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인생을 단련한다 - 나를 단단하게 성장시키며 일하는 법
니와 우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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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펫과의 한 끼의 식사를 하기 위해 수 억원을 지불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은 마치 니와 우이치로와 식사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책 한권으로 니와 우이치로의 일에 대한 철학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얼마나 멋진가.

이 분은 내공이 장난이 아닌 분이다. 책을 읽는 내내 80세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겸손하면서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그가 궁금하여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면서도 바른 말을 하고, 정정당당하게 살아낸 멋진 사람이다. 지방 출신에 책방 아들이라는 평범한 배경을 갖고 회사에 입사했고, 한 회사에 평생을 바쳐 헌신하고 회장을 역임하고 주중국 일본 대사관 대사까지 지낸 양반이다. (다행히 존경하는 마음이 희석되지 않게도 그는 아베 정권 산하의 인물이 아니다)

'일이 인생이 단련한다'는 책 제목에 걸맞게 그는 자신의 일생을 바친 '이토추 상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사장을 거쳐 회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일에 전념하면서 일을 통해 희노애락을 경험하고 일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이다.

"사람은 일을 통해 단련되고 깊어진다는 것이 나의 오랜 믿음이다. 힘든 일일수록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러므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힘든 부서로 이동하게 됐다면 기꺼이 환영할 일이다." (49쪽)

"내가 생각하기에 일은 인생 자체다. 인생에서 일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해도 좋다. 일을 하면서 기쁨, 슬픔, 분노, 질투, 삐딱한 마음 등 다양한 감정을 맛본다. 모든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일 말고는 없다. 일을 통해 사람은 수많은 경험을 쌓고 인간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성장이다. 일을 함으로써 얻는 기쁨과 행복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사람은 정신적으로 만족할 때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58쪽)

"인간은 일단 반복하고 또 반복하여 같은 일을 해나감으로써 성장한다. 같은 일을 꾸준히 몇 번이고 반복하지 않으면 진짜 자기 것이 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겐 그런 생활이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비슷한 일을 끝없이 해야 한다. 전혀 재미가 없다. ... 나는 꿈이란 일하는 경험을 통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목표는 실제로 자신이 일하는 동안에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선 주어진 일을 다른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했을 때는 솔직히 사과하면 된다. 그렇게 하는 동안 일이 점점 더 깊이를 더해간다." (74쪽)

인간이 일생동안 성숙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고난'과 '역경'을 통해서일 것이다. 부모가 되면서, 힘든 일을 겪으면서 등 여러 상황이 있을 것이다. 저자도 이 책의 전반에서 언급하듯 '일'이라는 것이 인간을 단련시키고 성숙시킨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저자가 일을 통해 단련되고 성숙하였던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회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묵묵히 해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가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에 온전히 헌신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그랬기 때문에 일을 통해 모든 감정을 경험하며, 일을 통해 수많은 경험을 쌓으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간 한 사람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당신을 문제 해결의 길로 이끌어주는 것은 타인에 대한 상상력과 공감이며, 그 원천이 바로 독서와 경험이다. 독서에서 얻은 지식과 사고방식, 그리고 상상력은 크고 소중한 힘이 된다." (51쪽)

그리고 저자는 책방 주인의 아들답게 독서에서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많은 위인들과 성공한 인물들이 그렇듯 저자 역시 어릴적부터 평생을 독서와 함께한 독서가였다. 이러한 면모는 그가 집필한 다른 책, <죽을 때까지 책읽기, 소소의 책>에서도 드러난다. 역시 독서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게 해주는 수단인 것 같다.

회사 내의 비리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직접 그 비리를 지시한 타 부서의 상사에게 찾아가서 따지는 모습, 사람들에게 스파이라는 비난과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할 말은 기어이 하고마는 우직함, 그리고 리더는 약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정의감과 인간적인 모습, 자신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내지만 그 속에서 저자의 정의롭고 따뜻한 성품이 베어난다.

그렇게 바른 말을 하고 정의감이 넘치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실력으로도 인성으로도 최고의 자리를 유지했을까. 그 비결은 바로 그의 실력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고 떳떳할 정도로 그는 노력했고 그 결과 사람들에게 인정 받을 만한 실력을 이루었다. 그리고 정직하고 투명했다.

저자가 책에서 현 정권(아베 정권)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 "현 정권이 탄생한 후 일본의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에게 좋을 대로 국가의 방향과 체제를 바꿔나가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뭐라고 말한들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며 포기하고 의문도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침묵의 나선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현 세태가 나는 줄곧 마음에 걸린다." (204쪽, 분위기를 살피되 눈치를 보지 마라 中)을 보면 그의 정직하고 공의로움이 드러난다.

기업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서도 평상시에 단호한 태도, 깨끗하게(법을 지키고), 올바르게(투명도, 정보 공개, 또는 사회 정의에 반하지 않는 행동, 거짓말 하지 않는 것), 아름답게(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있고 마음과 행동이 인간으로서 아름다운 것, 인사를 반듯하게 하는 것)라는 기치를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경영의 투명도를 높이고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왜 이런 일을 하지 않는지를 사회와 직원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입으로는 "우리 회사의 경영은 투명하다", "직원을 신뢰하고 있다"라 말하면서 실제로는 숨기는 것이 있거나 밀실 정치를 하기 때문에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211쪽, '깨끗하게, 올바르게, 아름답게' 中에서) 부분에서는 그의 언행일치의 모습을 또 엿볼 수 있다.

"신뢰받는 기업이 아니면 세상을 위하고 인류를 위하는 사업을 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며, 세상을 위하고 인류를 위하려는 기개가 없으면 신용은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일시적으로 돈을 벌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위해, 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면 최고경영자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그만둘 용기를 지녀야 한다. 경영자는 항상 자신의 윤리관에 비추어 스스로 삼가고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213쪽)

여기저기 밑줄을 긋지 않은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명언 투성이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실천해 온 삶이기 때문에 그의 말에 영향력이 있고 감화가 있는 것 같다.

그가 사장이었을 때 회사의 적자로 인해 역대 사장들의 종신 급여를 없애기로 결정하고는 역대 사장들의 엄청난 비난과 반대를 마주하였다고, 그들은 앞으로의 인생 설계가 어긋났다며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80세를 앞두고 있는 지금, 나도 그 불안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는 '70세 넘어서 뭐가 인생 설계란 말인가. 모아놓은 돈도 있지 않은가? 젊은 직원들이야말로 앞으로의 인생이 훨씬 길다. 게다가 애초에 회사를 이렇게 만든 건 당신들이 아닌가! 하는 말을 몇번이나 삼켰는지 모른다.' (218쪽, '썩은 사과는 되살릴 수 없다' 中에서)

회장으로 퇴직하고 나서 종신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오로지 적자로 인한 위기에 처해있는 회사를 위해 모든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개혁을 과감하게 단행하는 모습을 보며, 저자 개인의 이익보다 다른 이들의 이익, 특히 회사에 재직중인 직원들과 회사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저자만의 뚜렷한 철학과 올곧은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될 만큼 일과 조직에 대해 헌신적이며 정의롭고 인간적인 성품을 갖춘 리더를 만난다면 너무나도 큰 축복일 것이다. '내 주변에는 이런 상사, 이런 리더가 없어'라고 불평을 갖기보다 내가 이러한 면모를 갖추고 먼저 이러한 철학을 품고 일과 사람들을 대하면 어떨까. 그러한 리더가 내 주변에는 없지만 나는 책을 통해서 만나지 않았는가.

저자가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단순히 건너 나라 위인의 것이라고만 치부할 것이라 나의 오늘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나 역시 내가 속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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