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을까 - 힘든 관계와 작별하고 홀가분해지는 심리 수업
일자 샌드 지음, 이은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사람과 잘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다보면 미성숙한 내 모습으로 인해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지거나, 상대방의 개인적인 사정 등 여러가지 이유로 상대방과 서먹해져본 일은 누구나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한때 가깝게 지냈으나, 어떤 일을 계기로 서먹해진 사이에서 그 거리를 좁히는 법, 화해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갑작스럽게 멀어져버리거나, 서서히 조금씩 멀어진 그 사람과의 서먹한 관계를 어찌하면 좋을까. 굳이 과거 사이가 좋았던 그 시간, 그 상태로 돌이킬 필요가 있는 사람인가? 그 사람과 이렇게 단절된 채로 지내기에는 뭔가 내 과거가 잘 정리되지 않고 오점을 남기는 것 같은 찝찝함이 드는 관계인가?

또 사이가 멀어진 그 사람이 한 때 잘 지냈던 사무적인 관계의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아주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 중 한 사람이라면?

상대가 누구건, 상태가 어떻건, 한때 잘 지냈던 사람과 감정적 장벽이 생겨버려서 단절된 상태라면 마음 한켠이 불편하게 마련이다. 이 책은 그렇게 서먹해진 관계에서 그 사람을 향한 나의 감정을 돌아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나의 경우, 관계에서 가장 흔하게 단기적으로나마 단절을 경험하는 대상은 가족일 것이다. 다행히 지인들과는 갑작스럽게 단절이 되는 것에 대해 대부분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고, 또 내가 바쁘다던가, 상대방이 바빠서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했을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또 가장 가깝기에 상처를 주기도 쉽고 받기도 쉬운 관계다. 또 여러 감정들이 얽혀있어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하기 쉬운 상대이기도 하다.

상대에 대해 나의 감정이 어떠한 것일지조차 헷갈릴 때, 저자는 상대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로 '떠나보내기'를 추천한다.

"그 사람이 떠나갈 때 내 마음이 슬픈지, 고통스러운지, 아쉬운지, 아니면 덤덤하고 별 느낌이 없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것이다. 상대방을 떠나보냄으로써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점이 바뀌면 불편했던 마음이 편안해지고 답답했던 마음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 26쪽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더욱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 상대를 마음속에서 떠나내며 이별 편지를 써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별 편지를 쓰기 전에 생각해볼 질문들은:

- 그 사람을 떠올릴 때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인가요?

- 지금 그 사람과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 지금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이기를 바라나요?

-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기대를 했었나요?

- 그 사람에게 무엇을 받고싶었나요?

- 당신은 그 사람에게 무엇을 주고 싶었나요?

- 그 사람에게 '고마워'라고 말하고 싶은 일이 있었나요?

-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불쾌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편지를 다 쓴 다음 소리내어 읽어본다. 그 감정들 역시 상대에 대한 나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 30쪽

또한 상대방으로부터 받고 싶은 편지를 직접 써보는 방법도 상대에 대한 나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효과가 있다.

저자는 관계를 망치는 가장 빈번한 이유로 '분노'를 든다. 분노는 관계를 망치는 주범이면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열쇠가 감춰져 있는 중요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회피, 방어 등의 이유로 스스로 분노를 잘 느끼지 못할 경우 '수동적 공격'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삐치는 것'이다. 삐치는 것을 고상하게 표현하면 '수동적 공격'인 것이다.

저자는 이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는데, 분노가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가장 흔한 요인이기도 하고, 이 분노를 잘 다루지 못한 상태에서는 관계를 개선하거나 정리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미처 의식하지 못한 분노의 감정이 있는 상태에서 상대에게 다가갈 경우 여러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리고 무의식적 짜증이나 분노는 상대를 은연중에 괴롭힐 수 있고, 내가 마음을 여는 과정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분노는 때로 다른 취약한 감정(사랑받고 싶은 갈망, 무기력, 슬픔과 같은 감정)을 감추기 위한 방패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분노는 때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 분노라는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도 관계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상대방과 서먹해진 관계,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숨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저자는 상대를 도와 치유의 말을 이끌어냄으로써 내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대가 멀어진 숨은 이유를 찾아내고, 서로 너무 가까운 사이였던 경우에는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임을 인정함으로써 상대와나를 분리할 수 있다. 또한 부모로부터 대물림되는 문제의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정적인 패턴을 끊어낸다.

상대가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당신으로부터 멀어지는 네 가지 이유는 :

1. 그 사람이 변했고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

2. 당신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

3. 그 사람은 관계에서 즐거움을 얻는 쪽이 당신이라고 생각한다

4. 그 사람은 당신을 질투하고 있다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려놓아야 한다.


특히 폭력을 이유로 연락을 끊은 적이 있다면 이는 자축할만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신체적 폭력도 있지만 정신적 폭력을 가한 경우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상대방을 어떻게 용서하고 또 필요한 경우 어떻게 이별할 것인지에 이야기한다. 용서라는 것은 꼭 화가 풀렸을 때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용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에게 용서를 빌미로 사과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살면서 서먹해진 관계로 인해 마음에 갈등을 겪는 일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맘씨 좋은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감정을 돌아보고 또 상대의 감정을 살펴보며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 어색한 상황에서 화해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다른 심리학 서적들이 나의 감정을 돌아보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는 데에 비해 이 책은 상대방과 화해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어 실질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