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뭘 기대한 걸까 - 누구도 나에게 배려를 부탁하지 않았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이은혜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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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주고 상처 받는 배려쟁이들을 위한 책이다. 일본 대인관계 전문 심리상담사인 저자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지나쳐 결국 상처를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상처받지 않고 꿋꿋해질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책이다.

일본인의 시각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쓴 글이지만 대한민국의 세심한 배려쟁이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배려가 문화인 일본이랑 다르기는 하다. 해외 특히 북미나 일본에서 오래 살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간 사람이 뒷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준다던가, 운전하면서 급한 사람에게 양보한다던가 하는 매너가 부족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자신과 관계 없는 제3자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내외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도 자신과 관계있는 사람들, 즉 지인, 연인, 동료, 가족 간에는 배려나 희생을 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하고,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내 사람에게는 잘 해주고, 희생하는 것'이 미덕인 문화인 것은 맞다. 이렇게 배려, 희생을 하다가 상처받고 자신의 존재의 근원이 흔들리기까지 하면 그건 문제가 있다.

저자는 그런 배려쟁이들에게 말한다 "입으로 소리 내서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절대 알지 못한다"라고. 무신경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사람이라도 그 노력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배려하는 행동이 상대를 위해 한 일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리라고 말한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방에게 세심하게 배려하는 행동의 이면에는 '인정욕구'가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 칭찬받은 경험이 적은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한 배려 뒤에는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기대'심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는 쉽게 무너지게 되어 있으니, 인정 욕구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고, 결국 '이런 능력 따위는 필요 없어!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 따위 없는 편이 나아!'같은 생각으로 귀결된다.

나는 이런 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기대란 내려놓으라고 있는 것이라 말한다.

상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자.

기대하는 마음은 남의 기준에만 맞추는 습관과 낮은 자기긍정감에서 비롯된다. / 28-29쪽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음에도 정신 차려 보면 어느새 상대에게 휘둘려 힘들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자기 기준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다.

남의 기준에 따라 발휘할 때는 이 모든 것이 단점으로 변한다. / 68쪽

우리 마음 속에는 상대도 기뻐해줬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존재한다. 그래서 상대가 확연히 드러나게 기뻐하지 않으면 실패했다고 느낀다. 화가나고 후회(자기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경우는 '거래'다. '선물을 주었으니 기뻐해줘'라며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아가 실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안하면 미움받을 것 같아서 하는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하는 희생으로까지 이어진다. / 70쪽

저자는 이런 배려쟁이들에게 기대를 내려놓고 '자기 기준'으로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는 나, 너는 너"라고 소리내어 말하기,

"민폐 좀 끼치면 어때"라고 말하기, 그렇게 생각하기.

감정이 메마른 사람, 냉정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흉내내보기.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 300개 찾아보기. '자기기준'에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진다.

'표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 기억하기.

'자신에게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훈련 해보기.

'나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적어 목록을 만들고 메뉴판처럼 사용하기.

'미움 받아도 괜찮다'는 말 매일 의식적으로 30~50회씩 반복하기.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상대가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상처받거나 마음이 지치게 된다. 선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 오히려 나에게 해가된다. 나의 장점이 단점으로 바뀐다.

 

 

그런 마음의 '인정 욕구'가 숨어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뭘 기대한걸까? 바로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칭찬, 똑같은 배려를 되돌려 받고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기대는 내려놓으라고 있는 것이다. "베푸는 행동은 사랑에서 우러나는 행위다. 배려는 친절한 당신의 장점인데 그로 인해 고통 받을 정도라면 잠시 접어두자."는 것을 기억하자.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던 삶을 '자기 기준'에 따른 삶으로 바꿔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불편하고 싫으면 하지 말자. 오바하지 말자.

 

아무리 편한 사람, 가까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는 내가 아니다.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상대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인해 실망하거나 상처받는 일이 줄어든다면 인간관계가 훨씬 편해지고 인생이 즐거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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