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문화사 - 축음기에서 MP3까지 살림지식총서 204
김토일 지음 / 살림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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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소리의 문화사 - 축음기에서 MP3까지」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레코드 미디어의 역사를 간단하게 훑어 보고자 한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다. 하지만 읽는동안 머리 속에서 계속 맴맴도는 것은 '온고지신' '타산지석'이라는 사자성어였다. 그 이유는 이 책이 단지 축음기에서 MP3까지 소리가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을 시간적으로 나열하기만 한것이 아니라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그것을 발명한 사람들 조차도 예측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함께 발생했던 상황 또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 사례가 바로 '소리바다'나 '벅스뮤직'과 같은 저작권 문제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사실로 부터 현재를 사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이 책의 주된 목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저작권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리'의 역사를 통해 찾아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레코드 미디어의 발전과정을 보면서 특히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표준화와 대량화이다. 알다시피 표준화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만큼 중요한 문제인데 처음 축음기가 발명되어 생산에 들어갔을 때부터 표준화 문제가 나타났다. 에디슨과 벨에 의해 만들어진 포노그래프, 그래포폰은 원통형(cylinder)이었고, 에밀 벌리너의 그라모폰은 원반형(disc)이 었는데 소리의 기록과 재생 기능에서 원통형이 더 우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화가 된 것은 원반형이 었다. 마치 비디오테이프의 표준화 경쟁에서 베타 규격이 VHS에 밀린 것처럼 말이다. 원반형이 원통형보다 대량 생산이 쉽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산업혁명 이래로 '대량'이란 말은 대중화 혹은 일상화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음악 산업에서도 이점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이유로 카세트 테이프 경쟁에서도 필립스사의 컴팩트 오디오 카세트가 릴투릴 테이프를 물리치고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점은 바로 미디어의 진보가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다. 축음기가 발명된 이래 레코드 미디어의 음질은 개선되고 용량은 확대되어 점점 편리해지고 있지만 라디오와 공테이프처럼 새로운 미디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일도 있다.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 때문에 저작권자와 연주자들이 방송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 틈을 타 비주류 였던 록이나 리듬앤 블루스가 주류로 편입했다. 그리고 공테이프의 발명은 제3세계까지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게 했고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활성화 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테이프는 음반업계의 공공의 적이 되어야만 했다.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역사는 진보한다 혹은 돌고 돈다라는 말은 둘다 맞는 말이다. 적어도 소리의 역사에 있어선 그렇다. 저자는 MP3를 소개하면서 새로운 반복이라는 표현을 했다. '소리바다'로 대표되는 저작권 문제는 고속 통신망이 급격하게 대중화 되면서 P2P와 MP3 플레이어를 통해 MP3가 널리 퍼지게 되면서 발생하게 됐다. 철학자 하버마스의 말대로 기술진보가 사회의 변화를 규정하는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그 옛날 라디오와 공테이프가 등장했던 시절처럼 오늘날 음악적 환경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지난날의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은 그 누구도 라디오가 음반업계를 망친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에도 라디오와의 공생을 통해 정상을 향해 나아갔던 캐피털(Capital)이라는 레코드사처럼 시대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그동안 기술발전을 통한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진보의 역사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기대하게 한다. '소리의 역사'를 살펴 보면서 그 말미에는 대중들의 권리가 향상되는 쪽으로 귀결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과거의 역사에서 찾아보는 것은 분명 유익한 일 일것이다. 비록 망각속에서 반복된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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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9-15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림지식총서군요. 가볍게 읽어나가기에 부담없는 책이죠. :) 살림지식총서는 주로 출퇴근 때 애용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