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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민감자입니다 - 지나친 공감 능력 때문에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치료실
주디스 올로프 지음, 최지원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에너지 뱀파이어’ 개념의 창시자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 ‘주디스 올로프’의 최신작이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초민감자이기도 한 저자 자신도 남다른 공감 능력 때문에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도 이런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담들과 의사가 된 후 수많은 상담 사례를 통해 정리한 24가지 인생 전략을 담아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초민감자들을 향한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듯하다.
초민감자란
"초민감자란 감정이입이 지나쳐서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느껴 고통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단순히 공감 능력이 뛰어난 HSP(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예민한 사람)와 달리 초민감자는 아무런 방어막 없이 타인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 뿐 아니라 에너지, 신체적 증상까지도 자신의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남들과 같은 필터가 없기 때문에 세상에서 쉽게 지치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자신의 민감한 성향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한다면, 초민감자는 직관과 통찰력을 갖춘 ‘치유자(HEALER)’로 거듭날 수 있는 축복이다."
- 책 날개에서 발췌 -
주류의학에서는 이 초민감자들에 대해 감각처리장애 sensory processing disorder 진단을 내릴 수도 있다. 저자는 민감성을 나름의 고충이 있는 뛰어난 재능이라고 보지 못하고, 의사가 이해하는 범주 이외의 상태, 조금이라도 '다른' 상태를 너무나도 자주 병으로 낙인 찍는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저자는 초민감자의 특성을 특별한 재능이라 보고, 인간 경험의 정상적인 범주 안에 있다고 말하며, 인간이라는 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예라고 설명한다. / 51쪽 참고
초민감자의 종류
그리고 초민감자도 타인의 증상을 자기 몸으로 느끼는 신체적 초민감자와 타인의 감정이나 기분에 고스란히 감염되는 정서적 초민감자, 고도의 직감, 텔레파시, 꿈, 동식물과의 대화를 통해 비범한 인지현상을 경험하는 직관적 초민감자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둘다 자신의 능력만 잘 훈련하면 둘다 좋은 직관적 치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초민감자의 목표는 부정적 에너지가 스며들지 않게 막아 더욱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것이며, 이 초민감자들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없애주고 싶어 하지만 그런 노력은 건강에 유익하지않다고 말한다. / 54쪽 참고
어떻게 초민감자가 되는가?
여러 요인이 있는데 선천적 기질을 통해, 혹은 부모의 양육 태도에 의해 형성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방치되거나 학대받은 경험은 성인이 된 후 민감성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어린시절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당한 트라우마가 있거나, 알콜중독, 우울,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부모의 밑에서 자란 경우도 있다. 그런 환경으로 인해 자상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튼튼한 보호막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스트레스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법을 학습하지 못한 것이다. 감정에 과부하가 걸리는 임계점이 극히 낮아 성난 사람, 군중, 소음, 밝은 빛 처럼 강한 자극에 쉽게 동요되는 것이다 (24-25쪽 참고)
▶ 장점 - 가슴이 따뜻하고, 곤경에 처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꿈꾸는 사람이며 이상주의자이다. 열정적이고 사려깊으며 창의적이고, 감정에 솔직하고 인정이 많으며,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채서 충실한 친구나 배우자가 될 수 있다. 직관적이고 영적이며,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다.
▶ 어려움 - 과잉 자극을 받는다. 타인에게서 스트레스와 부정적 기운을 흡수한다. 격렬한 감정을 느낀다. 정서적/사회적 숙취를 경험한다,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정서적 탈진을 경험한다. 빛, 냄새, 촉감, 맛, 온도, 소리 등에 과민하다. 친밀한 관계에서 요구 사항을 표현해야 한다.
책에서는 초민감자의 과부하를 방지하는 기술, 그리고 자신이 지닌 능력의 장점을 강화하는 기술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초민감자 주변에서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에너지 뱀파이어 7가지 유형'에 대해 설명하며, 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직장에서 번아웃 되지 않는 법과 민감한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초민감자들은 감각의 과부하에 걸리기가 쉽기 때문에 이 점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육아라는 장벽을 만났을 때 갑작스럽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특정 부분에 있어 민감한 성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인생의 주기 내내 민감성을 띄기보다, 일시적으로 민감성을 띄고 소강될 수도 있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된 팁들이 누구에게나 적용이 가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자처럼 어릴적부터 예민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나 역시 그 말이 그렇게도 싫었다. 예민해서 타인의 자극, 말에 쉽게 동요하기도 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쉽게 지치고 피곤했다. 특히 사춘기를 지나면서 학창시절 정서적으로 민감했던 것 같다. 부모님으로부터 "너는 왜 그렇게 예민하냐"는 말을 수없이 듣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너는 재능이 많고, 장점이 많다"라는 말도 동시에 들었다.
둔한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예민한 나는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그 예민함을 둔화시키기 위해 참 많이 돌아왔던 것 같다. 예민하지 않은 척 하려고 많이도 노력했던 것 같다. 둔하고 순한 언니를 닮기 위해 내가 아닌 삶을 살기도 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성인이 된 지금, 그렇게 원하던 '둔감함'과 '동글동글함'을 장착했다. 세월이 흘러 수많은 일들 속에서 느끼고 깨달아 단련되기도 했고, 독서를 통해서도 단련되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 안에 남아있는 그 '초민감자'의 본능을. 이 책은 그 초민감자의 성향이 단점이 아닌 '재능'이라고 일깨워주고 있다. 평생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힘들어했던 기질이 남들과 다른 특별한 기질이었고 나의 특성임을 받아들여야 했었다. 지금은 많이 받아들인 것 같다. 그래서 편해졌다. 조금 더 일찍 받아들였으면 더 편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유난히 예민하고 여린 첫째 아이를 보며 내 기질을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또 감사하기도 하다. 기질적으로 타고난 성향을 바꿔줄 수는 없지만, 이미 그 길을 먼저 걸어온 초민감자 엄마로서 딸에게 좋은 모범이 되고 싶다. 이 특징이 큰 재능이자 장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을 누리고 즐기며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초민감자라는 기질이 단점이 아닌 장점임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이 특징을 즐기고,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