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언제나 옳다 - 감정을 다스리는 다섯 가지 마음처방전 아우름 17
김병수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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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느낌, 기분. 이 세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알고 계십니까. 그저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뿐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는 참 어려운 단어들이죠.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책에서는 그 차이점을 뚜렷하게 설명해줍니다.

 
감정(emotion)이란 어떤 특정한 외부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반응을 일컫습니다. 책이나 영화나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아마도 감정이겠지요. 느낌(feeling)은 감정을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것을 뜻합니다. 말 그대로 느끼는 것이지요. 감정은 동물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단순한 감정이 아닌 과거에 경험으로 비추어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기분(mood)이라는 것은 또 어떻게 다를까요. 감정은 외부 자극에 대한 즉각적인 내부 반응이면서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 반면 기분이라는 것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으며 함께 작용해서 기분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지속적인 특징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15-17p)
 
아마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 세가지의 정의에 대해서 아무런 특정 정보없이 그저 그런 것으로만 생각하고 여기고 지나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므로 '감정'이라는 것의 차이점을 알게 되고 그 차이점을 인식해 적합한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책을 읽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는 것 말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저자는 정신 건강 전문의로써 인간의 감정에 대한 면을 아주 자세히 섦여해주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동물과는 다르게 본능적인 반응 외에 감정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먹고 자고 살아가는 생존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라는 것이 있고 그 생각에 의해서 감정을 느끼되는 것이죠. 아마도 저자 같은 정신과의사가 존재하는 것도 사람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감정이라는 느끼기 때문에 필요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내 삶이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에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103p) 동물들도 자신의 생존에 위협을 느끼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같이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단지 그 이유만 다를뿐인데 생존이라는 것에 위협을 받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의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되고 그것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스트레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그냥 놓아둔다면 그것은 심각한 화병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람직한 방법으로 해결을 해야 겠지요. 저자는 몸을 움직이라는 당연한 일을 제안합니다. 꼭 운동을 심하게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한 일이라도 몸을 움직인다면 그것이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요소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내려주는 처방이니 믿을만 하겠죠. 어딘가에 크게 적어두고 일부러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딱히 운동을 일부러 찾아서 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완벽주의의 덫에 걸린 완벽주의자는 이미 충분한 일을 더 완벽하게 만들려고 애씁니다.(115p)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실수를 해도 넘어가는 타입입니까 아니면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입니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라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 존재가 완벽하게 일을 하려고 할 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서 더욱 엉망으로 만들어 가게 되는 것이겠지요. 마음을 다르게 먹는다면 사람은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감정은 언제나 옳다]라는 제목처럼 자신의 감정이 내보이는 것을 믿으십시오. 자신의 감정대로 이끌어가다 보면 자신이 더 행복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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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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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 '책'이라는 장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정답은 '성경'이다. 성경의 특성상 여러 장르가 모여있는 이야기다보니, 또한 기독교 인구가 있다보니, 굳이 종교가 없다해도 재미나게 읽을 이야기들이라 인용할 구문이 많다보니 많이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성경을 제외한 책중에는 어떤 책일까. '어린왕자'가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작품일 것이다. 책 전부를 읽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글귀들이 가득한 책. 어린왕자가 한 말 하나하나가 보석같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인용구에 가장 많이 쓰이기도 한다. '너는 단 하나뿐인 장미라'던가 '길들이면 우린 특별한 사이가 된다'거나 '나는 너가 오기 전부터 행복해질꺼야' 등이 대표적이다.

 

워낙 인기가 있는 어린왕자는 또다른 스핀오프들도 있다. 서정윤의 [내가 만난 어리왕자]처럼 작가의 입장에서 어린왕자를 만난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 놓은 책도 있고 [어린왕자 그 후의 이야기]라고 해서 어린왕자가 별로 돌아간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서 그린 작품 또한 있다.

 

아예 다른 버전 말고 어린왕자 조차도 많은 출판사에서 여러가지 번역으로 내어 놓고 있다. 새움출판사에서는 역자노트를 비롯해서 프랑스 원문, 영어 번역본, 그리고 한글 번역본을 실어서 다른 책과의 차별점의 꾀했다. [카뮈로 부터 온 편지]를 통해서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 '이방인'이라는 작품의 원작과 번역본을 비교했다면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하나하나 설영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모든 외국어를 다 알 수는 없으니 외국작품을 읽을때는 번역본을 읽게 된다. 번역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번역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번역본을 읽은 사람들은 원서를 읽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나 또한 어린왕자를 원서로 읽고 싶었지만 프랑스어를 몰라서 영어 원서만 읽은 적이 있다. 영어 또한 번역본이기 때문에 완벽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그 원서와 한국 번역본을 비교해 가며 읽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이 책은 한권으로 모든 영역을 만족시킬 수 있으니 더욱 행복한 책읽기가 될 수 있겠다.

 

  

특히 다른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역자노트'가 눈에 띈다. 번역자가 번역을 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들. 특히 기존에 나와있는 다른 어린왕자들과 비교해가면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번역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어진다.

 

우선 저기에는 불어의 2인칭 존칭인 'vous'가 쓰이고 있다. 따라서 어린 왕자는 내게 존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171p) 프랑스어에 존칭어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았다. 영어로만 읽으면 그냥 'you'라고 통칭되어 버리고 넘어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번역자는 이런 점을 예리하게 짚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기존에 있는 번역에서는 '양하나만 그려줘'라면서 반말투로 얘기하는데 반해 이 책의 어린왕자는 '"미안하지만...내게 양 한 마리만 그려주세요....."(21p)라면서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냥 넘어갈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원작의 맛을 살려서 번역을 함으로 인해서만 새롭게 알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물론 다른 번역자들 또한 자신만의 방법과 생각이 있겠지만 가능하면 원문에 맞게 쉼표나 마침표처럼 글에 쓰이는 부호하나까지도 원문 그대로 수록하려고 노력한 번역자와 편집자 그리고 출판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이미 나는 어린왕자를 다 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책을 통해서 기존의 어린왕자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느꼈으면 하는 바이다. 어린왕자를 읽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읽었다. 내용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글이란 그것을 읽는 때와 배경 그리고 자신의 상태가 다르면 또 다르게 읽히는 법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 읽는 어린왕자는 무언가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제대로 잘 번역된 어린왕자는 속도감을 준다. 멈칫대지 않고 빠르게 잘 읽혀간다. 시국은 뒤숭숭하지만 어린왕자로 인해서 더욱 따스함을 느끼게 될수 있다면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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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서 2 (2017 플래너 세트) - 그리고 누군가가 미워진다, 177 true stories & innocent lies 생각이 나서 2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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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는 책 한 권. 한번에 후딱 보아버리기 보다는 두고두고 놓아두고 한편씩 읽어가면 더 좋은 책. 날짜가 적혀 있기는 하지만 날짜와 상관없이 자신이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기에도 좋은 책. 그렇지만 특히 '밤'에 읽으면 더욱 그 느낌이 배가 되는 책. 그 책이 바로 이 책, [생각이 나서 2]이다. 깜깜한 겨울밤. 따스한 이불속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그 감성은 더욱 배가되지 않을까.

 

작가의 책에는 항상 '부제'가 같은 형식으로 달려 있다. 숫자와 함께 적혀 있는 글귀는 t'rue storries & innocent lies'.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과 자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까지. 진짜의 이야기와 거짓말이라고 칭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딱히 구분해 놓지 않아서 이것이 자신의 일상인가 아니면 자신이 만들어 낸 허상인가 하고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이야기도 간혹 보이는 책.

 

늘 보던 책이지만 이번에도 특히 사진에 관심이 간다. 사진집도 아니건만 글보다도 사진에 먼저 눈이 간다. 여행지처럼 보이는 사진, 풍경도 있으며 여러가지 인형이 잔쯕 모여 있는 사진도, 간혹가다가 정말 멋진 예술 사진도 있어서 글은 황경신 작가 가 쓴 것을 알고 있지만 사진은 누가 찍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글과 사진 황경신. 아. 작가가 직접 사진도 찍은 거구나. 새삼 사진을 다시 들어다 보게된다. 글과 함께 다시 보게 된다. 이 장소에 가서 이런 생각으로 이 사진을 찍어 왔겠구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찍은 여행사진들을 생각해 본다. 그 사진들을 앞에 두고 나는 어떤 생각으로 나만의 한뼘 노트를 작성할 수 있을까. 글도 부지런해야 쓰는 것이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상념들은 붙들어 놓지 않으면 날아가버린다. 한번 날아간 생각은 두번 다시 똑같이 나지 않는다. 그저 어렴풋한 추억으로만 남을 뿐.

 

어찌보면 해외로 국내로 다닌 여행기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어찌보면 판타지 소설같기도 하며 어찌보면 공감가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기도 하고 어찌보면 자신의 신변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함으로 작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한 권의 책. 하루키는 이런 잡다한 이야기들을 통틀어서 '잡문집'이라는 이름을 붙였던가. 어느 한 장르로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이 이야기가 바로 [생각이 나서2]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공감하겠지만 책갈피라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더욱 '책갈피'라는 제목의 글을 유심히 읽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많아서 책을 한번 잡으면 끝까지 내려 놓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무엇이든지 하려고 들면 읽던 중간에 멈춰야 하고 그 곳을 표시하기 위해서 책갈피라는 것이 필요해진다.

 

누군가는 접어 놓을수 있고 책을 거꾸로 뒤집어 놓을수도 있지만 책을 곱게 보는 사람이거나 다 읽어도 새 것같은 느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방법이다. 가장 흔하게는 책끈을 사용할수도 있고 책에 꽂혀 오는 두꺼운 종이로 된 종이 책갈피를 이용할 때도 많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책갈피를 소개하고 있다.

 

날렵하고 낭창낭창하며 끼워두기도 좋다(79p)는 책갈피.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얼굴이 자신을 향해서 웃고 있어서 더욱 좋다는 작가의 평을 받은 책갈피일지라도 내게는 외면을 당했던 책갈피이다. 같은 모양의 것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재질이 종이가 얇은 경우 우그러진다. 책갈피 자국이 남는 것이다. 그래서 외면하고 하드보드지로 만들어진 종이책갈피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뭐 어떠하랴. 자신의 취향인 걸.

 

통영과 사량도 울릉도 그리고 프라하까지. 작가가 돌아디는 여행지를 직접 가보고 싶어졌다. 자신은 지도를 쳐다도 보지 않고 오직 친구가 이끌어 주는대로 따라다닌다는 그녀. 어찌나 나와 비슷한지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이지만 그녀와 내가 같이 여행을 가면 큰일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도자가 없는 추종자 두명이서 무엇을 할수가 있겠는가. 공감은 하지만 같이 어울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좌우지간 집에 틀어 박혀 사흘째 혼자 지내고 있는 이 시간이, 썩 괜찮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다. 누가 불러내않으면 평생 이렇게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확신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278p)

혼자 살기 위해서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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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 대한민국 스토리DNA 13
채만식 지음 / 새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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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이광수의 추천으로 단편으로 등단하여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 [태평천하]로 유명한 작가이다. 국어시간에 시험에 잘 나오지 않으면 이전 소설가들은 그저 이름도 모른채 묻어버리고 넘어가기 일쑤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당시 시대상과 더불어 한 가족들을 통해서 벌어지는 사회상까지도 짐작할 수가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채만식

직업
소설가
출생
1902.06.17. (전라북도 군산)
데뷔
1925년 단편소설 '새 길로'
학력
와세다대학교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을 연상케 한다. 인력거를 끌고 다니는 주인공은 아침부터 운이 좋았다. 손님도 딱딱 맞춰 태우는가하면 돈도 많이 벌었던 그런 날이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보니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져 있다. 그에게 과연 그 날은 운수좋은 날이었을까.

 

[태평천하]라는 제목과 걸맞지 않게 이 책도 비슷한 결말을 보이고 있다. 이 '태평천하'에 만석꾼의 아들이 부랑배당에 들어가 경찰에 잡혀 들어갔다니 이 만석꾼의 집은 동네 떠나가랄듯 울어제낀다. 태평쳔하라는 제목과 상반되는 엔딩인 셈이다.

 

이야기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 전개되어진다. 누군가 변사가 따로 있어서 이 사람은 어떻고 저 사람은 어떻고 하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방식이다. 요즘의 이야기 전개와는 사뭇 달라서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 있겠지만 한번 동화되고 나면 절로 얼쑤 소리를 내면서 그 장단에 같이 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전체가 전부 사투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는 요즘 사람들로써는 읽기 힘듦을 더 토로할수도 있겠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굵직한 사투리를 들어보겠냐라는 생각으로 한글자씩 따라 읽다보면 또 어느샌가 그 지방에 직접 가 있는 듯이 현장성도 느낄 수 있게 된다.

 

맨 웃어른 되는 윤직원 영감이 그렇게 싸움을 줄창치듯 하는가 하면, 일변 경손이는 태식이와 싸움을 합니다. 서울아씨는 올케 고씨와 사움을 하고, 친정 조카며느리들과 싸움을 하고, 경손이와 싸움을 하고, 태식이와 싸움을 하고, 친정아버지와 싸움을 합니다. 고씨는 시아버지와 싸움을 하고, 며느리들과 싸움을 하고 시누이와 싸움을 하고, 다니러 오는 아들과 싸움을 하고, 동대문 밖과 관철동의 시앗집[남편의 첩이 사는 집]에 가끔 쫓아가서는 들부수고 싸움을 합니다. 그래서, 싸움, 싸움, 싸움, 사뭇 이 집안은 싸움을 근저당 해놓고 씁니다.(93p)

 

싸움에 싸움에 싸움을 연속으로 해대는 이 집안. 양반집입네 하고 있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못하다. 더군다나 딸네부터 며느리, 손주며느리까지 과부에, 진짜 과부에, 그냥 과부에, 과부 아닌 과부들까지 모조리 같이 사는 이 집안이 이 조용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일 아닐가 싶을 정도로 일이 끊이지 않는 윤직원네 영감집이다.

 

"거참 아라사놈덜은 그렇다데그려...그놈의 나라으서넌 부자 사람의 것을 말끔 뺏어다가 멋이냐 공군놈덜허구 노동꾼놈덜허구 나눠주었다지?"(143p) 아라사. 지금의 러시아를 가리키는 말인데 양반과 상놈의 구분이 그나마 많이 없어졌을 시대에 지어진 이 책에서도 여전히 그들의 구분이 엄격히 존재하는 것을 보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아주 오래 긴시간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노예제도와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그런 그들에게 러시아가 주장하는 사회주의는 큰 이슈였을 것이다. 그런 러시아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온 북한의 제도도 그렇고. 작가는 개성에서 작품생활을 했기에 그 런 면에서 좀더 잘 알수가 있지 않았을까.

 

자신의 윗대에서 불려놓은 재산으로 떵떵거리면서 할일없이 잘 살았던 한 영감의 집을 통해서 바라본 이 시대는 태평천하라 할 수 있을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힘들어 하고 있었고 사회는 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시대를 태평천하라 이름 붙인 것은 아마도 그 세대를 비웃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태평천하에 부랑자들 당에 들어간 손자를 탓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자신부터 사람들에게 조금은 나눠 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말이다. 과연 태평천하는 누구에게나 태평천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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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감옥 모중석 스릴러 클럽 41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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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이 무서워서 수영을 못한다고 말을 했을 때 "샤워는 어떻게 하니?"라고 물어보던 외국인 선생이 생각났다. 섬나라여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수영을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곳.  "바보야, 샤워는 바닥에 발이 닿지만 수영은 발이 닿지 않으니 무섭지."라고 대답을 해줬었다.

 

그래, 나는 물이 무섭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더욱더 물이 무섭다. 내가 물 속에 있을때 누군가가 내 발을 슉 하고 잡아당길까봐, 아니면 마누엘라처럼 누군가 휙하고 내 발을 치고 지나갈까봐 그게 무섭다. 결국 나는 수영을 배우지 못할거다. 아마도.

 

물의 정령, 슈티플러, 난 물의 정령이다.(44p)

 

초짜 신참에 이미 익숙하고 닳을대로 닳아버린 고참 형사. 이 둘의 콤비는 옳다. 주인공의 성별이 같아도 달라도 재미나는 구성이 되고 사건들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신참 여자 마누엘라와 그녀의 상관 에릭 슈티플러. 마초성격에 여자가 나서서 무엇인가 주도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슈티플러에게 끊임없이 말을 해대며 무엇이든 의욕적으로 나서서 하려고 하는 마누엘라가 좋게 보일리 없다.

 

결국 다른 팀원들이 회의를 하는 시간에 그는 상관의 지위를 이용해서 마뉴엘라에게 사건조사를 지시한다. 의도한 왕따가 된 것이다. 물론 꼭 필요한 조사이긴 했다. 익사한 시체에서 나온 물과 비교하기 위해 사건 주위의 여러개의 호수의 물을 다 떠오라는 것. 마누엘라는 사건도 해결하고 이 팀에서 자신의 존재도 지킬수 있을까.

 

여자의 피부는 돌고래처럼 흠 하나 없이 매끈했다.

동생과 똑같았다.

이제 춤을 추고 싶었다.

바로 지금.

(439p)

 

이토록 아름다운 문구들은 이것이 진정 장르소설인가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속에서 춤을 추는 것은 판타지 소설에서처럼 과히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다.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이라면 말이다. 장르소설답게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은 연속성을 띄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고 그 여자들은 모두 물에 익사한 상태로 발견된다.

 

범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에릭에게 드러내지만 에릭은 그것을 감춘다. 여기서부터 수상해진다. 에릭이 사건을 풀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묻어버리려는 느낌이 든다. 이 사건들은 모두 그와 관련이 있다. 사건의 피해자들도 에릭과 관련이 있다. 없을 수가 없다. 두번째 발견된 여자는 바로 그의 전부인이었으니 말이다.

 

윗선에서는 당장 에릭을 불러들이고 그는 사건에서 빠지게 된다. 중압감에 못 이겨서 힘들어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는 경우를 소설에서 흔히 본다. 그들의 캐릭터 자체가 힘들고 무겁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이겨낼수만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네스뵈의 '해리'도 그러지 않았는가. 한때 알콜중독까지 갔었어도 훌륭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 해낸 그를 보면서 다른 캐릭터들도 그럴것이라고 믿어야만 했다. 정말 구제불가능할 정도로 썩은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지옥계곡]으로 빙켈만의 첫작품을 읽었다.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읽으면서 정말 살이 시리도록 추움을 느겼어야 했다. 생생함이 살아있는 소설이라고 느꼈고 그 책을 읽으며 작가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두었다. 이제 그의 작품은 산에서 내려와 물로 돌아왔다. 그 시린감은 여전하다. 이제는 차갑도록 시린 물이다.

 

물을 배경으로 연속적으로 사건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은 진정 물의 정령인 것일까. 그는 에릭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일까. 연속적인 사건이 풀려가면서 에릭이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가 드러나며 그의 이야기를 풀어놓음과 동시에 더 큰 한방을 날려준다.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게 되는 그런 한방. 얼마전 보았던 영화 [특별수사]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눈을 감으면 그 장면들이 다시 떠올랐다. 어쩔줄 모르고 필사적으로 팔을 휘저으며 멀리 호수 안쪽으로 끌려가던 그 여자. 검은 물을 배경으로 하얗게 도드라져 보이던 여자의 얼굴. 위로 갑자기 솟구치며 잡을 곳을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헛손질만 하다가 다시 심연으로 가라앉은 손. 그리고 그녀의 눈......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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