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바라봐 - 주목받지 않으면 못 견디는 현대병, 경계성 인간 분석서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일본에서 2009년도에 처음 출판된 책이고 원제는 '경계성 인격장애'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라고 하면 왠지 정신과적인 병일 것 같고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나만 바라봐'라는 제목은 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실제 책의 내용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나, 너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해당 될 수 있는 모습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원래 철학을 공부하였던 사람이지만 자신이 만났던 한 사람으로 인해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공부로 인해 교토대 의대에 다시 입학하여 정신과 의사이자 의학박사가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자신이 경험했던 그 사람이 대단했길래 자신의 진로를 바꿀 정도가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가 젊은 시절 만났던 그 한 사람 역시 이 책의 주제인 '경계성 인간'에 해당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그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정말 돕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한 것 같다.


'경계성'은 신경증과 정신병의 경계선(borderline)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했고(1938년 미국 정신 분석가 아돌프 스턴), 근본적으로 자기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저자는 경계성인간을 환자라고 인식하기 보다 '현대인의 병'이라고 봐야한다고 한다.


또한 태생적으로 지닌 성격장애가 아니며, 그러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하기보다는 어느 계기를 통해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계성 상태를 지닌 사람들 중에서도 다양한 성격과 기질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공통된 상태를 보이게 되는 것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30쪽 참고) 그래서 '경계성 상태를 지닌다고 해서 그 사람이 딱 이런 종류의 사람이다'라고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 있어 연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계기가 되면 경계성 상태를 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경계성 인간은 즐겁게 있다가도 사소한 일로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거나 심각하게 침울해하거나, 격렬히 분노하거나, 약간의 말실수가 있어도 얼굴 빛이 싹 달라지기도 하고, 심하게는 자해, 자살기도 까지 하는 하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가벼운 말에도 깊게 상처받고 과잉반응하여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살얼음판처럼 변하게 되기도 한다. (40쪽 참고)


모든 사람이 이상적인 부모 밑에서 자존감을 존중 받으며 온전한 환경가운데 자라지는 못한다. 그래서 본인이 뜻하건 뜻하지 않건 성장 과정에서 겪는 상처 또는 상실감 등으로 인하여 인정 받지 못한 체험이 원인이 되고, 어떠한 계기를 통해 그러한 외상체험(마음이 상처 받은 체험)이 발증이 되는 것이다. 그 계기가 현재의 어떤 사건과 맡물리면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되고,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모조리 붕괴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책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경계성 상태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게 외부로 부터 받았던 외상으로 인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저자는 특히 현대인들에게 경계성 인간의 면모가 많이 보이는 이유로 밀실화된 가족으로 부모의 결점이나 정서적 불안의 대물림, 여성의 사회진출 및 급증한 이혼으로 인한 어린 시절의 분리불안 경험, 사회의 규범이 느슨해지면서 아버지의 역할 부재, 과잉보호 환경이나 아이에게 무관심한 부모의 이기주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가 원인으로 손꼽은 원인들만 보아도 경계성 인간의 대부분이 어린시절의 아픈 경험과 관련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이 건강하지 못한 부모로 인해 존재 자체가 부인되거나 그 경험이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만큼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며 나 역시 자녀를 키우면서 조심하고 또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경계성 인간이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 가진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생각 보다 우리 주변에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참 이상한 사람이야'라고 비난하고 판단하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치료해 줄 수는 없을지언정, 그의 문제 행동 너머에 아픔과 상처가 있었음을 이해하고 조금 더 포용할 필요성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어쩌면 내 안에 있었을지도 모를, 그리고 우리 주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하는, 낯설지만 익숙한 경계성 인간에 대해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된것 같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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