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 - 문명과 문명의 대화, 개정판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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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 5~6년전부터 지금까지 수능이 끝나면 꼭 사회탐구영역 세계사 문제를 풀어보곤 한다. 그리고 나 또한 수능에서 전국적으로 응시자가 10%를 밑돈다는 세계사를 선택해서 시험을 치뤘다. 사실 수험생들이 그 방대한 양의 범위를 다 공부해서 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매년 문제를 풀다보면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언제나 서양사고 그 다음이 중국사 그리고 가끔씩 일본사와 서아시아에 관한 문제가 나온다. 올해처럼 동남 아시아에 대한 문제가 나온 것은 정말 희귀한 경우이다. 실상 서양사에 집중해서 공부해도 '세계사' 문제 절반 이상은 맞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세계사 교육이 그다지 활성화되지도 않은 마당에 현재처럼 서양사 중심으로 그리고 이것 저것 사건만 나열한 교과서는 진정한 세계사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할 뿐더러 흥미조차도 가질 수 없게 한다. 또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그저 옛날에 있었던 사실을 외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역사관을 갖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학생들이 뚜렷한 시각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우리만의 독창적인 시각을 기를 수 있도록  역사 교사들이 오랫동안 노력한 끝에 나온 성과물이다.

머리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세계 각 지역의 문명을 중심으로 역사의 주요 흐름를 살피고 특히 문명권 간의 교류에 큰 비중을 두었다. 그럼으로써 옛날부터 세계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었고 각 문명은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 발전을 이루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사를 세계사와 연결시켜 서술한 것이 눈에 띄는데,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성장했으며 다른 나라와 어떻게 교류하였는가를 기존 교과서보다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사를 동아시아사라는 범위 안에서 다루어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에 보다 신경쓴 점은 한중일 삼국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역사 왜곡 문제와 같이 국수주의적인 시각을 극복하는 데 있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이 책은 기존 교과서들에서 경시된 부분을 보강하고 있다. 그동안 적은 비중을 차지하였던 인도, 서아시아,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보다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이 지역에 대해 서양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국제 교류의 측면에서 인도, 서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 등이 매우 큰 역할을 함으로써 다양한 문화, 풍속, 물자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전세계가 서로 가까워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책을 읽으면서 역사 특히 세계사에 있어 상인들이 매우 중요한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사진이나 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마치 사회과 부도와 세계사 교과서를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글과 함께 다양한 시각자료를 살펴봄으로써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당시의 분위기를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청소년과 여성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나 풍습을 따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렇게 기존 역사책에서 소외된 부분을 소개해 주는 것도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와 여러 면에서 차별화되어있다. 그저 외우는 세계사가 아닌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역사적 화제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몇가지 문제점도 있다. 우선 서양사 분량이 너무 적은 점이다. 인도, 서아시아, 중국의 여러 나라의 기원에 대해서는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반면 그리스사와 로마사처럼 서양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너무 간단하게 서술하고 있다. 가령 그리스같은 경우 폴리스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아테네에 대한 내용이 조금 나왔으며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시작만 나와있고 어떻게 되었는지는 생략되어 있다. 그리스에 대한 부분이라면 반드시 민주정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설명은 나올 법한 데도 그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 없다(페리클레스 시대에 대한 내용이 전부이다) 또 로마사는 갑자기 포에니 전쟁 이후부터 시작해서 바로 제정으로 넘어가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 실용문화, 크리스트교에 대한 설명만 나와 있다. 특히 로마법에 관련해서 제정 이후의 만민법만 다루고 있고, 12표법이라든지 리키니우스법, 호르텐시우스 법과 같은 공화정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던 법들은 제외되어 있다. 이 책의 기본 컨셉이 '유럽 중심주의'를 벗어나 '우리 시각'으로 세계사를 재구성 하는 것이라 해도 어느 정도 서양사의 비중은 유지하는 가운데 타지역의 역사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서양사에 관한 내용 중 생략된 부분이 많아 지나치게 축소되었다는 느낌이 든다(이 부분에 있어서는 기존 교과서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세계사 교과서'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각 지역의 역사를 고루 소개하고 오늘날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에 있어서는 그게 설령 서양사에 속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하자면 이 책의 구성에 대해서는 기존 교과서보다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서술에 있어서는 기존의 그것과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우리시각'이라고 할 수 있는 서술상의 관점은 생각보다 두드러지 않고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역사적 사실도 충분히 설명해야겠지만 저자들의 역사관이 좀더 명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시도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은 교과서를 위한 위대한 첫걸음인 동시에 앞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본격적으로 떠안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이니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점도 있지만 21세기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걸맞는 새로운 역사책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 책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그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함으로써 평화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역사 교과서 왜곡', '고구려사 왜곡' 등이 이웃나라와의 분쟁대상이 되고, 세계 곳곳에서 문명과 문명 사이에 편견으로 인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 책에서 주장하는 평화와 공존을 위한 세계사 교육은 우리의 세계사 교과서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 p.s

책에 오류가 몇개 있습니다.

1. p179 오른쪽 하단에 호류사의 백제 관음 입상의 길이가 210.9미터라고 나와있는데 다른데서 찾아보니까 2.11미터라고 나와있더군요.

2. p316 세계사 연표에 751년 당이 탈라스 전투에서 이슬람군에게 패했다고 나와 있는데, p319에서는 같은해 아바스 왕조가 탈라스 전투에서 당에 패배했다고 상반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탈라스 전투에서 이긴 쪽은 아바스 왕조였으므로 319쪽의 내용을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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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12-0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서평이네요.
추천에 땡스투!!

데메트리오스 2005-12-07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렇게 두배로 기쁨을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