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친구 되기 - 좋은 삶을 위한 내밀한 사귐
클레멘스 제드마크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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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는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며 런던 킹스 칼리지 사회윤리학 교수이다. 잘츠부르크에서 윤리 및 빈곤 연구소를 이끌며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책을 주로 썼다.

이 책의 독일어 원제는 Das Gute Leben (The Good Life)로 우리 말로 하면 '더 나은 삶' 혹은 '좋은 인생' 정도로 보면 될 듯 하다.

저자가 책의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하듯, 우리는 본래 자신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으며 따라서 자기 자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우정을 어떻게 쌓아가고 어떤 삶을 꾸려갈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는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삶에서 소중한 것을 좇는 나 자신과 어떻게 하면 우정을 쌓을 수 있을까?

저자는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에드워드 증후군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잇사 그레이스라는 이야기를 하며 그 아기는 '이 세계의 권력자들에게는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잇사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었으며, 위대한 가치를 일러주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삶에서 소중한 것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높은 지위에 올라 많은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이의 삶은 공평하지 않았다. 에드워드 증후군에 걸린채로 세상에 태어난 것도 모자라 무척이나 아파했다. 잇사는 말하고 읽고 쓰거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이 모든 것을 배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참으로 공평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잇사의 삶은 '공평함'이라는 척도로 결코 측정할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아이의 삶은 '정의'보다는 '신비'에 가까웠다." (18쪽)

"현대 정의 이론에서 '공정함'이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공정한 관계'가 확립된 사회 위에 삶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공정함은 매우 중요하고 큰 가치를 지닌 개념이다. 사람들은 흔히 '공정함이 곧 정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잇사의 삶은 다른 방식, 다른 언어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잇사가 자신의 삶을 우리와는 다른 언어로 표현했고, 그 삶은 공정함의 개념으로 잴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19-20쪽)

해방신학으로 유명한 구스타보 구티에레스의 책 <불의의 고난에서 하나님을 말하다>에서는 성경의 인물 욥은 자신의 고난을 이해하기 위해 공정함이나 정의와 같은 개념으로 잴 수 없는 신비로운 차원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잇사 그레이스의 삶은 우리의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이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는 하루 하루 아이를 어떤 심정으로 대했을까.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아이의 하루는 어떠한 가치를 갖고 있는지, 그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절실해서 목숨과도 바꾸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 오늘 하루 나에게는 어떠한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삶이란 항상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깨지고 쪼개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동시에 그러한 일이 주변 환경과 자신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삶이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삶은 마치 방문 앞에 앉아 있는 비둘기 한 마리 때문에 모든 일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과 같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자신의 소설 <비둘기>에서 이렇게 묘사한다)" (33쪽)

"소중한 삶은 잘 사는 인생과는 다르다. 소중한 삶은 내가 올바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 것으로 삼아 그것에 따라 삶을 계획하고 사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살 만한 인생으로 만들어주고 우리에게 혈기와 삶의 기쁨, 용기를 채워줌으로써 삶의 무게를 좀 더 가볍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56쪽)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그것이 시작될 때 나 자신이 없었으며, 그렇기에 선물로 받은 것이고, 우리가 삶을 소유하고, 살아있다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모든 인간이 유일하다는 점. 다른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이다. 또한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인생도 우리는 함부로 판단하고 재단할 자격이 없다. 우리의 삶은 혈기가 왕성하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타인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거나 받는 것이 우리의 삶이며, 궁극적인 종말이 없는 것, 열려있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이렇게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은 '인생'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함부로 생각하고 나 자신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된다. 하루를 살기에 바빠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볼 여유도 없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하루가 우리에게는 너무도 쉽게 소비되고 만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인생이란 무엇인지, 우리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는 가치들은 무엇인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인생을 살면서 본질적이고 중요하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점들을 짚어준다.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껴질 때,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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