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들러스 타운의 동양 상점
우성준 지음, 송섬별 옮김 / 아토포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1980년대 미국 이민자들의 삶을 유머와 현실적 묘사로 그려낸 가족 시트콤과도 같은 소설이다. (마치 캐나다의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이 연상되었다)

주인공인 12세 소년 대준(영어로 데이빗 김)의 입장에서 자신이 바라본 가족들,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 사이에서 일어난 해프닝들을 덤덤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리면서 전개된다.

대준의 아버지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꿈을 안고 자녀 둘과 아내를 한국에 두고 5년 먼저 건너와 악착같이 구두 굽을 붙이는 일을 하며 돈을 모아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기념품가게를 마련하고 가족들을 불러낸다. 대준과 대준의 누나 인숙도 부모님을 도와 가게에서 일을 한다. 이것이 그 당시 이민자들의 대표적인 풍경이 아니었을까.

그 당시에는 아무리 한국에서 어엿한 직장을 다녔을지라도 낯선 미국 땅에 오면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할 수 있는 것은 영어가 많이 필요하지 않는 세탁소, 편의점 외에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아메리칸 꿈을 이루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던 부모님의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이 소설에는 미국 이민자로서 겪었을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스러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난감하고 어색한 상황들, 친구도 많지 않은 낯선 곳에서 적응하며 느꼈을 외로움과 혼란스러움 등 사춘기 소년의 복잡한 심경이 잘 드러나있다.

작가 우성준은 실제로도 1.5세로 어릴 적 미국에 이민을 가면서 소설 속의 소년처럼 많은 복잡한 심정들을 느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마치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년의 관점에서 (중간에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도 인물들이 묘사되는 챕터들도 있지만) 바라본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또 소년 자신의 심정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환경, 상황들을 겪으면서도 소년 대준은 덤덤하고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아마도 작가 자신의 페르소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이민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며 느꼈을 설움들이 이 소년의 삶을 통해 작품으로 세상에 표현되며 나와 우리 가족들이 힘들었노라고, 이랬었노라고,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허울 아래 이런 짠내나는 삶이 숨어있었다고...

이 소설의 코드는 짠내와 찌질함 그리고 유머인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속에 사연이 숨어있다. 대준의 아버지 해리가 혼자 먼저 이민와서 일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독차지였지만 대준을 비롯한 남은 가족들이 이민오면서 그들에게 해리를 빼앗긴것 같아 혼자 삐져있는 대준 아버지의 베프 홍씨 아저씨, 그리고 자신도 영어를 잘 못하서 자신보다 더 못하는 대준의 엄마 인영에게 허세를 부리는 홍씨 아저씨의 아내, 그녀는 한국에서 인영이 왔다는 말에 친해지고 싶지만 자존심 때문에 먼저 다가가지 못하지만 먼저 인영이 마음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에게 살갑게 굴기도 한다. 이 캐릭터들의 묘사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런 그들의 유치한 행동에서도 그들이 미국 땅에서 얼마나 외로웠을지를 상상할 수 있다.

가족에게 헌신적인 아버지, 자식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그 당시의 어머니상을 지닌 어머니, 말도 안통하는 낯선 나라에 뚝 떨어져 겪는 이민자로서의 설움들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절대 평범해질 수 없는 가족의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이민자들의 삶 그 자체였을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틱하고 숨가쁜 전개가 있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인물들을 통해 그 당시의 짠내나는 이민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작품 속에 여러 사연과 함께 소개되는 미워할 수 없는 각각의 캐릭터들을 보며 그 당시의 이민자들에 대해 안쓰러움과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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