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 정답이 없는 혼돈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한비자의 내공 수업
조우성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는 기업에 법률 자문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변호사로 이분의 법률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분이 쓴 책이라고 해서 본인의 개인적 업적을 담은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리더십에 대한 책이었다. 그것도 여러 위기 상황에 처했던 회사의 대표들에게 본인이 직접 했던 조언들과 함께. 흥미로운 부분은 고대 중국의 현자 한비자의 가르침이 바탕이 된 리더십 이론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과연 고대 중국 현자의 말을 현대 기업의 환경에 적용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법치를 중시했던 중국의 모략가 한비자. 그는 기원전 약 280-233년 전국 말기 한 출신의 사상가이자 성악설로 유명한 순자의 제자이며 법가 학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인간은 본래 악하다'는 성악설을 바탕으로 '법, 술, 세'를 중시했던 사람이다.

한비자의 대표적 가르침은 바로 인간은 악하다는 점이다. 인간은 이익을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고, "그 사람이 신하라고 해서 반드시 군주를 사랑한다 할 수 없고 사람은 본래 이익을 중시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덕치보다는 법치를 통해 공평하고 엄격한 원칙의 힘을 행사해야 하고(법), 인재를 지혜롭게 써야 하며(술), 권한과 책임에 대한 통찰력(세)를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악하다고 비난하고 상처받을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그러함을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다스리라는 것이 한비자 법술세 가르침의 핵심이다.

"리더는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본성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하고, 따라서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직원들에 대해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과연 어떻게 해야 서로의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집중해야 한다" / 22쪽

"성인은 나라를 다스릴 때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선량한 일을 할 거라 기대하지 않고 그들이 그릇된 일을 할 수 없게 하는 방법을 쓴다. 한비자는 사람들이 선량한 일을 하는 것은 일어나기 어려운 '우연'에 불과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차라리 그릇된 일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즉 리더는 부하 직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회사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를 바라는 대신, 그들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상과 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 / 23쪽

"의견을 물었을 때 애매한 표정으로 미소 짓는 직원이 있다면, 그는 당신의 의견에 찬성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리더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침묵하고 있는 직원이 있다면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라" / 39쪽

우리나라에서는 임원이나 대표가 하는 지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거의 금기시된다. 내용의 문제와는 별개로 리더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이견을 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거나 리더십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위험한 태도다. 리더가 늘 100% 옳을 수 만은 없을진데,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서는 임원, 대표의 말이라면 무조건 '네'가 정답이다. 리더의 말이 말도 안 되서 '네'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적어도 침묵을 지킨다.

한비자의 가르침은 그 침묵을 찬성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침묵한다는 것은 찬성이 아니라 리더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원분이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속으로는 '장난인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라고 생각할지라도, 겉으로는 애매한 웃음을 지을 때가 많다. 리더의 생각이 틀리다는 것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는 침묵을 지키는 부하직원에게 분명한 그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리더 스스로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함이고 또한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일을 피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하직원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리더는 현명한 리더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아집이야말로 조직을 망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리더는 인간의 본성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경영, 비즈니스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 같으나 리더에게는 심리학과 철학,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이 중요한 것 같다.

한비자는 이 모든 모략들을 어떻게 알았을까. 고대 중국 시대에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찰과 탐구가 매우 깊었던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전제하고 있는 한비자의 조언들은 참 날카롭고, 때로는 마음이 찔리기도 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한비자의 가르침들은 몇 천 년이 지난 지금 이시대에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진심이 통한다'는 말이 통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겠는가. 그 말이 회사에서도 통한다면, 이윤 추구가 최고의 목적인 회사라는 곳은 얼마 가지 못할 수도 있다. 회사라는 곳은 선한 마음이 승리하는 곳은 아니다. 지혜와 현명함이 승리하는 곳이 회사인 것 같다.

인간은 악하기 때문에 나도 악하게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언제나 본능대로, 이익대로 행동하기 쉬운 경향을 염두에 두고 지혜롭고 현명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배신, 반전, 거짓과 권모술수가 언제고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리더라면 그러한 조언들을 귀 담아두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떠한 규모, 성격의 조직이건 리더의 자리에 있다면 한비자 리더십을 꼭 한 번 쯤은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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