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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
스티븐 로젠바움 지음, 이시은 옮김, 임헌수 감수 / 이코노믹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검색의 시대는 끝나고 큐레이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검색의 관건은 대용량의 빠른 컴퓨터였지만, 큐레이션의 관건은 인간이다.
큐레이션은 막막한 웹을 믿을 만한 필터로 걸러내서 친구나 이웃등으로 범위를 좁혀준다." / 332쪽
미국에서 2011년에 출판된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이제 들어왔다. 해마다 트렌드가 바뀌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이 책의 저자는 10년 가까이나 앞서서 미래를 예측했다. 정보 큐레이션 시대가 도래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훨씬 전에 전망할 수 있었을까.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시대, 얼마 전까지만해도 정보는 정보라는 이유만으로도 귀했다. 하지만 지금은 얼마나 가치있는 정보인가의 싸움인 것 같다.
누구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무엇을 위한 정보인지, 그 정보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무리 AI가 발달을 하고 누구나 순식간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 검색 보편화의 시대가 왔지만 그 정보가 어떠한 가치를 창출해낼 지는 정보를 편집하고 해석하는 능력에 달려있을 것이다. 바로 그 능력이 '큐레이션' 능력이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이제 희소한 것은 인간의 취향이다. 과거에는 소수 미디어와 대기업이 정치적 담론, 대중문화, 새로운 트렌드 등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어젠다를 설정했다. 매스 미디어는 우리가 똑같은 청바지나 치약을 원했기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라 철저히 기술 발전의 산물이었다." / 13쪽
이제 정보를 얻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큐레이션을 지향하는 트렌드의 진정한 의미는 개인이 열정과 틈새 지식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세상에 공개할 수 있는 사상 초유의 미래를 맞게 되었다는 점이다." / 38쪽
"감당 못할 정도로 데이터가 넘쳐나는 오늘날, 큐레이션은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해서 인간이 개입하는 검색을 뜻하는 용어가 되었다. 큐레이션은 건조한 기계가 아닌 사람 냄새 나는 검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고, 또 그 역할을 하는 새로운 '큐레이터'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 59쪽
"큐레이션은 기존의 콘텐츠에 새로운 가치를 덧붙여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존 밀러는 미국 프로농구 NBA의 경기를 녹화해서 이를 하나의 미디어 자산으로 만들었다. NBA 녹화 장면은 일종의 '지나간 뉴스'지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었다. 이후 AOL 구조조정을 맡은 밀러는 적은 비용으로 대량의 자료를 생성할 수 있는 모델로서 과학기술 블로그 '엔가젯'을 인수했다. 그는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콘텐츠로 인해 큐레이션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 129쪽
최근 읽었던 <지적 생활의 설계>라는 책이 생각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기록해오고, 의미 없어 보이는 단순한 정보들도 자기만의 컨텐츠로 창출해내는 삶을 살고 있다. 정보 그 자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의미를 더하는 작업, 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큐레이션인 것이다.
우리 자녀들의 세대에는 수 많은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 많은 직업들이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능력이 이제 필요없어지는 시대가 다가오는걸까?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 큐레이션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왔다고 봐도 될듯 하다.
아무리 로봇과 인공지능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의 감성과 정신, 가치관, 세계관은 담아낼 수 없다. 그래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큐레이션 능력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사람 냄새가 나고 따뜻한 마음이 들게 하는 컨텐츠를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는 없으리라.
정보 자체만으로는 감동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사람과 AI는 사랑에 빠질 수 없을 것이다. AI가 만들어 내고 검색 엔진이 찾아내는 정보만으로는 우리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만큼 지금은 큐레이션 능력이 중요한 시대이고 앞으로 더욱 큐레이션 능력은 중시될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만 큐레이터가 되라는 법은 없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큐레이션 능력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될 지도 모른다.
누구나 정보의 주인이 되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 '우리 스스로 큐레이터로서 모든 것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기억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큐레이션 영역을 구축한다면 ,그렇게 부르짖는 경제적 자유를 얻을 날이 더 속히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