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임상심리학자 변지영 님의 저서로 [슬픔, 그리움, 죄책감, 수치심, 배신감, 원망, 분노, 두려움]에 대해 여러 사례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각각의 감정을 해석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 데에는 이러한 '감정'이라는 것이 저변에 깔려있는데,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인물들과 상황들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내가 경험했던 상황들이 나올 때면, 그때 나의 감정이 슬픔이었구나, 내가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은 '수치심'때문이었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다른 심리학 서적들은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있다면 이렇게 해보세요'라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 감정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지침이나 생각의 지침들을 알려준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점은 여러가지 감정들에 대해 특별한 솔루션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그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는 영화나 책들 속에서 인물의 감정들을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감정을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 독특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서도 그럼 슬픔을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죄책감이나 수치심, 분노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의문점에 대해 정답을 얻을 수는 없다.

 

다만, 저자도 책의 말미에서 밝히듯이,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염두에 둔 점은 '감정의 실체를 인지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점이다. 감정에 대한 구체적 알아차림이 감정 경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정서구성론을 전제로 여러 사례 속에서 내가 겪었을지 모를 그 감정을 그것이라 인지하는 것. 저자는 이 알아차림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감정이 조절되고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아마도 저자가 영향을 받은 '모리타 쇼마'의 이론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인 것 같다. 즉, 우리 마음을 물처럼 흐르는 것으로 보고 즐거웠다가 시무룩해지고, 짜증을 내다가 슬퍼지기도 하는 인간의 감정은 날씨처럼 변화무쌍하게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이므로 집착하거나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는 것, 불편한 감정을 좋은 감정으로 바꾸려고 애써 노력하지 말고, 내 안에서 불편한 마음이 올라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지금 필요한 행동을 하는 데 중점을 두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생존을 위해, 살아가기 위해 그런 감정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때그때 알아차린다면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 목적에 필요한 행동을 하는 것이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부정적 감정에 대한 대응 방법(?)이라 볼 수 있겠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인지한다는 것은 새로운 관점이다. 내 안의 두려움, 분노, 원망, 수치심 등은 하나의 징그러운 애벌레에 불과하다. 그 애벌레가 나를 해치거나 죽이지는 못한다. 그저 그 애벌레를 치우면 그만이다. 이런 관점으로 감정들을 바라보니 감정 그 자체가 나를 괴롭히는 괴물이 아니라 내가 통제하고 억제하며 잠시 넣어둘 수 있는 하나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 생각된다.

 

저자처럼 감정이라는 것이 새로운 상황이나 맥락 속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건들을 지나며 재구성될 수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과거에 느꼈던 분노나 수치심 등의 여러 부정적 감정들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내 주관적인 관점에 따라 얼마든 변하는 것이며, 오히려 나를 성숙시키고 나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 재료들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 그 당시의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해석하는 것이 참 중요하겠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될 한계상황 속에서 내가 겪을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나의 불안, 두려움, 원망 등으로 인해 지금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어차피 인간은 완전히 행복해 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상태에서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소중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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