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헤드 대드
성하성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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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걸 다 떠나서 소재의 신선함은 인정. 이런 소재를 사용한 에스엪을 자주 안 읽어 버릇해서 온갖 신기한 기계들이 등장을 하고 각종 새로운 단어들이 설명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하는데도 어렵다고 느껴지기보다는 그런 모든 시도들이 흥미롭게만 느껴진 걸로 보아서 작가의 소설은 대단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사실 이런 장르의 가장 문제점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이해가 되지 않고 짜증이 난다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들이 재미나게 느껴진 것은 틀림없는 작가의 매력이라고 본다.

나는 이 책을 덮자마자 에어로더가 타고 싶어졌다. 내 생전 볼 수나 있을까 싶은 그런 탈 것인데 자동조종으로 해 놓고 가야할 곳만 입력하면 그곳으로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이건 무슨 초능력보다도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탈것이었다. 아마 먼 먼 미래 세상에는 진짜 이런 운송수단이 일반적일 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은 기본적인 줄거리는 이미 식상할 대로 잘 알려진 복수라는 것을 잡아 놓고 거기에 여러가지 세부적인 에스에프적인 요소를 더한 점일 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뻔하다고 여기지만 그래도 언제든 써 먹을 수 있는 큰 줄기를 잡아 놓았으니 절대 이해하지 못함이 없음이 분명하고 거기에 가지를 뻗고 자잘한 오너먼트들을 올려 놓았으니 이건 뭐 크리스마스 트리나 다름 없는 아름다운(실제 이야기가 아름답다는 말이 아니다) 세팅이 아닌가 싶다.

불법적인 요소를 발견했으나 못 본 체 하지 못하고 결국엔 그것을 고발하는 입장에 섰던 엔지니어 이현. 자신은 절대로 당하지 않을 거라는 장담을 너무 일찍 했던 것일까 그와 그의 가족은 모두 범죄조직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이것이 벌써 초반부에 다 이루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나 했더니 자신의 친구에 의해서 다시 새로운 의체로 재탄생한 이현이다. 이제 그는 전과 다른 사람이다. 신체적인 능력은 훨씬 더 배가되었고 원래 그의 지적인 능력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거기다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목소리까지 자신의 뇌를 타고 들려온다. 그것은 누구이 목소리인가.

머릿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상상하고 이것은 이중인격인가 했는데 그것과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죽었지만 뇌가 있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의체라는 것을 만들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분명 혼동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잘 읽혀서 그 가독성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던 이야기. 그나저나 이 세계는 어디까지 악해지려나. 불법적인 것을 보아도 가족과 자신을 위해서라면 그냥 넘겨야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비단 소설 속의 일이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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