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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2 - 김종광 장편소설
김종광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통신사가 한번 이동하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을 하게 된다. 그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데 어디서 먹고 어디서 마시고 어디서 자겠는가. 당연히 그들이 머무르는 그 땅에서 대접을 해야 하는 것이다. 통신사가 한번 다녀간 지역은 거의 재정이 바닥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는 일본으로 열번이상이나 통신사를 보냈다. 에도정부는 일부러 자신들이 돈을 쓰면서까지 왜 통신사를 불러들였던 것일까. 본문속에서는 그것을 '초량왜관'을 유지하기 위한 보증수표였을지도 모른다고 하고 있다.(300p) 막대한 은 생산국이던 일본은 조선을 통해서 중국으로 이동을 시켰고 중국의 비단은 또한 조선을 통해서 일본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중국과 일본 그 둘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조선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자신들의 기술로 비단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이후로 더이상 중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었고 조선에서 가져가던 인삼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었으니 더이상 조선통사신사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졌을 수도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통신사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통신사가 존재하지 않게 된 이유일수도 있겠다.
관리들을 비롯해서 양반들과 그들을 보좌해 주는 종들, 거기다 노를 저을 격군들까지 엄청난 인원이 동행하게 된다. 그들은 긴 여정의 답답함을 어떻게 풀었을까. 술이 최고라고 하지만 때는 영조 시대. 조선 전체에 금주령이 떨어져있던 시기였다. 조선 땅을 떠났다 해도 법을 어길수는 없다. 그러니 정정한 남정네들이 술도 마시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길을 가야만 하는 일정이었다.
그나마 계속 가기라도 했으면 다행이었다. 물길에 따라서, 바람에 따라서 한번 배가 묶이면 가지 못하는 날도 다반사였다. 우여곡절끝에 도달한 그들은 자신들의 일을 마치고 돌아간다. 돌아가는 날을 잡는 것도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조선의 선장과 일본사람들이 저마다 날씨를 보는 것이 달라서 의견충돌이 끊임없이 생겨난 것이다. 그에 따라 돌아가는 날 또한 몇날 며칠씩 지연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평탄하고 무탈하게 다녀왔으면 좋으련만 오고가는 일정속에서 병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명확히 뚜렷하게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본인의 칼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시체는 배에 태워서 조선으로 보냈지만 오히려 그들보다 더 늦게 도착하는 어이없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많은 인원들이 이동을 하면서 써 놓은 글들. 양반들은 한자로, 또 다른 사람들은 언문으로 이리저리 남긴 글들을 모아서 이 책을 엮어 내었다. 조선 사람들의 글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으면 그들이 지나가는 곳곳마다 일본 사람들은 종이와 부채를 내밀면서 그들의 글을 받아갔다고 한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한글자라도 적어 달라고 보채는 장면도 여럿 보게 된다. 그것이 아마 지금도 일본땅에 우리 조상들의 글이 남아 있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글을 제외한 다른 면에서는 그 때 당시도 일본은 조선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였고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은 일일이 공부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아도 안다. 노비나 격군들 또한 그들의 문명을 보며서 그들이 우리보다 낫다고 여겼으니 말이다. 관리들은 그것들을 보고 우리나라를 정녕 더 발전시킬 생각이 없었던 것일까. 그때부터 벌어진 격차는아직도 여전히 벌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글을 통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통신사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재미를 주는 책. 그들의 여행이 궁금하다면 당장 손에 잡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