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2 (2017 플래너 세트) - 그리고 누군가가 미워진다, 177 true stories & innocent lies 생각이 나서 2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잔잔한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는 책 한 권. 한번에 후딱 보아버리기 보다는 두고두고 놓아두고 한편씩 읽어가면 더 좋은 책. 날짜가 적혀 있기는 하지만 날짜와 상관없이 자신이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기에도 좋은 책. 그렇지만 특히 '밤'에 읽으면 더욱 그 느낌이 배가 되는 책. 그 책이 바로 이 책, [생각이 나서 2]이다. 깜깜한 겨울밤. 따스한 이불속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그 감성은 더욱 배가되지 않을까.

 

작가의 책에는 항상 '부제'가 같은 형식으로 달려 있다. 숫자와 함께 적혀 있는 글귀는 t'rue storries & innocent lies'.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과 자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까지. 진짜의 이야기와 거짓말이라고 칭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딱히 구분해 놓지 않아서 이것이 자신의 일상인가 아니면 자신이 만들어 낸 허상인가 하고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이야기도 간혹 보이는 책.

 

늘 보던 책이지만 이번에도 특히 사진에 관심이 간다. 사진집도 아니건만 글보다도 사진에 먼저 눈이 간다. 여행지처럼 보이는 사진, 풍경도 있으며 여러가지 인형이 잔쯕 모여 있는 사진도, 간혹가다가 정말 멋진 예술 사진도 있어서 글은 황경신 작가 가 쓴 것을 알고 있지만 사진은 누가 찍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글과 사진 황경신. 아. 작가가 직접 사진도 찍은 거구나. 새삼 사진을 다시 들어다 보게된다. 글과 함께 다시 보게 된다. 이 장소에 가서 이런 생각으로 이 사진을 찍어 왔겠구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찍은 여행사진들을 생각해 본다. 그 사진들을 앞에 두고 나는 어떤 생각으로 나만의 한뼘 노트를 작성할 수 있을까. 글도 부지런해야 쓰는 것이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상념들은 붙들어 놓지 않으면 날아가버린다. 한번 날아간 생각은 두번 다시 똑같이 나지 않는다. 그저 어렴풋한 추억으로만 남을 뿐.

 

어찌보면 해외로 국내로 다닌 여행기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어찌보면 판타지 소설같기도 하며 어찌보면 공감가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기도 하고 어찌보면 자신의 신변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함으로 작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한 권의 책. 하루키는 이런 잡다한 이야기들을 통틀어서 '잡문집'이라는 이름을 붙였던가. 어느 한 장르로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이 이야기가 바로 [생각이 나서2]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공감하겠지만 책갈피라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더욱 '책갈피'라는 제목의 글을 유심히 읽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많아서 책을 한번 잡으면 끝까지 내려 놓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무엇이든지 하려고 들면 읽던 중간에 멈춰야 하고 그 곳을 표시하기 위해서 책갈피라는 것이 필요해진다.

 

누군가는 접어 놓을수 있고 책을 거꾸로 뒤집어 놓을수도 있지만 책을 곱게 보는 사람이거나 다 읽어도 새 것같은 느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방법이다. 가장 흔하게는 책끈을 사용할수도 있고 책에 꽂혀 오는 두꺼운 종이로 된 종이 책갈피를 이용할 때도 많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책갈피를 소개하고 있다.

 

날렵하고 낭창낭창하며 끼워두기도 좋다(79p)는 책갈피.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얼굴이 자신을 향해서 웃고 있어서 더욱 좋다는 작가의 평을 받은 책갈피일지라도 내게는 외면을 당했던 책갈피이다. 같은 모양의 것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재질이 종이가 얇은 경우 우그러진다. 책갈피 자국이 남는 것이다. 그래서 외면하고 하드보드지로 만들어진 종이책갈피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뭐 어떠하랴. 자신의 취향인 걸.

 

통영과 사량도 울릉도 그리고 프라하까지. 작가가 돌아디는 여행지를 직접 가보고 싶어졌다. 자신은 지도를 쳐다도 보지 않고 오직 친구가 이끌어 주는대로 따라다닌다는 그녀. 어찌나 나와 비슷한지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이지만 그녀와 내가 같이 여행을 가면 큰일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도자가 없는 추종자 두명이서 무엇을 할수가 있겠는가. 공감은 하지만 같이 어울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좌우지간 집에 틀어 박혀 사흘째 혼자 지내고 있는 이 시간이, 썩 괜찮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다. 누가 불러내않으면 평생 이렇게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확신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278p)

혼자 살기 위해서는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평천하 대한민국 스토리DNA 13
채만식 지음 / 새움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채만식. 이광수의 추천으로 단편으로 등단하여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 [태평천하]로 유명한 작가이다. 국어시간에 시험에 잘 나오지 않으면 이전 소설가들은 그저 이름도 모른채 묻어버리고 넘어가기 일쑤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당시 시대상과 더불어 한 가족들을 통해서 벌어지는 사회상까지도 짐작할 수가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채만식

직업
소설가
출생
1902.06.17. (전라북도 군산)
데뷔
1925년 단편소설 '새 길로'
학력
와세다대학교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을 연상케 한다. 인력거를 끌고 다니는 주인공은 아침부터 운이 좋았다. 손님도 딱딱 맞춰 태우는가하면 돈도 많이 벌었던 그런 날이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보니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져 있다. 그에게 과연 그 날은 운수좋은 날이었을까.

 

[태평천하]라는 제목과 걸맞지 않게 이 책도 비슷한 결말을 보이고 있다. 이 '태평천하'에 만석꾼의 아들이 부랑배당에 들어가 경찰에 잡혀 들어갔다니 이 만석꾼의 집은 동네 떠나가랄듯 울어제낀다. 태평쳔하라는 제목과 상반되는 엔딩인 셈이다.

 

이야기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 전개되어진다. 누군가 변사가 따로 있어서 이 사람은 어떻고 저 사람은 어떻고 하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방식이다. 요즘의 이야기 전개와는 사뭇 달라서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 있겠지만 한번 동화되고 나면 절로 얼쑤 소리를 내면서 그 장단에 같이 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전체가 전부 사투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는 요즘 사람들로써는 읽기 힘듦을 더 토로할수도 있겠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굵직한 사투리를 들어보겠냐라는 생각으로 한글자씩 따라 읽다보면 또 어느샌가 그 지방에 직접 가 있는 듯이 현장성도 느낄 수 있게 된다.

 

맨 웃어른 되는 윤직원 영감이 그렇게 싸움을 줄창치듯 하는가 하면, 일변 경손이는 태식이와 싸움을 합니다. 서울아씨는 올케 고씨와 사움을 하고, 친정 조카며느리들과 싸움을 하고, 경손이와 싸움을 하고, 태식이와 싸움을 하고, 친정아버지와 싸움을 합니다. 고씨는 시아버지와 싸움을 하고, 며느리들과 싸움을 하고 시누이와 싸움을 하고, 다니러 오는 아들과 싸움을 하고, 동대문 밖과 관철동의 시앗집[남편의 첩이 사는 집]에 가끔 쫓아가서는 들부수고 싸움을 합니다. 그래서, 싸움, 싸움, 싸움, 사뭇 이 집안은 싸움을 근저당 해놓고 씁니다.(93p)

 

싸움에 싸움에 싸움을 연속으로 해대는 이 집안. 양반집입네 하고 있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못하다. 더군다나 딸네부터 며느리, 손주며느리까지 과부에, 진짜 과부에, 그냥 과부에, 과부 아닌 과부들까지 모조리 같이 사는 이 집안이 이 조용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일 아닐가 싶을 정도로 일이 끊이지 않는 윤직원네 영감집이다.

 

"거참 아라사놈덜은 그렇다데그려...그놈의 나라으서넌 부자 사람의 것을 말끔 뺏어다가 멋이냐 공군놈덜허구 노동꾼놈덜허구 나눠주었다지?"(143p) 아라사. 지금의 러시아를 가리키는 말인데 양반과 상놈의 구분이 그나마 많이 없어졌을 시대에 지어진 이 책에서도 여전히 그들의 구분이 엄격히 존재하는 것을 보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아주 오래 긴시간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노예제도와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그런 그들에게 러시아가 주장하는 사회주의는 큰 이슈였을 것이다. 그런 러시아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온 북한의 제도도 그렇고. 작가는 개성에서 작품생활을 했기에 그 런 면에서 좀더 잘 알수가 있지 않았을까.

 

자신의 윗대에서 불려놓은 재산으로 떵떵거리면서 할일없이 잘 살았던 한 영감의 집을 통해서 바라본 이 시대는 태평천하라 할 수 있을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힘들어 하고 있었고 사회는 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시대를 태평천하라 이름 붙인 것은 아마도 그 세대를 비웃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태평천하에 부랑자들 당에 들어간 손자를 탓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자신부터 사람들에게 조금은 나눠 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말이다. 과연 태평천하는 누구에게나 태평천하였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의 감옥 모중석 스릴러 클럽 41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물이 무서워서 수영을 못한다고 말을 했을 때 "샤워는 어떻게 하니?"라고 물어보던 외국인 선생이 생각났다. 섬나라여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수영을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곳.  "바보야, 샤워는 바닥에 발이 닿지만 수영은 발이 닿지 않으니 무섭지."라고 대답을 해줬었다.

 

그래, 나는 물이 무섭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더욱더 물이 무섭다. 내가 물 속에 있을때 누군가가 내 발을 슉 하고 잡아당길까봐, 아니면 마누엘라처럼 누군가 휙하고 내 발을 치고 지나갈까봐 그게 무섭다. 결국 나는 수영을 배우지 못할거다. 아마도.

 

물의 정령, 슈티플러, 난 물의 정령이다.(44p)

 

초짜 신참에 이미 익숙하고 닳을대로 닳아버린 고참 형사. 이 둘의 콤비는 옳다. 주인공의 성별이 같아도 달라도 재미나는 구성이 되고 사건들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신참 여자 마누엘라와 그녀의 상관 에릭 슈티플러. 마초성격에 여자가 나서서 무엇인가 주도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슈티플러에게 끊임없이 말을 해대며 무엇이든 의욕적으로 나서서 하려고 하는 마누엘라가 좋게 보일리 없다.

 

결국 다른 팀원들이 회의를 하는 시간에 그는 상관의 지위를 이용해서 마뉴엘라에게 사건조사를 지시한다. 의도한 왕따가 된 것이다. 물론 꼭 필요한 조사이긴 했다. 익사한 시체에서 나온 물과 비교하기 위해 사건 주위의 여러개의 호수의 물을 다 떠오라는 것. 마누엘라는 사건도 해결하고 이 팀에서 자신의 존재도 지킬수 있을까.

 

여자의 피부는 돌고래처럼 흠 하나 없이 매끈했다.

동생과 똑같았다.

이제 춤을 추고 싶었다.

바로 지금.

(439p)

 

이토록 아름다운 문구들은 이것이 진정 장르소설인가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속에서 춤을 추는 것은 판타지 소설에서처럼 과히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다.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이라면 말이다. 장르소설답게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은 연속성을 띄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고 그 여자들은 모두 물에 익사한 상태로 발견된다.

 

범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에릭에게 드러내지만 에릭은 그것을 감춘다. 여기서부터 수상해진다. 에릭이 사건을 풀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묻어버리려는 느낌이 든다. 이 사건들은 모두 그와 관련이 있다. 사건의 피해자들도 에릭과 관련이 있다. 없을 수가 없다. 두번째 발견된 여자는 바로 그의 전부인이었으니 말이다.

 

윗선에서는 당장 에릭을 불러들이고 그는 사건에서 빠지게 된다. 중압감에 못 이겨서 힘들어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는 경우를 소설에서 흔히 본다. 그들의 캐릭터 자체가 힘들고 무겁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이겨낼수만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네스뵈의 '해리'도 그러지 않았는가. 한때 알콜중독까지 갔었어도 훌륭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 해낸 그를 보면서 다른 캐릭터들도 그럴것이라고 믿어야만 했다. 정말 구제불가능할 정도로 썩은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지옥계곡]으로 빙켈만의 첫작품을 읽었다.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읽으면서 정말 살이 시리도록 추움을 느겼어야 했다. 생생함이 살아있는 소설이라고 느꼈고 그 책을 읽으며 작가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두었다. 이제 그의 작품은 산에서 내려와 물로 돌아왔다. 그 시린감은 여전하다. 이제는 차갑도록 시린 물이다.

 

물을 배경으로 연속적으로 사건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은 진정 물의 정령인 것일까. 그는 에릭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일까. 연속적인 사건이 풀려가면서 에릭이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가 드러나며 그의 이야기를 풀어놓음과 동시에 더 큰 한방을 날려준다.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게 되는 그런 한방. 얼마전 보았던 영화 [특별수사]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눈을 감으면 그 장면들이 다시 떠올랐다. 어쩔줄 모르고 필사적으로 팔을 휘저으며 멀리 호수 안쪽으로 끌려가던 그 여자. 검은 물을 배경으로 하얗게 도드라져 보이던 여자의 얼굴. 위로 갑자기 솟구치며 잡을 곳을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헛손질만 하다가 다시 심연으로 가라앉은 손. 그리고 그녀의 눈......

(19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텝
찬호께이.미스터 펫 지음, 강초아 옮김 / 알마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화려한 표지. 이것이 진정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는 본문을 읽어야만 알 수있다. 사보텐- 일본어로 선인장을 의미하는 단어. 표지를 자세히 보다보면 이것이 선인장을 가까이 들여다본 모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선인장. 이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소설을 읽고 싶어진데는 아무래도 찬호께이의 영향이 제법 크다. 공동 저자인 미스터펫은 낯선 이름이니 말이다. 찬호께이. [13,68]로 대박을 쳤던 작가다. 나중에야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이런 대단한 작가가 있었다니 하면서 이름을 기억했고 그 이후로 나온 [기억나지 않음, 형사]를 읽고서는 약간 실망을 했지만 그 작품이 첫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면 그마저도 이해할 수 있다.

 

이번작품은 독특하게도 두 명의 작가가 두 개의 챕터를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다. 어떤 순서로 썼을까. 한 작가가 앞이야기를 쓰면 그것을 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어서 풀어갔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두명의 작가가 모여서 이런 방향으로 쓰자 하고 결정을 내린 후 시작했을까. 그림 작가와 글을 쓰는 작가가 협업을 하는 경우는 종종 보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어서 그들의 작업과정에 대해서 더욱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프롤로그 - 짧은 글을 이해하려고 들지마라. 그 모든 궁금증은 이 책을 읽은 후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끝가지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프롤로그를 읽기 위해서 앞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책. 그것이 바로 이 책, [스텝]이다. 제목은 알파벳 이니셜로 이루어져 있다. 네개의 에피소드 제목의 앞글자를 따서 S.T.E.P. 각 알파벳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볼 일이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소재로 삼고 있는 이야기. '사보타주'라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형량평가제도. 일종의 가상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면 빠르다. 재소자들의 각 특성을 입력하고 프로그램을 가동해서 그 사람이 사회에 나가서 다른 범죄를 저지를지 조용히 살아갈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것이 세계로 퍼져나갔고 일본이 열번째로 그 제도를 도입했다. 열번째 사보타주 프로그램을 도입한 나라. 말 그대로 SABO TEN - 사보텐 즉 선인장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만큼 이 프로그램이 잘 활용되어서 범죄를 줄일수가 있을까.

 

현실세계는 그대로 둔 채 가상 속에서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는 것, 시나리오 상으로만 존재할뿐 전혀 현실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모든 제도에는 허점이 있는 법, 이 마저도 큰 비극을 낳고 만다.

 

어떻게 돌려도 한가지 결과만을 유추해내는 프로그램. 사건을 저지를 남자는 이미 감옥을 나온 상태이고 그가 저지를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모든 시나리오를 알고 있는 한 남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자신이 직접 이 모든 것을 바로 잡으려고 하고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그 범죄자를 처리하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기회를 없애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룰수가 있을까.

 

'무한원숭이정의' (283p)이라는 것을 아는가? 원숭이 앞에 타자기를 놓아두고 무한정으로 치게 하면 언젠가는 원숭이가 문자조합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제한이 없다면 언젠가는 결국 그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시나리오 프로그램이 있다. 이것을 무한정으로 돌린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존재는 기계화시킬 수 없다. 감정이라는 것이 잇고 그것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측정불가능한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다. 그것을 조건화 시켜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생각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결과가 좋든 나쁘던 간에 말이다. 전세계로 퍼져 나간 이 프로그램들은 얼마만큼의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실행되었을까.

 

에스코트, 머니퓰레이트, 가상인물, 스레드, 하위루트 등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전문적 용어가 꽤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어느 정도 컴퓨터 시스템을 안다면 전혀 지장없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일반적인 스릴러나 추리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지만  찬호께이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며 미스터펫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작가를 알게되는 책이기도 하다.

 

홍콩과 대만작가가 만들어 낸 일본이야기. 왜 그들이 1회와 2회, 시마다 소지 작품상을 휩슬어 갔는지 아주 잘 이해할만하다. 이런 조합이라면 다음번에 또 공동의 작품을 만든다해도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콤한 인생
김성한 지음 / 새움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빠른 속도감, 정신없이 펼쳐지는 전개. 쉴새없이 몰아치는 감정들, 제때에 치고 빠지는 등장인물들. 이 모든 것은 책을 읽는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서 쓴 첫 이야기.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 어디선가 본 듯한 플롯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엄지를 들어줄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세다, 독하다, 자극적이다 그런 표현들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욕심, 배신, 청부, 외도, 정치.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양념에 버무린 김장김치처럼 톡쏘는 맛을 내뿜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이야기는 이 이야기를 진정 영화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난 변호사였다. 박상우. 큰 집으로 했고 아이도 가졌고 앞으로 더 잘나가는 일만 남은 그런 앞길 탄탄한 변호사였다. 단지 더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가 아내 몰래 숨겨 놓은 비밀은 무엇일까. 아내 또한 그에게 감추고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서로간에 비밀이 생김으로 인해서 이 비극은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다.

 

자신의 비밀을 감추고 싶어서 우연히 저지르게 된 사건. 그 사건을 덮기 위해서 시작한 일의 끝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그도 몰랐을 것이다. 그가 알았다면, 그랬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꿈꾸던 완전범죄는 가능할 것인가.

 

행복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지난날 꿈꾸고 바라던 것을 손에 쥐고 난 다음에도 그때의 간절함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306p)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엃힌 실타래 속에서 상진은 실마리를 찾아내야 했다.(313p)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엃혔다고 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관계는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박상우가 저지른 일. 그것을 목격한 누군가 나타나고 그의 뒤를 이어 다시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서로의 뒤를 몰고 물리는 관계가 계속해서 성립한다. 그 꼬리의 끝은 누구일까. 이 물고 물리는 사슬의 끝은 누가 잘라줄 것인가.

 

끈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로 인해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단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다. 긴장감을 늦추는 순간 당신은 어디에서 멈춰서 있을지 모르게 된다. 사건의 끝을 향해 달려야만 한다. 자신이 저지른 사건의 변호를 맡은 박상우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모든 것을 완전히 묻어 버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수 있을까. 그렇게도 바라던 달콤한 인생은 과연 그의 몫이었을까.

 

욕심이 과하면 죄를 낳는다고 했던가. 그의 인생은 그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