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는 뇌 - 뇌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밝혀낸 인간 창의성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앤서니 브란트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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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데이비드 이글먼과 작곡가인 앤서니 브란트가 함께 쓴 책이다. 둘은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친구로 지내며 각자의 관점에서 창의력을 연구하면서 계속 창의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온 결과 이 책을 함께 집필했다고 한다.

예술과 기술은 창의력을 요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 둘이 서로 완전히 다르지만 공통분모가 존재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혁신은 '옳은' 것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은 무엇인가'의 문제다. 인간은 늘 미래 지향적인데 거기에는 절대 정착점이 없다. 그런데 인간은 주변의 모든 것에 매우 빠르게 적응한다.

이는 '반복 억제'라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의 뇌가 무언가에 익숙해질수록 그걸 볼 떄마다 뇌가 보이는 반응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무언가에 익숙해질수록 그것에 쓰는 신경 에너지는 계속 줄어든다. 따라서 예측을 잘 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우리가 더 자신있게 예측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행동하도록 해주는 것이 '반복'이다. (29쪽 참고)

익숙함은 무관심을 낳는다. 반복억제가 일어나 관심이 줄어드는 탓이다. 결혼생활에 끊임없이 새롭고 신선한 자극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웃긴 농담도 자꾸 들으면 웃기지 않는 것,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같은 경기를 반복해서 보면 재미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 반복은 일종의 안도감을 주지만 뇌는 자신의 세상 모델 속에 끊임없이 새로운 사실을 집어넣으려 한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뇌는 스스로 업데이트하길 좋아한다. (30쪽)

뜻밖의 놀라움이 더 큰 기쁨을 준다. 유머는 예측이나 기대를 저버리는 데서 생겨난다. ... 반복 회피는 인류 문화의 근원이다. 혁신은 필수고 인간은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균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는 한편으론 세상을 예측해 에너지를 절약하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뜻밖의 놀라움이라는 짜릿함을 추구한다. 우리는 세상이 예측 가능하길 원하면서도 지나치게 예측이 가능한 것을 원치 않는다. (32쪽 참고)

인간은 늘 틀에 박힌 일상을 거부하려 안달하며 인간에게 창의력이랑 생물학적 지상 명령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예술과 기술 분야에서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해주는 게 아니라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는 것이다. 그 결과 기발한 상상력이야말로 인류 역사의 특징 중 하나다. ..

인간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혁신은 필수다. 모든 인간의 뇌 속에는 혁신의 원동력이 있고 되풀이되는 일상에 맞서는 행동을 토대로 이번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번 10년에서 다음 10년으로,.. 거대한 변화를 일으킨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인간의 생물학적 속성 중 일부다." (45쪽)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한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이 특성 때문에 '혁신'과 '변화'는 필수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 편하고 쉬우나, 이는 인간의 본성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발명은 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역사학자 존 거트너는 '기술분야의 발전에는 정확한 출발점이 거의 없다. 처음 발명을 앞두고 이런저런 사람과 아이디어가 한데 모이면서 힘을 축적한다. 그렇게 몇 개월이나 몇 년을 거치며 그 힘이 점점 강해지고 분명해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추가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도 '창의력은 그저 이것저것을 연결하는 일이다. 창의적인 사람에게 그것을 어떻게 해냈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자신이 실제로 그것을 한 것이 아니라서 약간의 죄의식 같은 걸 느낀다. 그들은 단지 무언가를 봤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분명해 보이면 여기에 자신의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것으로 합성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51쪽 참고)

인간의 창의력은 진공 상태에서 천지 창조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된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주변 원재료를 토대로 세상을 리모델링한다'라고 하듯, 갑자기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발명은 없는 셈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듯, 늘 있던 것, 그 속에 창조가 있는 것이고, 이를 조금이라도 달리보고, 달리 만들어내는 것이 인간의 창의력이라 볼 수 있겠다. 창의력이라는 것이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도 언급하듯, 많은 사람이 창의력이라는 것이 거센 폭풍우 속에서 번개가 내려치듯 갑자기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기존의 기억과 인상을 기반으로 발전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는 번개가 내리쳐 불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뇌 속의 거대한 어둠에서 번쩍이는 수십억 개의 미세한 불길에서 생겨난다는 점은 (61쪽 참고) 우리의 일상에서도 얼마나 관찰력을 가지고 사물과 일들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내가 어떠한 대단한 발명이나 발견을 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낙심할 일이 아니다. 발견, 창조라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 얼마든지 닿아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거리감이 좁혀지고,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과 경험들에 조그만 생각만 더해지면 '혁신'이 되고, 이 혁신은 또 다른 발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주변을 바라본다면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것만 같은 우리의 일상에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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