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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있으면 나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 피해자인 척하는 사람에게서 조용히 멀어지는 법
가타다 다마미 지음, 홍성민 옮김 / 갈매나무 / 2019년 6월
평점 :

이 책은
이 책은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피해의식'을 주제로 집필한 책이다. 정신과 전문의가 여러 심리 중에서도 특히
'피해의식'만을 다룬 책이라 신선했고, 자신이 상담했던 사례와 함께 일본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피해의식으로 인한 사회현상들, 가령, SNS나
인터넷 기사에 대한 악성 댓글, 비방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도 담겨있었다. 피해의식이 나타날 수 있는 다각적인 -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
- 측면을 다룬 점이 흥미로웠다.
피해자인 척하는 사람은
"사실 피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피해를 당했다고 진심으로 믿거나, 자신이 당한 1만큼의 피해를 10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타인을 공격하는 재료로 삼는다" (18쪽) "타깃이 죄책감을 품게 만드는 데
뛰어나다. 상대가 딱히 잘못이 없어도 문제의 원인은 상대에게 있다는 것처럼 교묘한 말솜씨로 책임을 덮어
씌운다."
책의 제목대로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나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별 것이 아닌 것으로 예민하게 굴고, 나를
비방하고, 나를 아주 못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생각을 아무리 해보아도 도무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어보니 이해가 된다. 상대가 딱히 잘못이 없어도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책임을 덮어 씌우기 때문이다. 그들의 특징은 자신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상대방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상대방을 탓하고, 원망하고 불평한다는 점이다.
피해자인 척하는 이유
그들의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이 있고,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치환'(분노나 불안은 그 원이된
사람/물건에 터뜨려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거나 직접 반격하기 두려운 상대라면, 대신 다른 타깃이나 희생양을 찾아 감정을 터뜨려서
불안정한 자신의 마음을 지키려는 방어기제)으로 인해 남을 경격하기도 한다.
그리고 '목적'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피해자인 척하는 사람(메리트형), 비극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동정을 받고 주목을 받아 자존심을 채우는 스포트라이트형,
그리고 실제 피해를 당한 경우 뿐 아니라 피해를 당하지도 않았음에도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는 분노를 가해자나 전혀 무관한 제3자에게 터뜨리는
리벤지형이 있다. 리벤지형이 무서운 이유는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상대를 공격하거나 자폭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피해의식의 뿌리에는 '자기애'라는 것이 있다. 자기애가 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되는데, 자신이 사실 부족하거나 잘못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아예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다. 사실을 왜곡해서라도 자신의 감정을 지키는
것이고, 사실을
왜곡하는 방법 하나가 바로 피해자인 척하는 것이다. (126쪽) 그래서 그들은 늘 주위 사람이나 사회를
탓한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사람에게 잘못을 덮어씌우고 자신은 그 피해자라는 구도를 만드는데 탁월하다 (127쪽)

피해자인 척하는 사람 대처법
내가 타깃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반론'이라고 한다. 상대가 '당신 실수로 나까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을
때, 실제 상대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으면 솔직히 사과한다. 그러나 사실 무근이나 과장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반론해야
한다고 한다. 니는 '나는 다루기 쉬운 상대가 아니다' 혹은 '내게 시비를 걸면 호된 꼴을 당하는 것은
당신이다'와 같은 메시지를 암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약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려도 받아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으면 공격을 더욱 강화하는 특징을 알아야 한다.
괜히 착한척, 순한척 하면서 그들이 공격할 때마다 그들의 책임을 전가시킬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분명히, 따끔하게 이야기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피해의식은 특별한 사람만 갖는 특수한 감정이 아닌, 누구나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 느끼는 극히 일반적인
감정이라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해의식이 폭팔해 누군가를 공격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피해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갑작스런
분노나 원망의 감정), 냉정함을 찾아 객관적으로 상황을 재확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숫자를 세거나, 운동, 장난감 조립 등으로
refresh를 한다든지, 제3자의 객관적 의견을 구하든지 하면서 냉정함을 찾는 것이다.
나의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 공연히 비방하고 잘못을 끄집어 내서 애꿎은 사람을 힘들게하는 주변의 사람들 몇몇이 떠올랐고, 그들의 그런 언행의
이면에 어떤 심리가 있었는지 (비록 가슴으로 공감할 수는 없지만)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뜬금없이 부당하게 공격을 당하거나 비방을
받았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방법을 알게되어 도움이 되었다.
반면 나 역시 그렇게 피해의식으로 가득해 남을, 특히 나보다 약한 입장에 처한 사람을 공격한 적도 있었던 것 같아 아찔하기도
하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나를 비방하고 공격하는 모습)이 나에게도 존재하고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일상에서 내 분노의
원인을 되돌아보고,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안의 피해의식으로 인해 애꿎은 사람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어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했던,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분노, 시기, 질투, 불안 등)이 생길 때마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사람에게 쏟아내는 것이 아닌 그 이외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전환해야겠다. 이 책을 통해 타인을 아는 것 뿐 아니라 내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