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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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갔을 때 마땅히 빌릴 것이 없을 때는 주로 작가 이름에 의존한다. 가장 쉽게 잡아드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 워낙 나온 책이 많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거의 오십권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초창기 소설은 아직도 못 읽은 책이 많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잡는 것이 바로 이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이다. 케네디의 책은 게이고의 책처럼 장르소설이라 딱 규정지어 말할 수가 없다. 분명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읽었었다. 그런데 다른 책을 읽으니 그런 느낌은 전혀 없어지고 로맨스 소설같은 느낌도 드는 것이다. 이토록 다양한 느낌을 전달하는 케네디의 소설. 이번에는 바로 첩보 스릴러다.

2036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미국이 분리된 나라임을 보여준다. 36년이면 별로 멀지도 않은데 지금으로 부터 겨우 십년이 조금 더 넘은 시대가 아니던가. 이토록 멀지도 않은 미래를 설정한 작가의 배짱도 놀랍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상태가 더욱 놀랍다. 지구상에서 한 나라가 나뉘어진 것은 우리나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여기 가장 강대국이라는 미국이 둘로 나뉘어진 것이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 둘로 나뉜 이 나라는 전혀 다른 자신들만의 기준과 규칙과 문화를 만들면서 생활하고 있다. 공화국연맹은 조금 더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반면 연방공화국은 그나마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다르다.

하지만 연방공화국도 모든 사람들에게 칩을 심어서 사생활이라는 것이 없어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휴대폰도 필요 없고 모든 것운 생각만하면 그대로 실행이 되고 모든 먹는 것을 계산해서 몸에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가 하면 생각하는 것도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분명 누군가는 편리하다고 생객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생각에 찬성할 수 없었다. 기독교가 우선인 공화국연맹에서는 그런 것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 마치 성경 계시록에 나오는 악마의 표와 같은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작가가 그런 점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성경을 아는 사람이라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부분이긴 하다. 이 부분은 앞쪽 화형 장면을 설명할 때도 언급이 된다.

이복 자매가 서로에게 총을 겨워야만 한다는 사실 서로가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흥미로왔는데 그외 미국이 둘로 나뉜 이유라던가 각 나라만의 특징이라던가 그 나라에 대한 설명을 굉장히 많은 부분에 할애하고 있어서 첩보 스릴러라기보다는 사회학 강의같다는 느낌이 드는 앞부분은 마치 뒤쪽 띠지에 장강명 작가가 케네디에게 사회학자도 함께 있다고 한 말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게 된다. 물론 기존의 첩보 스릴러도 그런 면에 중점을 두는 부분도 있다. 힐러리가 썼던 그 작품도 역시나 그러했다. 그런 부분이 혹시나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건너뛰고 읽어도 무방하겠으나 그게 또 핵심일 수 있느니 진득하니 이해하며 읽어보는 것도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재미라 느낄 수가 있겠다.

연방공화국 정보국에서 일을 하는 스텐글 요원. 그녀는 중립지대로 이동을 하고 타깃을 죽이라는 임무를 받는다. 문제는 타깃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것.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외동이라고 생각한 그녀에게 가족이라곤 있을리가 없는데 케이틀린 스텐글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온다. 그녀가 자신의 이복동생이란다. 거기다 그녀도 자신을 죽이려고 한단다. 이 무슨 비극적인 운명이란 말인가.

오바마를 비롯해 트럼프까지 언급되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지금 시점의 역사를 그대로 담아내어 현실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나중에 실제로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도 하게끔 만든다. 절대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은 왠지 모르게 한국과 북한을 연상케도 된다. 아마 케네디는 그런 점도 생각하지 않았을가. 단 두 명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사건은 그들 자매 두 명의 인생을 넘어 연방공화국 대 공화국 연맹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잇겠다. 여기서 살아남는 것은 누가 될까. 훌륭한 첩보무비가 될 것 같은 느낌의 소설. 분명 누군가는 탐했으면 좋겠다. 영화화가 시급한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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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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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의 뒤쪽에 보면 테라피스트를 읽고 작가의 차기작에 기대를 걸었다는 아마존 독자리뷰가 적혀 있다. 전작을 읽고 그 작품이 너무나도 흥미로왔다면 작가의 다음 작품은 당연히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내 경우도 그러한 경우가 많았으니까. 데뷔작을 읽으면 다음 작품은 뭐지?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그런 작가들의 작품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시리즈를 가져올 때 출판사에서는 첫작품을 가져오기 보다는 가장 흥미로운 작품을 먼저 내는 경향이 많다. [스노우맨]도 그랬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도 그랬다. [테라피스트]가 유명하다는 소리는 들었다. 내 경우는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심리 스릴러다. 작가 또한 심리학자이다. 본업을 살린 소설을 쓰면 가장 장점은 사실성이다. 이 내용이 분명히 어디선가는 그대로 행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경험해 본 바를 쓰기 때문일 것이다. 단점은 자칫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다 담으려고 할 경우 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가 자신에게는 분명히 다 아는 사실이고 흥미로운 사실일 수도 있어도 그것을 보는 사람의 경우는 피로도가 쌓일 수도 있는 일이다.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다. 그저 평범한 일요일이었을 것이다. 남편은 아들을 데리고 나갔고 딸의 연극연습에 참여한 리케다. 약속이 있었지만 취소되고 남아 버린 시간. 그녀는 요르겐에게 문자를 보낸다. 답장이 없다. 분명 아이도 부인도 나가고 없다고 했는데. 그녀는 바로 위층인 요르겐의 집으로 간다. 문을 두드리지만 답이 없다. 불은 켜져 있다. 그대로 돌아서 자신의 집으로 가는 대신 그녀는 화분 밑을 더듬어 열쇠를 찾아 그 집으로 들어간다. 그녀가 보게 된 장면은 무엇일까.

책에서는 그 장면을 적나라하게 설명해 놓지는 않았다. 오히려 뒷걸음으로 나온 리케가 이웃을 만나고 당황해하며 변명을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리케와 요르겐의 관계는 명백히 드러났다. 그들은 불륜이다. 그것도 아래윗층에 사는 이웃이 말이다. 그들은 어떻게 불륜 관계가 되었을까. 그리고 살해된 요르겐의 죽음이 그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니. 일반적으로 불륜은 관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망가뜨려.

196p

사실 그녀가 문자를 보낸 사실을 보면 그들의 관계는 금방 드러날 사실이었다. 그녀가 아무리 숨기고 싶어해도 말이다. 경찰에서 가장 먼저 의심을 하는 것은 배우자 그리고 불륜관계의 파트너일 것이다. 그런 점을 작가도 알고 있었는지 끝까지 숨기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리케가 아는 형사를 만나고 그녀에게 메일로 자신과 요르겐의 관계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이야기는 시종 일관 어떻게 살인범을 잡을 것인가보다도 리케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심리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긴장감을 높게 살 것이지만 그냥 일반적인 스릴을 찾는 사람이라면 그 과정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결정적인 단서는 진작에 알았다. 그부분을 작가가 강조하듯이 써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아니나 다를까 범인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그부분을 이야기 하더라. 작가가 숨겨 놓은 힌트를 제대로 잡았구나라는 생각에 괜히 흐뭇해했다. 당분간은 심리스릴러는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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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1 스토리콜렉터 11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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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전에 먹었던, 그것도 아주 맛있게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다시 먹는 맛이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익히 눈에 익었던 글밥이기에 오랜만에 읽어서 더욱 반갑고 그 맛을 알기에 더욱 맛있고 그래서 흠뻑 빠지게 되는 맛이다.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이기도 하다. 그런 거 아는가. 진짜 친한 친구라면 일년에 한번 봐도 어제 보고 오늘 다시 만나는 냥 오랜만에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거 말이다. 마지막으로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을 읽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친구같은 느낌은 여전했다. 결론은 빠질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12월 7일 토요일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12얼 20일 금요일 사건이 마무리 되기까지 십삼일 동안 숨가쁘게 달려나간다.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디 한 곳 물샐 틈 없이 빡빡하게 흐른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을 비롯해서 그들 강력 11반의 모든 팀원들의 힘듦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소리다. 처음에는 야심차게 시작되었던 수사가 답보상태에 들어가면서 그리고 사건이 더욱 그 반경을 넓혀가면서 그들이 지치는 것을 충분히 공감하고 같이 느낄 수 있다. 이야기 속에 빠지게 하는 마력 중에 하나다.

약사인 안네. 딸인 리시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는다. 그냥 받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예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안내 목소리만 흐른다. 십대의 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핸드폰이 아니던가.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던 아이는 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 안네는 사라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지만 사라는 아빠랑 여행을 갔으며 리시가 자신의 집에서 잔 것이 아니라는 답변만 받는다. 아이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십대 시절 엄마와 싸우고 집을 안 나가본 아이가 있을까. 모든 청소년들이 다 가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네 집으로 잠시라도 피신을 가 본 적은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커서 이십대 초반이 되어도 부모의 걱정은 줄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를 팔아서 서로의 알리바이를 커버해주면서 일종의 탈선을 잠시 꿈꾼다. 그런 것들이 다 나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것이 범죄와 연결이 된다면 부모에게는 자신의 자녀를 잘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남기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강력11반에서 맡은 이 사건은 증거를 조사한 결과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유전자가 피해자의 몸과 옷에서 나온다. 경찰에서는 당연히 그를 증인으로 데려와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조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단서들은 슬며시 어디론가 새어버리고 언론에서는 특종을 잡은 것처럼 보도하고 사람들은 피냄새를 맡은 상어마냥 당장 범인잡기에 혈안이 되어 버린다. 아직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아마 그 사람이 평범한 일반 사람이었어도 그랬을까. 난민이라는 그것도 아프가니스탄 난민이라는 전제가 붙어서 더욱 그렇게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막상 그를 데리러 간 곳에서 경찰들은 그를 찾지 못한다. 리시에 이어서 또 사라진 한 사람. 그들은 어디로 자꾸 사라지는 걸까.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흘러가며 기존의 사건에 연결해서 더 큰 사건으로 발전한다. 그 과정에서 피치 못할 피해자도 생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기에 작가가 어떻게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려고 그러는가 싶어 걱정도 된다. 놀라는 것은 당연지사다. 제일 처음 <9일 뒤>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짧은 이야기는 1권의 가장 마지막 부분과 연결된다. 리시와 가장 친했던 사라는 혼자서 고민을 하다가 드디어 결정을 내린다. 그 결정은 이 사건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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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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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단단인형, 자재의 붓, 바늘비가 내리는 마을까지 짧은 설명을 한 편집자 후기를 먼저 읽고 이 책이 단순히 관련 없는 네 편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서장에서는 흑백의 방이 생기고 오치카에 이어 도미지로에 이르기까지 간단한 역사를 설명해준다. 그렇다. 이것은 두번째 청자를 맡은 도미지로가 들은 이야기들이다. 전하는 사람은 각각 다를지라도 말이다. 이번에는 어떤 기이한 이야기들이 있을까.

본가인 미시마야로 돌아온 첫째 이이치로. 둘째였던 도미지로는 가업을 물려받지 않아도 되니 조금은 마음 편한 상태랄까. 이이치로의 이야기가 전에 나온 적이 있었었나. 없었다면 나중에 한번 다루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형한테 잡혀서 모델을 하고 있던 도미지로는 스님을 한 분 보게 된다. 오치카도 알고 있던 교넨보님이다. 그 승려의 소개로 흑백의 찾아온 손님의 이야기가 바로 표제작인 <청과 부동명왕>이다. 밭에서 찾아낸 부동명왕을 닮은 우린보 님을 업고 온 이네. 그녀가 사는 곳은 동천암이다. 온갖 일을 겪은 여자들이 모여 사는 곳. 별별 일이 다 있어서 지금으로 말하자면 여성들을 위한 쉼터라고 생각하면 될까. 답답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 오나쓰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면서 그 당시 여자들을 향한 사회적인 편견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편집자 후기에 굉장히 무섭다고 미리 공표한 두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막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는 아니라고 느겼다. 분명 다른 누군가는 또 다들게 느낄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오치카는 고우메를 무사히 낳았고 흑백의 방에서 괴담 이야기를 듣는 일은 재개되었다. 이번엔 온 손님은 이이치로가 몸 담고 있었던 히사야의 단골손님으로 도미지로하고 비슷한 또래여서 그런지 그들은 말을 놓으면서 편하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들었다는 이야기. 좋은 다이칸이 있었지만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마을이 쑥대밭이 된 이야기는 어떠게 보면 악독한 지도자가 나타났을 때 지금도 일어날 수 있는 일 같아서 그런 현실성이 무섭기도 하다. 사람들을 가차없이 처단하는 장면은 무섭다기보단 저렇게 행하는 나쁜 넘에게 대적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이해되어 화가 났고 나중에 단단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가능성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더라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그런 말처럼 어쩌면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짧은 이야기인 <자재의 붓>은 한 화공의 붓에 관한 이야기인제 도미지로는 이것은 그림으로 남기면서 더이상은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결심을 해버린다. 그림과 도미지로는 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는 어떤 식으로 흑백의 방의 이야기를 듣고 잊을까. 마지막 이야기인 <바늘비가 내리는 마을>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오래 남고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모두가 나들이를 가고 부상으로 혼자 남은 도미지로는 찾아온 오른팔이 없는 한 사람. 화공을 동경했다는 그는 자신이 버려진 아이였다고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가 살았다는 그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바늘비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가장 마지막에 알고 나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그 마을이 다시 보이게 된다. 괜히 이름을 바늘이라고 붙여 놓은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 수 아니 두 수 앞을 내다 보닌 작가의 센스에 감탄하게 된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네 편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색채를 띠고 있어서 여러가지 맛이 한 박스에 담긴 도넛 세트처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오치카는 아이를 낳았고 이이치로는 돌아왔고 그림을 그리지 않겠노라고 생각한 도미지로는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흑백의 방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 후기에는 다섯가지 호러의 효력이 나온다. 왜 소설을 읽는지 왜 호러를 읽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아마도 가장 적확한 설명을 해주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장르 소설을 좋아하고 오늘도 호러를 읽는다. 그리고 또 새로운 작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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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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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아 확실히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말이다. 어떻게 보면 클래식한 매력을 뽐내면서도 어떻게 보면 정통 추리같은 느낌을 주며 그 속에 긴장감은 물론이거니와 한번 꼬아주는 센스까지 겸비한 호로위츠의 작품이 왜 인기가 있는지 확실히 증명되었다. 사실 이 작가와의 첫작품은 아니다. 앤터니 호로비츠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셜록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도 역시라는 생각을 가졌던 작가였는데 그 작품보다는 전직형사 호손과 작가 호로위츠의 콤비가 돋보이는 이 시리즈가 더 매력적이다. [중요한 건 살인]이라는 작품이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찾아서 읽어볼 참이다. 본문 속에서도 이 작품은 언급된다.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되고 호손은 경찰을 도와서 범인을 찾는 일을 하게 된다. 호손이 하는 일을 그대로 책으로 쓰겠다는 계약을 한 호로위츠는 그를 쫓아다니면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범인을 찾기에 이른다. 마지막에 그가 멋지게 등장을 해서 범인은 이런 사람입니다 하고 설명을 하지만 그것이 다 맞다고 인정을 했던 호손은 그게 아니라며 자신이 진범을 밝힌다. 사실 나도 범인을 찾지는 못했고 하지만 호로위츠가 생각한 범인과도 달랐다. 같은 증거를 가지고도 다들 다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 사건 현장에는 어떻게 보면 가장 특징적인 증거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벽에 페인트로 쓰여진 숫자다. 182라는 숫자가 나타내는 것은 무엇일까. 범인이 남긴 것이라면 왜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한 것인지가 궁금해지고 만약 이것이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이라면 범인을 가르키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머리를 얻어맞고 찔려 죽은 피해자가 이것을 쓸 정도의 여력은 없었던 것 같고 그렇다면 결국 범인이 쓴 것이라는 게 되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사실 무지 중요한 힌트같지만 알고나면 조금은 허무해서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달까.

가장 최근에 소송을 합의로 이끌었던 의뢰인과 그의 전 부인 그리고 출판사 사람. 변호사의 남편 그리고 변호사와 친했던 친구들의 부인 등 호로비츠가 생각한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누가 범인일지 보여지는 증거를 가지고 짜맞춰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홈즈를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호손과 호로위츠의 조합을 보는 것도 흥미롭고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도 전혀 지루함 없이 흘러간다. 작가인 호로위츠가 중간중간 글을 쓰고 드라마 대본을 쓰는 것도 흥미를 돋우는 하나의 장치다. 단 아주 밉상인 저 담당 수사관이 눈에 거슬린단 말이지. 그나저나 세 권을 계약했다고 했으니 다음 권까지는 호로위츠와 호손의 결합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원제인 The sentence is death는 번역하면 판결은 죽음이라는 소리인데 결국 죽음으로 심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제보다도 번역을 한 제목이 훨씬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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