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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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빠르게 잘 읽히는 편. 약 한 시간 반 정도에 다 읽어버렸다.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페이지가 잘 넘어갔던 것도 그 이유일 수도 있겠다. 기윤슬. 말괄량이 사이코패스의 작가.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다. 기억해 두어도 좋을 듯 싶다.

변호사인 석현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현주. 가장 빛나야 할 시기에 그녀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것은 예전에 있었던 사건을 곱씹게 만든다. 엄마로 인해 하루아침에 같이 살게 된 한 남자와 그녀의 딸 유미. 유미는 현주를 살갑게 대하며 언니라고 따랐지만 현주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그녀의 존재가 부담스러웠고 새아버지라고 들어온 그 남자가 싫었다.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야만 했을뿐.

대학을 합격하자마자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떠나왔다. 이제와서 그녀의 발목을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행복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일까. 그렇다면 그녀의 행복을 위협하는 그 존재는 누구란 말인가. 현주는 새아버지였던 그를 의심하고 요양원으로 그를 찾으러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뾰족한 해답을 얻지 못한 그녀는 한편으로는 위협에 시달리면서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 존재를 찾아간다.

사실 어느 정도 예감했다. 어떻게 흘러가겠다 싶은 기본적인 플롯을 미리 짐작했다는 소리다.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이런 식으로밖에 전개가 되지 않는거였나 하고 살짝 실망할 무렵 또 다른 변주로 이야기를 꺾었다. 그래 그냥 그대로만 흘러가기에는 너무 뻔했다는 생각도 드는 때였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풀려나갈 때쯤 작가는 마지막 하나를 슬며시 더 꺼내놓는다.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꺼내 놓은 이야기의 온도가 채 식기도 전에 앞의 이야기의 변주에서 살짝 반보쯤 나간 행적을 구사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난다.

미필적 고의.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사건일까. 사실 나는 현주가 꽤 불쌍했던 것이 그녀도 어떻게 보면 희생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 맡겨진 것을 부탁한 사람의 의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다 들고 튄 것은 그녀의 잘못이지만 그 상황에 그녀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것이 최선일 수도 있었겠다하는 생각도 든단 말이다. 그녀가 유미를 그곳에 가라고 한 것일뿐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현주가 직접 저질렀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야기가 끝난 아직도 나는 궁금하다. 그날 그곳 호프집의 사건은 누가 저지른 것인가 하는 게 말이다. 그냥 일반적인 사고였던 것일까.

돌고 돌아 겨우 정착할만한 곳을 찾은 현주라지만 마지막에 찾은 그곳도 안정적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불안함을 가지고 있던 찰나에 마지막에 숨겨 놓은 다른 하나의 엔딩을 발견한다. 작가는 비극과 희극을 둘다 주고 싶었나보다. 그렇게 두 가지의 결말을 다르게 집어 넣은 것을 보면 말이다.




#장편소설 #살인자 #방관자 #미필적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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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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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실린 일곱 편의 단편들 중 <검은 고양이>와 <도둑맞은 편지>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고양이는 아마도 리딩 교재에서 읽었던 것 같다. 비문학이 주로 나오는 모의고사 문제집과는 달리 리딩 튜터나 리더스 뱅크 같은 리딩 교재들은 간혹 기존에 있는 문학이나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해서 읽는 재미를 준다. 단편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길이가 있으니까 다 실리지는 않았을 거고 간략하게 줄거리 정도만 나왔어도 오 굉장한 이야기다라고 생각할만큼 흥미로운 그런 이야기였다.

도둑맞은 편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분명 이 이야기 아는데라고 생각했고 이 트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았다. 지도에서 지명을 찾기 게임을 할 때 작은 글씨가 아닌 넓게 펼쳐진 글씨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찾기 어렵다는 그런 비유도 이이 알고 있었다. 문제는 대체 내가 어디서 이 단편을 읽었냐는 거다. 아마도 추리소설 단편집이나 그런 앤솔러지 작품집에서 이 이야기만 읽은 것은 아니었을까.

호러적인 면을 강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가 바로 이 앨런 포다. 남긴 작품 중에서도 호러의 비중이 훨씬 많고 단 한 편의 장편만 있을 정도로 단편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편이라고 해도 이야기가 두루뭉수리하게 끊기지 않고 기승전결이 명확히 구성되어 있어서 어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만들어 준다. 검은 고양이같은 꽉 착 그런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역자 후기에서는 마지막 이야기인 <유리병에 담긴 편지>가 별 재미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 한 마디의 외침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정당하다는 생각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저 그런 어찌보면 살짝 지루할 법도 한 이야기 같은데 왜 이 이야기를 실었을까라고 생각한 이유에 대한 보답이 바로 마지막이었다.

앞에서 얘기한 두 작품은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포의 가장 유명하다고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 <어셔가의 몰락>이라던가 <모르그의 가의 살인>은 낯설었다. 제목만 익숙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많기 때문이겠지. 그래서인지 더 몰입해서 읽혔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기억해 두겠다는 심정으로 찬찬히 읽어본다. 왜 대표작이라고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 이 책을 읽고나니 포의 단 한편 뿐이라는 장편이 궁금했다. 그 작품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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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깃든 산 이야기 이판사판
아사다 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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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후기는 영화 파이란의 대사로 시작하고 있다. 영화를 보았기에 그 대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파이란은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 영화다. 러브레터라고 하면 이와이 슌지의 오겡키데스까 와타시와 겡키데스만 기억하고 있는데 동명의 소설이 또 있나보다. 하기야 러브레터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어디 한 둘일까. 편집자는 작가의 책을 처음 보고 반해서 이 작가의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전부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어느 정도 팬심도 섞여 있는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적 짧은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 원래 이 이야기들이 처음부터 다 하나의 책에 있던 것은 아니고 여기저기 발표된 미타케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그래서 어떤 연결점이 있다기 보다는 몇몇 이야기에서는 반복해서 나오는 장면들도 있다. 가령 이모가 아이들을 불러놓고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장면들이다. 이모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이야기들은 너무 무서워서 잠을 못 잘 정도이거나 또는 오줌을 찔끔 쌀 정도로 아이들의 영혼을 흔들어 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는 아이들도 있고 그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 끝까지 참는 나 같은 아이도 있다.

영산이라 불리는 미타케산 그곳에는 대대로 이어지는 신관이 존재하고 작가는 실제로 그 가문의 후손이다. 그런 그가 어려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이라 하면 딱 맞으려나. 자전적 괴담집이지만 미리 말한 대로 그렇게 막 소름끼치게 무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절 그 지역과 관련된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습관들을 엿볼 수 있게된다.

동반자살을 꿈꾸던 한 남자와 여자. 유곽 출신이던 여자는 인정을 받지 못했고 그렇게 붉은 끈으로 서로를 엮고 이 곳을 찾아왔다. 신관의 설득으로 죽을 생각은 버린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선택한 대로 행했다. 하지만 이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은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여우 귀신이 쓰인 아가씨라던가 영산을 찾은 수행자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읽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특히 전반적으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혼을 하고 돌아온 이모의 존재는 강력하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실제 이야기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지어낸 것이 뻔함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면 또 다르개 느껴진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이 그 긴장감을 배가 시켜준다. 짧은 이야기들이 여러편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하나씩 자기 전에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이모가 들려주는 잠자리 이야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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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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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봤다. 내가 봤다. 핏자국을. 그녀를. 얼굴도 기억이 난다. 내 옆방에 있던 그녀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걸 목격했다. 담당자에게 신고를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을 했다. 둘이서 옆방으로 가 본다. 누가 있었다는 흔적은 커녕 깨끗한 빈 방이다. 물론 내가 아까 보았던 그 자국은 인제 있었냐든 듯이 사라졌다. 원래 그 방은 사람이 없었단다. 오기로 되어 있었던 사람이 안 왔다는 소리다. 그럼 내가 본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대체.

이 배에는 살인자가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 뿐이다.

147p

작가의 전작을 읽은 적이 있어서 그 느낌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마구잡이로 저질러지는 연속적인 살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 튀기는 사건 현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는 글맛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을 말이다. 이 역시도 마찬가지다. 호화 크루즈라고 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작은 크기의 크루즈다. 그곳을 취재하기 위해서 로는 승선을 했다. 사실 로의 상태는 그닥 좋지 못하다. 여기 오기 전 집에서 강도를 만난 것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내 집 내 방 문 밖에 낯선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면 그 공포스러움은 이루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도 승진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를 일을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배는 출발을 했다.

나는 결백하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 때의 절박함이란 어떤 느낌일까. 내가 분명 보았는데도 나 말고는 그 어떤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건 진짜 내가 본 게 맞는 것인지 나를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시작된 그녀 찾기 여행을 로는 내내 하고 다닌다. 실제로 자신이 찾아낸 증거들이 자꾸 사라지는 걸 보면 약간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누군가 자신이 그녀를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

배에서의 일과는 별도로 중간중간 로의 남자친구인 주다가 보낸 이메일이 첨부되어 있다.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시작한 자료들은 점점 심각성을 띄면서 로의 실종을 알리는 기사까지 나오게 된다. 시간상으로는 로가 배에 있었던 것보다 약 일주일 정도 후의 일이다. 대체 그 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현재의 일이 이러하다면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임에 분명한데 사라진 여자를 찾던 로가 사라졌다는 것은 누군가 원래의 사건을 숨기기 위해서 로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서 진행되는 로의 이야기와 현재에서 언급되는 각종 자료들의 내용이 매치가 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합리적인 의심은 그 사이에 벌어진 범죄일 지도 모르는 사건에 대해서 상상하게 만든다.

심리스릴러의 가장 장점은 일어나는 사건에 더해서 벌어지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있었을지 모를 일들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머리 속에서 하는 상상과 눈으로 읽는 텍스터가 결합이 되면서 긴장감을 형성하며 그 긴장감이 극대화될 때 비로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그 점을 가장 명확하게 잘 알고 포인트를 적절하게 배치했다고 볼 수 있겠다. 지난 3월에 작가의 신작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도 역시나 대단하다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 또한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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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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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로와 궁금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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