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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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전문 변호사인 최유나씨가 쓴 책이다. 이혼을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변호하며 그가 보고 듣고 느낀 바들을 웹툰으로 재밌게 엮은 책이다. 어찌나 공감되는 포인트가 많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이 많은지 책을 펼친 후 닫을 수가 없어 단 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TV속의 변호사는 냉정하고 냉철해서 찔러도 눈물한 방울 안나올 것 같은 캐릭터로 많이 묘사된다. 물론 현실에는 그런 변호사들도 많다. 하지만 저자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다. 의뢰인의 선택이 어떠한 것이든, 의뢰인의 삶을 응원하는 그런 사람이다. 의뢰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가 더 나은 삶을 찾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재판에 출석하여 판사 앞에서 변론을 하기도 하고, 저자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의뢰인들을 직접 만나 울고 웃으며 그들을 변호하는 삶을 사는 저자의 삶은 회사에서 사익을 위해 일하는 나와 같은 사람의 삶과는 달라 평소 궁금했던 로펌 변호사의 삶을 엿볼 수 있기도 했고

저자가 변호사가 된 계기로 상담을 좋아하는 성격, 남의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그리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런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이 변호사라며 저자에게 힘을 주셨던 아버지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 지금의 직업을 추천해 주신 분이 친정 아버지시다)

 

저자가 폭력에 노출되는 경험을 한 후 그것이 얼마나 사람을 무력화시키는 지를 깨닫고 의뢰인의 공포에 대해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사건들을 표면적으로 다루기가 쉽다. 그런데 직접 자신이 경험해 본 후 가정 폭력에 갇혀 있는 분들을 더욱 진심으로 돕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자신을 도왔던 사장님 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데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며 그들로부터 배운다고 고백한다.

"결혼 생활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툼보다 행복이 더 큰 결혼생활이라면

서로가 큰 희생과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 115쪽 

 

누군가와 싸울 때 지금 이 문제가 '상대와 나의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발생한 일인지, 아니면 정말 상대나 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이 있어서인지'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전자의 경우, 서로의 마음을 번갈아 짚어주면서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면 감정의 앙금이 눈녹듯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먹고사느라 바빠서 내가 누구랑 먹고살고 싶었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부부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 206쪽

 

 

결혼 생활은 상대방의 노력과 희생이 없이는 유지되기 힘든 것 같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배경에서 30년을 넘게 산 사람들이 한 순간 한 공간에서 가족으로 묶여버린다는 사실, 어느날 갑자기 내가 아닌 내가 되기를 강요 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끔찍'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나의 기존의 누리던 권리들, 내 모습들을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 평생 함께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 원수로 돌변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원수 같이 느껴지던 미움이 눈 녹듯 녹아내릴 수 있는 것도 부부 관계인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너무도 달라지는 것이 부부 생활인 듯하다.

결혼에 대해, 부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겪었던 경험들이 떠올라 화가 나기도 하고, 또 감사하기도 하고... 첵에서 소개된 일화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이 안타깝기도 했다.

"결혼도, 이혼도 결국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고

생활에 잠식되는 우리의 감정을 가끔 꺼내볼 수 있는 작은 사치라도 부릴 수 있는 나날들이길.

저도, 그리고 여러분도." / 101쪽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산다. 결혼도 행복하기 위해 내가 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삶에 지쳐, 소중한 나날들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내 감정을 돌 볼 새도 없이 매일의 일상에 '잠식'되어버리고 만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나'다. 나의 감정과 자아를 묵인하고 '희생'하는 삶은 결국 지치게 만들고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여러 부부의 사연들 속에서 나도 울고 웃으며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혼은 누구도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해 내가 선택했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한다는 점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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