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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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단 한번의 인생을 살고 있다. 윤회사상을 믿는 사람이라면 죽은 후 다시 무엇으로 태어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리 태어난다 하더라도 인간으로 태어날 확률은 미미하다. 즉 이번 생에 주어진 자신만의 인생은 지금 살고 있는 인생, 단 한번뿐이라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지금, 오늘 이 시간은 흘러가고 말아버릴 뿐 되돌아오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오늘의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마스다 미리라고 해서 특출난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다. 때로는 부모님과 의견 다툼이 있어서 꽁하기도 하고 일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고 기분이 울적한 날도 있고 꿈도 꾸며 여행도 한다. 모두가 다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닌가.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밥을 먹고 여행을 하고. 다들 비슷할 뿐이다.

단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을 작가는 그림으로, 글로 남겼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일상을 자신만의 글로 바꾸어 하나하나 기록해 둔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수 있다. 그런만큼 그녀의 다른 어떤 책보다도 공감대는 높아진다. 나 또한 그랬는데, 나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나도 이런 때가 있었는데 하면서 맞장구를 치게 된다. 그것이 [오늘의 인생]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이유일수도 있겠다.

분홍과 초록, 파랑의 배경색은 컬러감이 들어가 있어서일까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그림은 굉장히 잘 그린 그림이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 등장인물-가령 아빠-는 아예 졸라맨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이것이 그림이냐, 나도 그리겠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반박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대충 그린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그림이라 할지라도 아주 자세히 본다면 그 속에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네컷의 그림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이불속에서 별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턱의 움직임으로 인해서

정면을, 위를, 아래를 내려다보는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얼굴표정도 바뀌어있다.

옛날 만화처럼 눈을 왕방울만하게

그린 것도 아닌데

점 두개로 표현되는 눈인데도 불구하고

그 속에 주인공의 지금 심정이

칸칸마다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세칸과는 다르게 마지막 한 칸은

손모양도 다르다.

위의 세 칸은 손을 벌리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조금 더 손을 모으고 있다.

자신만의 생각이 결론이 난 듯한

그런 모양새를 띄고 있는 것이다.

마스다미리의 만화는

그림보다는 글에 더 동화되고 감동을 받을때가

많았었는데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림의 줄 하나하나, 점하나까지도

신중을 기해서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역시 마스다 미리답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중간에 삽입된 검은색 페이지다. 검은색 바탕에 은색의 글씨를 선택해서 그녀의 꿈을 표현하고 있다. 짦막한 컷트들이고 '꿈'이라는 상황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혀 말도 안되는 허황된 이야기들이 있지만 책을 읽는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이번 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하나 받았다. 책 속에 끼워진 사진 한 장이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일까. 사진 뒤에는 제목이 쓰여있고 마스다 미리의 수짱 모습이 그려진 도장이 찍혀있다. 모두 똑같은 사진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받은 사진은 <부모님댁에서 축하받기>라는 글이 그려진 생일축하 사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작은 행복이자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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