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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감정 날려버리기
마이클 베넷.사라 베넷 지음, 박지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영어 원제 F*ck Feelings 라니... 과격하다. 우리말로 번역될 때 그나마 순화된 것 같다. 부제는 '온갖 짜증나는 문제에서 벗어나 되는 일에만 집중하는 기술'이다.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 출신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40여 년간 수많은 환자의 만성 정신 질환, 나쁜 습관, 골치 아픈 관계 문제 등을 치료해왔고, 이 책의 공동 저자인 딸 사라 베넷과 함께 fxckfeelings.com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인생 문제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심리 처방을 내려주는 일을 해온다고 한다. (책 날개 참고)
뉴욕타임스 44주 연속 베스트셀러, 아마존 자기계발 문야 베스트셀러라고 하니, 미국에서도 꽤 인기를 얻은 책이었나 보다.
이 책의 특징은 완벽하고 이상적인 해결방법 대신에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준다는 데 있다.
"바꿀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헛된 노력을 그만두면 통제 불가능한 인생 문제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저자가 제목에 F*ck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인생의 불공평함과 잔인함을 고려했을 때 빌어먹을(f*ck)과 같은 비속어의 사용이 위안, 통쾌함, 용기를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이런 말은 누구의 탓을 하지 않고도 분노를 표출할 수 있게 해주고 고통 앞에서도 강인함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며 감상에 빠지지 않고 투지를 불태우게 해주기 때문이란다. (10쪽 프롤로그 참조)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여타의 심리학 서적과 다르게 욕설이 난무하다 (ㅎㅎ). "개자식을 변화시키려는 모든 노력은 결국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일상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더 빨리 터득할 수 있다." / 20쪽
내 곁의 개자식 상대하기 :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에게 제대로 당했다면
"분노를 억누르고 자존심을 굽히고 소통을 재개하려는 당신의 모습은 합당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거나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라. 만약 그렇다면 그동안 친구라고 믿었던 그와는 더이상 가까이 지내선 안 된다는 신호다." / 23쪽
개자식과 함께 살아가기 : 시궁창에 휘말리지 말고 공손히 무시하면 된다
개자식들이 날뛰더라도 리더나 권위자가 나를 보호해줄 힘이 없고 사람들이 각자 알아서 잘 지내기만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나에게 상황을 바로잡고 개자식들의 만행을 통제하라며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당신의 목표는 복수나 분노 표출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당신의 목표는 싸움이 이길 만하고 가치 있을 때에만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주장해 얻어내는 것이다."
나는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 말도 안되는 상대방의 만행 앞에서 무력하다고 느껴질 지는 몰라도 내가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사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다.
지x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느 회사에 가나 정말 독특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다니는 회사들에서도 그랬다. 감사하게도 나는 위의 처방에 가까운 행동을 했던 것 같다. 그 사람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회사를 옮기던가, 아니면 말 해봤자 달라질 것이 없는 대상에게 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대범하고 의연하게 행동했다는 점이다. 다행히 나를 질투하고 모함하던 그 친구는 회사를 먼저 그만두었다.
"지금까지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그들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말자. 개자식 같은 그들의 천성을 인정하면 갈등을 피할 수 있고 그들이 개자식처럼 행동할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냥 그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빠른 대처법인 것 같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해 헛된 노력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고 내 할일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나를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 넣는 상황, 사람들을 만났을 때 냉정을 찾고 그 현실 가운데 가장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는 방법과 매뉴얼을 소개해준다. 이상적인 답, 모범답안 만을 제시해주는 고상한 책들과는 달리 짠내나는, 하지만 유쾌하고 현실적인 차선책들을 깨알같이 쏟아내고 있어 매우 유용한 팁들로 가득하다.
누구나 살면서 언젠가 한 번쯤 만나봤을 혹은 만날 지도 모를 그 '개자식'들 앞에서 혹은 뭣 같은 상황 앞에서 무너지지 말고 정신 차릴 수 있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어 유쾌하고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