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드는 엄마의 책 공부 - 독서를 통해 평범한 워킹맘이 좋은 엄마, 연봉 1억,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
전안나 지음 / 가나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마음의 갈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이다. 육아와 일, 가사에 찌들어 자기 자신을 잊고사는 '엄마'라면 '책'은 동앗줄이요, 구호식량과도 같이 절실하고 소중한 가치를 지닐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책이 나에게 그런 의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듣는 순간 "앗, 딱 나에게 필요한 책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바꾸는 독서'에 관한 독서 가이드, 에세이들이 그렇게도 시중에 많이들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들은 왜 그렇게 읽을 때마다 감동과 위로와 격려, 자극이 되는걸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아마도 엄마라는 자리가 쉽지 않은 자리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결혼, 임신, 출산을 거치고 나니, 책 제목에 '엄마'라는 말만 붙어도 마음이 동한다.

현재는 1700권을 읽고 난 저자도 7년 전에는 독박육아, 독각 가사로 우울증이 심하게 왔고, 직장인으로 번아웃도 함께 와서 불면증과 무력감으로 죽을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하루 한 권 책 읽기' 덕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 덕분에 우울증도 극복하고 작가도 되었으며 7년째인 현재까지도 하루 한 권 책 읽기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독서를 통해 삶에서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일어났던 저자게도 역시 많은 장벽에 부딪혔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 밥이 생기냐, 떡이 생기냐는 남편의 핀잔으로 인해 펼친 책장을 덮고는 가족들이 잘 때 몰래 도둑 독서를 했다는 대목에서 어찌나 공감이 되는지... 나 역시 책을 읽으면 괜히 온전한 내 책임인 '육아와 가사'를 방만히 하고 마치 여유를 부리는 것과 같은 죄책감이 들고 남편이 은근히 주는 눈치로 인해 새벽에, 밤에 몰래 도둑 독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행위인 '독서'에 대해 공감해주지 않고, 오히려 아내가 책을 열심히 읽는다는 사실을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뜻이다'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는 순간 중 하나였다)

"일하는 엄마들이여, 왜 몰래 책을 읽는가? ...

16년 동안 일하는 엄마로 산 내가 철저하게 깨달은 것은 '일하는 엄마의 책 읽는 시간은 누구도 만들어주지 않는다'라는 것. 만들어 주기는커녕 방해만 한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책 읽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일하는 엄마가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쥐어짜고 만들어내야 한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도저히 독서를 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다. 어찌보면 나 역시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독서를 하기 위함도 직장을 포기할 수 없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 나는 독서를 할 수가 없다.

첫째와 둘째를 출산하고 직장에 복귀한다고 했을 때 아이들 키우라며 시댁의 반대가 있었다. 그리고 은근히 며느리는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죄책감을 들도록 말 속에 가시를 담아 흘리시고는 했다. (첫째를 두고 처음 복직했을 때 아이를 시댁에 잠깐 맡기고 출근하는데, 시아버지께서 '잘 다녀오라'는 말씀도 안 하시고 아이를 안고 안쪽으로 들어가버리셨던 기억이 난다. 또, 둘째 출산 이후에 퇴근하고 샤워를 하고서 머리를 말리러 잠깐 방에 들어가느라 둘째가 혼자 거실에 있었는데, 그때 시아버지께서 들어오셔서 둘째를 안으시고는 '엄마가 바빠서 안 안아줘?'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다.)

여자는 결혼과 동시에 가사 노동자라는 직업이 생긴다는 말이 왜 이리도 공감이 되는지...

"나는 직장생활 5년 차일 때 결혼을 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결혼과 동시에 모든 집안일이 내 몫이 되었다. 회사에서 퇴근해서 집으로 출근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마치 가사 노동자로 이중 취업을 한 것 같았다. ... 나는 외동딸로 자랐다. 중, 고등학교 모두 여학교를 다녔고, 여자들이 많은 직장을 다녀서 성차별을 경험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자마자 엄청난 성차별과 맞닥뜨렸다. 세상 좋아졌다고? 여성의 권익이 신장했다고? 그건 대학 때까지만 통하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여성은 취업하고 결혼을 하는 순간 엄청난 성차별을 경험한다." (24-25쪽)

"우리 남편 역시 결혼 후 가족 구성원으로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돈을 벌어오지 않냐고? 흥. 돈은 나도 번다. 그런데 왜 나는 돈도 벌고 애도 봐야하고 집안일도 다 해야 하는 거지? 나는 왜 이 사람과 살아야 하는 거지? 나는 이 남자의 엄마 대신 밥과 청소를 해주려고 결혼을 한 것인가? 이 사람과 내가 부부로서 무슨 유대가 있고 무슨 의미가 있어서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일까?

결혼 후에는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왜 집에서도 시가에서도 죄인이 되는가? 왜 책을 펼치면서 남편의 눈치를 봐야 하는가? 삶에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결혼과 출산의 대가가 이런 것이라니." (25-26쪽)

이 부분이 너무 공감되었다. 구구절절 내 얘기다. 대한민국 기혼 여성, 출산하고 일하면서도 오히려 죄책감만 늘어나는 워킹맘들 중 이 부분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될까?

엄마의 독서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다. 나 역시 저자처럼 살기위해 독서를 시작했다. 둘째를 출산하기 몇달 전(2018년 7월 말)부터 책을 붙잡기 시작했다. 사랑해서 선택한 결혼과 임신이었지만, 나는 늘 못하고 부족한 사람이었고, 첫째와 곧 태어날 둘째한테까지 부족한 엄마가 되고싶지 않아 육아와 관련된 책을 발단으로 시작했던 독서가 지금은 어느새 150권이 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시점을 기준으로 156번째 책이다. 나도 계산해보니, 8개월 동안 156권, 1달에 평균 20권 가량 읽은 셈이다)

"하루 한 권 책 읽기 7년 차로 그동안 1천 7백여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생각’이었다. 300여 권을 읽은 시점부터 생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니 자연스럽게 복합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사고의 폭과 깊이가 그 전과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타인의 말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방향의 키를 잡고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우선순위에 무엇을 둬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적 호기심은 자꾸만 커져서 더욱더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하게 만들었다."

저자가 7년에 1700권을 읽었다면, 계산해보니 1년에 평균 243권을 읽은 셈이다. 대략 12달 240권이라 보니, 1달 평균 20권을 읽은 셈이다.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새벽 독서, 도둑 독서로 한달 평균 20권을 읽어보니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저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가 피부로 와닿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이야기해준다. 독서로 삶의 의욕을 되찾고, 독서로 인해 강연도 하게되고, 작가도 되면서 '연봉 1억'을 달성하고, 독서로 4개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엄마 한 사람의 독서로 인해 가족 모두가 독서 시간을 갖고 가족들의 삶에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고단한 삶을 극복하게 만든 그 비결이 다름아닌 '독서'라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독서를 멈추지 않을 동력을 제공해주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걸 읽은다고 당장 뭐가 달라질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책 읽어야 하는데 하는 조급함에 빨리 잠 들지 않는 아이에게 버럭하고나서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었고, 새벽에 몰래 책을 읽다가 엄마를 찾으며 우는 아이들로 인해 결국 잠도 못자고 책도 못읽는 헛탕친 날도 많았다.

이 책은 '책을 그렇게 악착같이 읽는다고해서 당장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계속 읽어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고 있는 지금 바로 나에게 필요한 책이었다. 그리고 엄마라는 무게로 인해 나를 챙기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이름도 잊어가고 있는 엄마가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가 절박한 엄마들로부터 위로와 공감을 억지로 이끌어내기 위해 뜬 구름 잡는 얘기만 늘어놓는 어설픈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일하는 엄마라면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진짜 리얼 현실을 헤쳐나온 엄마의 경험담이라 영향력이 있고 더 큰 자극을 주는 책인 것 같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매일 고민하며 암담한 현실 앞에서 우울해하고 있는 엄마가 있다면 강력 추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