엄마를 둔 여자아이들은 현실을 인식하는 자신의 신경체계에 불안정한 엄마의 신경체계를 통합한다. 이는 의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신경학적 차원에서 세포질의 극소형 회로에 의해 저절로 흡수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향 때문에 같은 엄마를 둔 자매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 43쪽
@ 남자의 말에 여자가 상처 받는 이유
여자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직접 지시, 강요하는 언어 대신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또한 의사결저엥 동참할 때 갈등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 역시 최대한 억제한다. 상대방의 제안에 대부분 동의를 표시하고, 자기 의견을 내놓을 때는 물어보는 형식을 취한다.
여아의 유전자와 호르몬은 뇌로 하여금 사회적 관계야말로 삶의 핵심이라고 말하게 한다. 때문에 대부분 여자아이들은 언제나 관계를 중심에 놓고 현실을 인식하게 마련이다. 또한 관계 중심의 현실에 적합한 언어를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경쟁은 남아들의 중요한 기질중 하나다.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의 말을 일상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남아의 뇌는 여아의 뇌와 달리 사회적 관계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는다. 남자의 뇌가 발육 과정에서 범람하게 되는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사회성 결여와 같은 문제를 좀더 쉽게 일으키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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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남자와 여자는 다를까.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쉬운 남자가 정말 더 우월한 것일까. 남자의 뇌가 조금 더 가치가 귀한 것인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이성의 상사나 동료 혹은 동성의 동료와의 갈등, 부부 간의 대화의 장벽 등 수많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남녀의 뇌의 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생물학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남자가 우월한 것도 아니며, 여자가 열등한 것도 아닌, 단지 뇌와 호르몬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여자는 '태아기, 유아기, 10대 소녀, 20대 여자, 임산부, 수유기, 자녀 양육기, 갱년기 , 완경기, 완경기 이후'의 삶의 주기에 따라 분비되는 호르몬의 양이 달라지며, 그러한 호르몬으로 인해 뇌회로 역시 급격하게 변화한다.
여자로서 세상을 살면서 '내가 대체 왜 이러나' 싶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호르몬'에 의한 것 (100퍼센트는 아닐지라도)이라고 생각하니 또한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이 된 것 같다.
이렇게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갈대처럼 흔들리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꼭 나쁜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자에게는 남자에게는 없는 '모성'이라는 것이 있다. 남자들처럼 세상에서 성취하고 높이 올라갈 기회는 적을 지 모르지만, 여자는 몸과 영혼이 아이와 하나로 합쳐지는 경험을 하게된다. 저자는 '모성이 여자의 뇌를 변화시킨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러가지 면에서 회복 불가능할 저오로 여자의 뇌를 변화시킨다.
"엄마 뇌를 갖게 된 여자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와도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한 인간과 관계를 맺게 된다. 무엇보다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때문에 더욱 현명하고 빈틈없는 엄마가 돼간다." / 179쪽
각 생애 주기별로 나타나는 호르몬의 변화와 뇌회로의 변화가 그동안 설명되지 못했던 감정들, 그리고 삶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내가 나빠서도 아니고, 약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나는 각 주기별로 내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해 조금 달라졌을 뿐이었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격동기와도 같은 시간들을 겪을 때마다 호르몬과 뇌의 변화를 인지하고 스스로를 자책해서도 안 되며 나 스스로를 미워해서도 안 될 것이다. 신경정신, 뇌에 관한 책이지만 결국 나를 더 이해하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