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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의 리더의 마음 - 이해받지 못한 자들의 마음을 읽다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지음, 윤동준 옮김 / 생각의서재 / 2019년 7월
평점 :


저자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는 ‘리더십 심리학’이라는 분야의 권위자이다.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 리더십 분야의 교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50인, 리더십을 학문 분야로 세운 8인 중 한 명, 인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8인 중 한 명이며 경영 전문가이자 정신분석가이다.
사실 이 책이 단순한 리더십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리더십 책임과 동시에 ‘심리학’ 책이었다. 이 둘을 결합한 학문이 ‘리더십 심리학’이라고 한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상태, 그들이 그러한 심리를 갖게 된 원인, 그리고 그 해결책을 알려주는 책이다.
보통의 리더십에 관한 책이 경영학적인 시각에서 리더가 해야하는 역할과 기능, 성과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리더의 어두운 단면들, 리더에게 발생될 수 있는 심리적 문제들, 마음의 문제들, 그로 인해 조직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리더의 심리에 집중하여 의식적 내부 과정뿐 아니라 무의식이 어떻게 기업 정책과 조직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그는 이성적으로만 경영에 접근하는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기업의 경영진도 언제나 이성적 존재가 아니기에 리더와 그의 추종자의 비이성적 감정이 어떻게 조직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말해준다.
1장에서는 거울과 사람의 관계,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거울전이의 역할,
2장에서는 나르시시즘(자기애)과 리더의 나르시시즘적 행동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 리더십의 심리적 압력, 리더가 빠질 수 있는 나르시시즘의 덫에 대해 살펴보고
3장에서는 리더가 어떻게 물러나는지 또는 왜 물러나기를 거부하는지에 대한 탐구, 내려놓는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심리적 이슈들
4장에서는 감정 소통을 하지 못하는 현상, 즉 기계적 행동을 하는 ‘감정표현불능증(감정을 인식하고 다루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상태)
5장은 리더십에 대항하는 힘의 필요성, 균형 잡힌 리더십의 필요성
6장은 가면증후군
7장은 리더와의 공모
결론은 리더십과 권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9-12쪽 참고)
프로이트가 발견한 개념인 ‘전이(transference)’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자가 이전부터 갖고 있던 대인관계 패턴으로 치료사에게 반응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를 현재에 변형되어 나타나는, 과거 경험에 대해 환자가 보이는 감정적, 심리적 반응이 새로운 판본 new edition 또는 재판 reprint라고 한다. (23쪽 참고)
아기가 엄마의 얼굴에서 보이는 자신의 반사된 모습 그리고 변화에 대한 아기의 민감성이 유아기 감정발달의 수준을 크게 결정하는데, 엄마의 얼굴은 아기의 완전성에 대한 엄마의 생각을 반영한다. 아기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 거울은 반사되는 모습을 조정하는데, 아기는 무비판적으로 사랑받는 이미지가 아닌 개인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좀 더 이성적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조정은 필수적이다. 여기서 거울전이는 자아와 정체성에 대한 최초의 감각을 만들고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토대를 형성한다. (25쪽 참고)
그런데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적절한 단계적 거울전이 반응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범위의 왜곡된 거울전이가 존재하여 아이가 보는 것과 아이가 보기 원하는 것이 매우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 거울전이는 자아의 경계를 세우고, 유지하고, 회복하려는 시도이다 (28-29쪽 참고)
그런데 성장 과정에서 적절한 거울전이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자녀는 만족하지 못하고 거울전이를, 즉 자신을 자꾸 과장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보다 돋보이는 자신의 반사된 모습을 찾으려고 계속 시도한다고 말한다. 무대 중심에 서려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애쓰며, 자신을 스스로 긍정해줄 수 있는 내부에너지와 홀로 견딜 수 있는 힘이 부족하게 된다고 한다.
성장과정에서 ‘거울전이’가 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람이 다른 이들의 관심을 받고싶어하고 인정에 대한 욕구, 권력에 대한 욕구를 갖고자 할 가능성이 높고, 그런 욕구가 그를 리더의 자리까지 이끌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타인에 대한 인정을 갈망하며 리더의 자리에 서서 권력을 얻지만 그 이후 어떻게 조직을 성숙하게 이끄는가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리더가 추종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판타지를 충족시켜줘야 할 필요를 느낄 때 커다란 왜곡의 위험이 존재한다. ... 거울전이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 받은 솔직한 피드백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 건강한 자기비판과 통찰력이 요구된다. 많은 리더들이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부하들의 거울전이에 유혹되어 길을 잃는다. (39쪽)
성장중인 아이의 정신건강은 무력감과 거창한 자기감의 모순 상태에서 엄마가 얼마나 적절하게 반응하느냐와 연결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그리고 자아의 경계를 측정하기 시작하면서 겪는 좌절과 격려의 정도가 나머지 삶 전체를 관통하며 그들이 형성하는 인간관계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과 무력감 사이에 어떤 불균형이 일어나면 심리적 상처로 남는다. 양육환경이나 훈육에서 느끼는 좌절감이 무능력한 느낌을 키우고 이는 대개 분노, 복수 욕구, 권력에 대한 갈망, 보상으로서의 전능함에 대한 환상으로 이어진다. 자라면서 개인 내부에서 적절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리더의 자리에 올라 권력게임을 배울 때 대단히 파괴적으로 다시 나타난다고 말한다. (45쪽)
부모로부터 받은 심리적 상처, 양육 과정에서 겪은 좌절감, 무력감으로 인해 왜곡된 자아가 파괴적으로 나타난 대표적인 예는 히틀러다. 책에서도 히틀러의 이야기를 하며 히틀러는 그의 무력감을 감추기 위해 길러낸 전능함에 대한 보상적 감정이 자신 스스로가 특권을 가졌다고 여기게 하며, 그 특권을 정당화한 케이스라고 말한다.
히틀러도 젊은 시절 겪은 매독의후유증으로 인해 성적 불능의 의심되었고 그 결과 불공정하고 변덕스러운 권위에 대한 그의 인식이 신체적 결함과 합쳐져 분노와 증오가 내면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한다.
이처럼 많은 리더가 어릴적 상처로 인해 그 무력감을 감추기 위해 전능함을 만들어내고, 이를 정당화하는데, 여기에다가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 역시 거울전이를 통해 리더에게 자신의 욕구, 이상을 투사하여 그 욕구가 서로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현실이 왜곡되더라도 리더와 추종자 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다.
"추종자들은 자신에게서 보고 싶어하는 긍정적 측면을 리더에게서 보고있다는 믿음, 즉 거울전이를 한다.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을 리더라는 거울을 통해 보는 것이다." (60쪽)
또한 나르시시트들 역시 어린시절 자기감 형성 단계에서 상처를 받고 그 이후 과잉 보상을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때 스스로 편안해지고 자존감을 키우는 경향으로 인해 권력을 얻고자하는 욕구가 강한 것이고, 그 욕구가 결국 리더의 자리로 이끈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자신의 인정욕구를 채우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남용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성찰하고, 또 다른 사람의 객관적인 의견을 받아들여 조직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리더십이라는 것이 가진 맹점, 그리고 과도한 리더십, 비이성적인 리더십의 이면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