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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역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
이누준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구름 없이 맑은 날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면 노을 열차가 온다.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어쩌면 그리 비슷한 정서를 담고 있는지 두번 다시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사람을 만나게 해 준다는 그런 조건을 가진 소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런 조건에 혹한다. 그것은 그리운 사람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 있기에 더 간절한 지도 모르겠다. 그때와 지금은 그 대상은 달라졌지만. 보고싶다보고싶다보고싶다. 목놓아 울어도 그리움에 몸부림 쳐봐도 사진이나 볼 수 있을뿐 이 세상에서는 만날 수 없다. 그런 존재를 단 한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일년 삼백육십오일을 그 역에서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인사 없이 훌쩍 떠나버린 친구, 사랑했지만 막을 수 없었던 연인, 친구들에게 숨기고 싶었던 부재하는 아빠, 떠나는 것을 막고 싶었던 아내, 가슴 속 깊이 묻은 아들 등 저마다 기다리는 사람은 다르지만 한 가지 그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동일하다. 누군가의 소개로 카페에서 이 역을 알려주서 온 사람도 있고 어딘선가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이 곳을 찾은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여기에서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보고싶다는 말을 하고 싶다. 들어 줄 사람 없는 메아리가 되겠지. 살아 있을 때 실컷 할 걸 그랬다. 떠나기 전에 많이 많이 봐둘 걸 그랬다. 뭐 그리 바쁘다고 종종거렸는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승질을 부렸는지 뭐 그리 힘들다고 짜증을 냈는지 다 부질없다. 그 대상이 사라진 지금은 말이다. 떠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이야기 속의 아내처럼 병이 발견되었으니까. 항암은 한 사이클만 하고 말았으니까. 누군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래 함께 살고 싶지 않겠냐마는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 모두는 하잘 것 없는 인간인데 말이다.
첫 이야기부터 눈물이 맴돈다. 나는 아직 떠난 친구가 없는데도 그러하다.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주위에 있는 친구들은 모두 소중하다. 사실 오래 전 친구중 한 명은 벌써 오래전 하늘나라로 이사를 갔지만 학창시절 동네에서 교회에서 몇번 인사나 할뿐 아주 친한 친구는 아니어서 그녀가 떠났다는 소식도 나중에나 건너건너 알게 되었다. 내 사랑하는 친구들을 보내고 싶지 않다. 이 나이가 되어도 그런데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그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다. 그래서 그들의 우정이 조금은 안타깝다. 그래도 마지막으로라도 만날 수 있었으니 되었다 싶다. 그 우정은 그들의 평생에 기억될 테니 말이다.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뻔한 힐링소설이라 치부하면 또 그렇게 보이기도 하겠지만 이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참 곱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겠지. 이 뻔한 이야기를 나는 또 읽어보고 싶어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