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산다는 것 - 다산 정약용이 생각한 인간의 도리, 그리고 법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다산 정약용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조선 정조시대의 실학을 연구한 지식인이라고만 알고있었다. 그런데 그는 학자이면서 동시에 정치가였다.

그는 공직을 잃은 채 지낸 18년 동안 유배기간 동안에도 자신의 능력과 전문성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저술한 사람이다. 오늘로 따지면 국회의원 내지 도지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소 진보적인 그의 성향을 비춰보아 국회의원 시절의 유시민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는 소위 금수저였으나, 암행어사가 되어 향촌을 돌아다니며 조선 민중의 피폐함을 목격하고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 마음아파하며 조선이라는 나라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신기한 것은 그가 관직을 잃고 유배를 떠나게 된 계기가 서학, 즉 천주교를 믿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그의 나이 40세, 1801년의 일이라고 한다. 그 시대에 그 분위기 속에서 천주교를 믿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진보적이고 생각이 열려있는 사람인지를 엿보게 해준다.

조선시대에는 정치인이 곧 법관이기도 했고, 또 당시에는 사법, 입법, 행정의 3권 분립이 제도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은 형법, 법 행정, 살인 사건 판례와 그에 대한 비평이 실린 <흠흠신서>와 정조 시대 형법 판례집인 <심리록>을 편집한 책이다. 편역자는 <흠흠신서>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사건 개요, 결말과 최종 판결, 다산의 견해, 해설로 단순화하여 읽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살인사건들과 그에 대한 다산의 견해, 해석, 정조의 판결 등을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다. 살인 사건의 배경과 그 사건 속의 사연도 함께 소개되며, 관련한 당시의 법들을 살펴볼 수 있어 마치 CSI를 방불케 한다.

조선시대에 과학적 수사까지는 불가능했겠으나, 나름대로의 법적 기준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었고, 정치와 음모로 점철되었을 것만 같은 벼슬아치들도 나름 합리적 판단을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양쪽에서 공정하게 판단하기 위해 애썼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이 그냥 조선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시대상과 사회 풍속, 법제도를 갖추고 있었으나 그 당시 나름 최선의 판결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던 정약용과 정조의 견해와 고찰을 엿볼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