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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버드 심리상담사입니다
웨샤오둥 지음, 강영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출판된 지 20여년 전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뇌신경과학과 심리학을 연구한 전문가이다. 현재는 홍콩에서 대학교수로 재직중인 중국인 저자가 과거 하버드 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하버드대에서 심리상담 실습을 할 때 경험했던 10가지 사례를 기록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이 특별한 점은 심리 상담 실습 과정에서 저자가 실제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와 주고 받았던 대화, 그 속에서 상담자로서 깨달은 점, 그리고 자신이 배웠던 심리학 지식들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심리 전문가가 쓴 심리 서적들은 대부분 3인칭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시점이 많은데 이 책은 저자가 상담 과정의 대화 속에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 저자가 상담자로서 스스로 깨달은 점을 이야기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상담자로서 어떻게 하면 상담을 통해 내담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지 끊임 없는 고민, 내적인 갈등과 저자도 생각이 발전해가는 과정들까지도 솔직하게 담겨있다. 그래서 제3의 독자로서가 아닌, 상담을 직접 주도하는 상담자의 시선에서 내담자와 그의 심리적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고 새로웠다. 그런 면에서 심리 상담을 전공하는 사람이나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책일 듯 하다.
내담자들에게 해결책을 직접 제시해주지 않고, 대화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들어주고, 내담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깨달음'을 통해 내적인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도 내담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갈등에서 자유로워지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며 이러한 부분에서 저자도 심리상담가로서 직업적 소명을 정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마음의 감기를 겪는다. 요즘 유행처럼 사용하는 분노조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단어로 그 심적 어려움들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오히려 너무 쉽게 그러한 증상을 자신이나 타인에게 적용해버리면서 어떤 틀을 씌워버리기도 하고, 스스로 그 안에 갇혀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20년 전에 쓰여진 책이라 그런지, 아니면 심리상담이 신경정신 분야와 다른 영역이라서 그런지 어떠어떠한 장애, 증상 이러한 진단을 내담자에게 내리고 있지 않다. 그저 각 내담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있어, 그들에게 어떠한 규격화된 의학적 틀을 씌고지 않으려는 저자의 노력이 보인다.
책에서 소개된 사례들을 통해 나에게도 있을 법한 심리적 갈등들, 또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들과 그 원인,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자신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지인이 힘들어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살면서 한번 쯤은 겪어봄직한 힘들었던 마음의 상태들, 또 한 번쯤은 주변에 있음직한 사람들의 상담 사례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 나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