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빼기의 기술
이우경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심리학 서적들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감정'을 다루는 심리학 서적은 많이 만나보았지만 인간의 '인지, '생각' '사고'를 다루는 책은 많이 만나지 못했다. 생각을 내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임상심리전문가인 저자는 마음챙김, 명상을 기반으로 한 인지치료를 통해 인간의 내적 갈등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임상심리 전문가가 바라본 인간의 생각, 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삶에 끼치는 영향들이 궁금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인지가 발달하고, 점차 상위수준으로 발달하면서 사고력이 발달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단점이 있는데 생각이 이전보다 많아지고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문제가 꼬이는 것은 개인의 성격, 예민하다거나 둔감하다거나 하는 성향도 작용하지만 이외에도 여러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데, 그 중에서 생각하는 능력, 즉 정신적 조작 능력이 삶의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생각하는 능력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면서 때론힘에 부치는 느낌을 유발한다. 정도가 심하면 뇌에 과부하가 생기게 되므로 생각하는 능력은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18쪽 참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인간은 가만히 놔두면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과잉 생각이 평균적 사람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고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반복해서 살펴보기 때문이다.

감정만이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고 어떠한 행동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100m 달리기와도 같은 감정이 장거리 달리기와 같은 생각에 영향을 미칠 때는 폭발할 듯한 '분노'의 감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밤에 자려고 누워서도 갑자기 분노가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은 단거리 달리기와도 같이 폭발적인 힘으로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억제하기 힘든 감정이 불쑥 나타났다가 소강되는 것이 아니라 장거리 달리기와도 같은 '생각'에 영향을 미칠 떄 결국 그 생각이 우리의 마음과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현상을 심리학자 수잔 놀랜 혹스마는 "이스트효과"라고 정의했다고 한다. 이스트를 넣으면 반죽이 몇 배로 커지듯이, 처음에는 사소한 생각인데 부정적 생각이 크게 자라나서 머릿속을 온통 뒤흔든다는 것이다." (19쪽 중)

그 수 많은 생각들 중에서 부정적 사고에 빠지면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상황이나 사람을 보기 때문에 (역기능적 사고) 늘 어떤 상황이나 사람들을 의심하고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이는 자신의 생각의 함정에 스스로 빠지는 셈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불안, 우울, 공황장애, 강박, 편집증 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들이 제 멋대로 널뛰듯 내버려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대안적인 사고는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에서 벗어나게 한다. 개미를 없애는 개미 퇴치제처럼 마음을 갉아먹는 부정적 자동사고를 없애고, 그 생각에 대응하게 하는 사고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개인화하는 개미를 마음속에 둬서 자신과 관련없는 것도 자기와 연관시켜 과잉해석하고 오해석하는 사람은 ‘동료가 인사를 하지 않으면 나를 싫어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때 ‘아마도 오늘 실적이 안 좋아서, 기분이 나빠서 나를 모른 척했나 봐’라는 대안적 사고는 개미와 같은 부정적 자동사고를 없앨 수 있다. 부정적 자동사고를 알아차리면 곧바로 긍정적이고 적응적인 생각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42쪽 중)

나도 모르게 생각이 부정적으로 흘러갈 때 '대안적 사고'로 부정적인 자동사고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떤 말에, 외부 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나와 관련도 없는 일을 나와 굳이 연관 시켜 과잉해석하지 말고, 생각이 부정적으로 흘러가려고 할 때 이를 알아차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변지영'의 <내 감정을 읽는 시간>에서 배웠다.

이 책에서는 조금 더 나아가 이 부정적 자동사고를 인지하고, 곧바로 긍정적이고 적응적 생각으로 대체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부정적 생각이 들때 이를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긍정적 생각'으로 돌리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일의 영역, 관계의 영역에서 바나나를 너무 움켜져서 일이든 관계든 망치는 기분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는 힘을 주던 손을 살짝 푸는 것이 상책이다. 힘을 살짝 풀면 숨통이 트인다.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시야가 뚫린다. 상대방이 계속 사인을 주는데도 힘을 계속 주고 고삐를 조인다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지를 스스로 자주 점검하는 것이 좋다. 힘을 많이 주고 있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말해준다. 하루를 마감할 때 “오늘 너무 힘을 준 부분은 없었나?” 하고 살짝 물어보면 답이 보인다.

힘을 뺀다는 것은 너무 애쓰지 않고 그저 사물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둔다는 의미다. 그리고 생각도 힘 빼기 하듯이 빼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일, 가정, 관계, 자녀 양육 등에서 힘을 과도하게 주고 움켜쥐고 있는 것은 생각이 너무 빡빡하고 단단해서일 수 있다. 결국 힘 빼기란 생각 빼기다. 집착하고 있는 생각은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생각인 셈이다. ‘잘해야만 해’ ‘성공해야만 해’라는 생각은 힘 빼기가 필요한 생각들이다. 잡고 있는 고삐를 조금만 느슨하게 해도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148-149쪽 중)

내가 지나치게 잘하려고 집착하는 일들, 관계에서는 오히려 좋은 성과나 결과를 내지 못한다. 오히려 너무 잘하려고 하는 일들과 관련해서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일을 그르칠 때가 많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과민함이 스트레스를 주고, 사람을 짓누르는 것 같다. 저자는 이를 힘이 많이 들어간 상태라고 표현한다.

내가 힘이 많이 들어간 일은 내가 안다. 예민해지는 것이다. 뜻대로 안 될때 쉽게 짜증이 날때 주로 나는 힘이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내가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힘'을 빼라고 말한다. 그리고 힘을 뺀다는 것은 '생각을 빼는 것'이다.

나의 경우 '육아'를 잘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가득하다. 아이가 울거나 힘들어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죄책감이 들고 두려움이 든다. 아이를 울리는 원인이 사람이건 사물이건 분노가 생기고 그것이 내 자신일 경우, 나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한다. 바로 '육아'에 집착하고,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기 때문인 것 같다.

한때 나는 '공부', '성적' 그리고 '커리어'에 집착했다. 그 부분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오히려 더 그 부분이 힘들었다. 과거에 80%였다면, 다행히도 지금은 내 머릿속에 그 부분들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부분이 쉽다.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의도적으로 뺏다기 보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일, 공부, 커리어'에 집중할 생각이 절로 줄어든 것이다. 지금의 화두는 '육아'이다.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되고,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까에 집착하다보니, 그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다. 힘을 빼야겠다. 저자의 말처럼 생각을 빼야겠다.

내가 집착하고 있는 생각들을 알아차린 순간 고삐를 조금만 느슨하게 하고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는 훈련을 통해 나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겠다. 어차피 인생은 내가 결정하고 계획한 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삶에서 여유를 가져야겠다.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독서에 집착하고, 서평을 쓰고 그러다가 아이가 방해하면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이 무슨 주객전도인가. 아이에게 이상적인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욕심,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를 이상적으로 교육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과잉 생각들을 내려놓고 자유롭고 여유로운 부모, 쿨한 생각을 가진 나 자신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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