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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여자의 일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김도일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누차 반복해서 말하지만 단편과 장편 중에서 고르라고 하면 당연코 생각할 필요없이 일초만에 답이 나온다. 그만큼 장편에 대한 편애가 심하다.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 있다. 이야기가 짧아서 쉽고 재미나게 읽힌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때로는 열린 결말로 인해서 모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대꾸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솔직한 본심이리라.
그렇다 할지라도 때때로 접하게 되는 단편들 중에서 놀랄만큼 재미나다라는 느낌이 드는 작품들도 있어서 편애를 약간 줄여보려고 노력 중이다. 변호측 증인. 제목은 숱하게 들어왔으나 정작 읽어본 적은 없는 듯 하다.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이 작가의 장편인 그 작품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살인은 여자의 일. 편집자인 독신의 그녀, 소개받은 작가가 마음에 든다. 그는 유부남. 그와 자주 어울리고 싶고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의 아내를 죽이고 싶다. 딱 맞는 적재적소의 조건이 주어졌다. 그녀는 살인을 자신의 일로 만들 수 있을까.
수사선상의 아리아. 매일 반복되는 삶. 그는 모형 권총을 가지고 다닌다. 무언가 현실과는 다른 자신만의 근사한 일이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그가 우연히 살인 사건의 고백을 들은 증인이 되어버린다. 그는 자신만의 아리아를 울릴 수 있을까.
살의를 품고 어둠 속으로. 시어머니가 아프다는 소리에 병원에 달려간 그녀. 집에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남편의 손님이니 준비를 해 놓고 갔다. 손님은 여자가 동행했었다. 그 이후로 아침마다 그녀의 전화가 걸려온다. 신경을 거스리는 말투, 어조들. 그녀는 왜 이러는 것일까.
두번 죽은 여자. 전성기를 지난 가수. 노래를 할 수 있어서 간 클럽에서 지갑을 도둑맞는다. 그렇게 알게 된 형사. 그는 그녀를 누구라고 알고 있는 것인가.
털. 아이와 남편이 있는 완벽한 가정을 가진 여자. 그녀는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채비를 한다. 멋스럽게 차려입은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 즐거운 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런 그녀를 반기는 것은 그녀의 침대에 남겨진 털오라기. 누구의 것일까.
아름다운 추억. 할머니와 손녀.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기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존재. 잔소리를 하는 할머니를 때렸는데 그만 죽어버렸다. 이 상황에서 손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여도둑의 세레나데.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고 방면을 해준 그녀였다. 그녀가 남자와 함께 이곳에 또 나타났다. 형사를 그만두고 경비를 하는 그의 눈에 그 여자가 보인다. 이번에도 무엇인가를 훔치러 온 것일까.
이야기는 가볍다. 무언가 심오하게,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너무 가벼운 나머지 동동 뜨는 이야기들도 있다. 특히 <두번 죽은 여자>같은 경우에는 정말 마지막 장면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녀를 두번 죽이는 것이라고 크게 소리지를 뻔 했다. 어떠한 트릭도 없다. 그저 단순하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했지만 그것은 듣는 사람에게는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살인을 비롯한 범죄들이 소재로 사용되지만 어렵지 않게 읽히기 때문에 장르소설에 첫발을 내딛는 독자라면 진입장벽이 낮은 책이라고 권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진짜 살인은 여자의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