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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ㅣ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천지윤 지음 / 몽실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나처럼 책을 읽는 것을 그냥 막연하게 무작정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취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긴 좋아하는 장르를 빼곤 모조리 다 취약하다고 볼 수 있으니 그냥 나는 특정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 원래가 장르 문학이 아닌 순문학을 막 선호하는 편은 아니고 청소년 소설도 읽을 일이 별로 없고 그중에서도 특히나 sf는 더더욱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예고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있었고 그 친구가 음악이나 미술이 아닌 글쓰기를 전공으로 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즉 이 책을 추천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궁금했던 것이고 결론은 강추라는 거. 이런 청소년 소설이라면 글을 쓰는 것을 전공으로 하고 나아가 직업으로 삼고 싶은 친구에게 적극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상상의 여지가 많은 그런 이야기다.
천지윤 작가는 나에게는 총총지 작가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 전작인 [안녕 오늘 하루]를 읽은 적이 있다. 귀여운 그림과 함께 잔잔히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마음에 힘듦이 있는 사람들을 적절히 잘 위로해주는 그런 에세이였다. 마음이 힘든데 뭘 글을 읽어 하는 사람에게 적당한 그림들이 더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사실 삶이 고달플 때는 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니까.
그리고 [우주전함 강감찬]에서 작가의 이름을 다시 발견했다. 강감찬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적절히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앤솔러지였다. 강감찬 하면 단순하게 장군만 생각하는 나에게는 틀을 깰 기회가 되는 그런 이야기이기도 했다. 조카에게 선물하기도 했었고. 이 이야기는 그 책에 실린 앤솔러지의 앞과 뒤를 연장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그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야기의 어느 부분이 나왔는지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인공두뇌 시큐어를 완성했지만 그것을 만든 조이는 제어 불능이라는 결론하에 시큐어를 파괴했고 이후 조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생존가능성 7일을 남겨두고 사라졌다. 그후 조이의 남편인 강해솔에 의해 시큐어는 다시 나타나게 되는데 바이러스 발생으로 인류는 점점 사망을 하고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변환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그 이후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런 사람들을 일컬어 호모 프로프리우스라고 했다.
강해솔과 그를 도와주는 가온. 그리고 해솔의 아이들인 마루와 리아 그들이 하나의 주축이 되고 시큐어가 그들을 대적하는 이른바 빌런으로 등장을 하게 된다. 물론 그들은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들로 등장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들이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프로프리우스는 대변하게 되기도 한다. 제목이 호프라서 막연하게 희망인줄로만 알았다. 인류가 다 멸망을 해도 어딘가는 남아 있을 희망. 판도라의 상자에도 가장 마지막에 희망이 있었다고 하던가. 그런데 어떻게 보면 또 호모 프로프리우스의 줄임말로 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너무 다른 길로 엇나가버린 것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힘들고 어렵더라도 희망 즉 호프를 잃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 건전한 모토를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이 책이 청소년 문학이라는 것을 전제한다면 더욱 그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남겨진 미래는 어두울 지도 밝을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이상 가장 좋은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좋지 않은가. 이 책 속의 이야기들도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우리 인류에게 언제나 호프가 남아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