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은 모두 피를 흘리리
S. A. 코스비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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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작이 유명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스릴러 전문 카페에서도 상위권에 랭크가 되었고 친구가 읽고 나서도 재미있다고 했었다. 궁금하던 차였다. 오타가 많다고 해서 계속 미뤄두고만 있던 차에 신간이 나왔다는 소리를 들었고 이 책 먼저 읽어보자는 생각에 선듯 집어든다.

흑인 소년이 학교에서 백인 교서를 죽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당연히 죽인 사람이 잘못을 했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이 사건을 맡은 보안관 타이터스는 현장에 가서 용의자인 라트렐을 만나고 그가 죽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그는 교사의 핸드폰을 보라는 말만 하고서는 총을 든 채 앞으로 전진하다 부보안관의 총에 맞고 숨을 거둔다. 그의 말대로 교사의 핸드폰을 본 타이터스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사람들은 어디까지 남을 알 수 있을까.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고 친한 친구라 해도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가족이라 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겉으로는 지극히 존경받는 교사였고 학생들에게 잘 해주는 선생이었고 하지만 그것은 한낱 거죽일 뿐 그 뒤에는 썩어빠진 범죄의 현장이 도사리고 있다면 그 누가 그것을 믿을 수 있을까. 만약 증거가 없었더라면 사람들은 흑인들이 백인들을 모함한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배경은 2천년대다. 2017년에도 이렇게 흑백이 서로 갈리어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차별이 존재한단 말인가 하고 한참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미 흑인 대통령도 나온 마당에 아직도 이런 곳에 있다고 하면서 놀라게 된다. 하긴 케이팝이나 케이컬쳐가 대세이긴 하지만 아시아인들도 서양권에서 배척을 당하고 차별을 당했다라는 기사를 본다. 얼마전에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세시간인가 음식을 받지 못했다고 했었다. 그런 것을 보면 흑백 갈등도 여전히 어디선가는 계속 지속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이 사건이 일어난 좁은 시골 마을의 경우에는 더욱더 말이다.

어떻게 보면 묻혀져 있던 사건이다. 교사를 살해한 그가 없었더라면 영원히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위선으로 떡칠한 그가 그렇게 이중생활을 계속하는 한 그 누구도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를 죽인 라트렐은 범죄자가 아니라 용기를 낸 투사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가 교사를 죽였고 그로 인해서 사건의 진상조사가 이루어졌고 묻혀 있던 어린 아이들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내부의 정보유출자를 찾았다.

흑백 갈등에 콜드 케이스를 더하고 전직 FBI요원이었지만 지금은 보안관 신세가 된 주인공에다가 지역색까지 더하면 어떻게 보면 다른 스릴러에서도 충분히 많이 보았다 싶은 이야기지만 그것을 매력적이고 새롭게 보이게 만들고 거기에 가독성을 달아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마지막 늑대라는 범인의 캐릭터를 공교히 다져 놓아 미스터리적인 면을 더한 것도 흥미의 한 부분이 된다. 그래서 이 작가의 전작들을 다들 훌륭하다고 했었나 보다. 이제 이 책으로 작가의 면모를 파악했으니 전작들도 읽어보겠다라는 다짐이 섰다. 물론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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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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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혀서 더욱 재미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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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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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빠르게 잘 읽히는 편. 약 한 시간 반 정도에 다 읽어버렸다.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페이지가 잘 넘어갔던 것도 그 이유일 수도 있겠다. 기윤슬. 말괄량이 사이코패스의 작가.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다. 기억해 두어도 좋을 듯 싶다.

변호사인 석현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현주. 가장 빛나야 할 시기에 그녀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것은 예전에 있었던 사건을 곱씹게 만든다. 엄마로 인해 하루아침에 같이 살게 된 한 남자와 그녀의 딸 유미. 유미는 현주를 살갑게 대하며 언니라고 따랐지만 현주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그녀의 존재가 부담스러웠고 새아버지라고 들어온 그 남자가 싫었다.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야만 했을뿐.

대학을 합격하자마자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떠나왔다. 이제와서 그녀의 발목을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행복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일까. 그렇다면 그녀의 행복을 위협하는 그 존재는 누구란 말인가. 현주는 새아버지였던 그를 의심하고 요양원으로 그를 찾으러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뾰족한 해답을 얻지 못한 그녀는 한편으로는 위협에 시달리면서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 존재를 찾아간다.

사실 어느 정도 예감했다. 어떻게 흘러가겠다 싶은 기본적인 플롯을 미리 짐작했다는 소리다.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이런 식으로밖에 전개가 되지 않는거였나 하고 살짝 실망할 무렵 또 다른 변주로 이야기를 꺾었다. 그래 그냥 그대로만 흘러가기에는 너무 뻔했다는 생각도 드는 때였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풀려나갈 때쯤 작가는 마지막 하나를 슬며시 더 꺼내놓는다.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꺼내 놓은 이야기의 온도가 채 식기도 전에 앞의 이야기의 변주에서 살짝 반보쯤 나간 행적을 구사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난다.

미필적 고의.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사건일까. 사실 나는 현주가 꽤 불쌍했던 것이 그녀도 어떻게 보면 희생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 맡겨진 것을 부탁한 사람의 의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다 들고 튄 것은 그녀의 잘못이지만 그 상황에 그녀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것이 최선일 수도 있었겠다하는 생각도 든단 말이다. 그녀가 유미를 그곳에 가라고 한 것일뿐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현주가 직접 저질렀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야기가 끝난 아직도 나는 궁금하다. 그날 그곳 호프집의 사건은 누가 저지른 것인가 하는 게 말이다. 그냥 일반적인 사고였던 것일까.

돌고 돌아 겨우 정착할만한 곳을 찾은 현주라지만 마지막에 찾은 그곳도 안정적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불안함을 가지고 있던 찰나에 마지막에 숨겨 놓은 다른 하나의 엔딩을 발견한다. 작가는 비극과 희극을 둘다 주고 싶었나보다. 그렇게 두 가지의 결말을 다르게 집어 넣은 것을 보면 말이다.




#장편소설 #살인자 #방관자 #미필적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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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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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실린 일곱 편의 단편들 중 <검은 고양이>와 <도둑맞은 편지>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고양이는 아마도 리딩 교재에서 읽었던 것 같다. 비문학이 주로 나오는 모의고사 문제집과는 달리 리딩 튜터나 리더스 뱅크 같은 리딩 교재들은 간혹 기존에 있는 문학이나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해서 읽는 재미를 준다. 단편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길이가 있으니까 다 실리지는 않았을 거고 간략하게 줄거리 정도만 나왔어도 오 굉장한 이야기다라고 생각할만큼 흥미로운 그런 이야기였다.

도둑맞은 편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분명 이 이야기 아는데라고 생각했고 이 트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았다. 지도에서 지명을 찾기 게임을 할 때 작은 글씨가 아닌 넓게 펼쳐진 글씨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찾기 어렵다는 그런 비유도 이이 알고 있었다. 문제는 대체 내가 어디서 이 단편을 읽었냐는 거다. 아마도 추리소설 단편집이나 그런 앤솔러지 작품집에서 이 이야기만 읽은 것은 아니었을까.

호러적인 면을 강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가 바로 이 앨런 포다. 남긴 작품 중에서도 호러의 비중이 훨씬 많고 단 한 편의 장편만 있을 정도로 단편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편이라고 해도 이야기가 두루뭉수리하게 끊기지 않고 기승전결이 명확히 구성되어 있어서 어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만들어 준다. 검은 고양이같은 꽉 착 그런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역자 후기에서는 마지막 이야기인 <유리병에 담긴 편지>가 별 재미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 한 마디의 외침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정당하다는 생각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저 그런 어찌보면 살짝 지루할 법도 한 이야기 같은데 왜 이 이야기를 실었을까라고 생각한 이유에 대한 보답이 바로 마지막이었다.

앞에서 얘기한 두 작품은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포의 가장 유명하다고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 <어셔가의 몰락>이라던가 <모르그의 가의 살인>은 낯설었다. 제목만 익숙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많기 때문이겠지. 그래서인지 더 몰입해서 읽혔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기억해 두겠다는 심정으로 찬찬히 읽어본다. 왜 대표작이라고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 이 책을 읽고나니 포의 단 한편 뿐이라는 장편이 궁금했다. 그 작품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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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깃든 산 이야기 이판사판
아사다 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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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후기는 영화 파이란의 대사로 시작하고 있다. 영화를 보았기에 그 대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파이란은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 영화다. 러브레터라고 하면 이와이 슌지의 오겡키데스까 와타시와 겡키데스만 기억하고 있는데 동명의 소설이 또 있나보다. 하기야 러브레터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어디 한 둘일까. 편집자는 작가의 책을 처음 보고 반해서 이 작가의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전부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어느 정도 팬심도 섞여 있는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적 짧은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 원래 이 이야기들이 처음부터 다 하나의 책에 있던 것은 아니고 여기저기 발표된 미타케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그래서 어떤 연결점이 있다기 보다는 몇몇 이야기에서는 반복해서 나오는 장면들도 있다. 가령 이모가 아이들을 불러놓고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장면들이다. 이모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이야기들은 너무 무서워서 잠을 못 잘 정도이거나 또는 오줌을 찔끔 쌀 정도로 아이들의 영혼을 흔들어 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는 아이들도 있고 그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 끝까지 참는 나 같은 아이도 있다.

영산이라 불리는 미타케산 그곳에는 대대로 이어지는 신관이 존재하고 작가는 실제로 그 가문의 후손이다. 그런 그가 어려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이라 하면 딱 맞으려나. 자전적 괴담집이지만 미리 말한 대로 그렇게 막 소름끼치게 무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절 그 지역과 관련된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습관들을 엿볼 수 있게된다.

동반자살을 꿈꾸던 한 남자와 여자. 유곽 출신이던 여자는 인정을 받지 못했고 그렇게 붉은 끈으로 서로를 엮고 이 곳을 찾아왔다. 신관의 설득으로 죽을 생각은 버린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선택한 대로 행했다. 하지만 이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은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여우 귀신이 쓰인 아가씨라던가 영산을 찾은 수행자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읽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특히 전반적으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혼을 하고 돌아온 이모의 존재는 강력하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실제 이야기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지어낸 것이 뻔함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면 또 다르개 느껴진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이 그 긴장감을 배가 시켜준다. 짧은 이야기들이 여러편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하나씩 자기 전에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이모가 들려주는 잠자리 이야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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