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하나님
주원규 지음 / 새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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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주인은 신을 간절히 찾는 가난한 민중이다.(100p)

주일이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그러한 날이다. 개중에는 정말 열심히 자신의 신앙을 전파하려는 사람도 있겠고 새벽부터 교회에 봉사하는 사람도 있겠으며 단지 습관적으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사람도 없을수는 없겠다. 그들이 믿는 하나님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아브라함의 이삭을 바치기 위한 거룩한 시도는 인간이 가진 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그 역시 인간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순수의 불꽃이다.(211p)

어린 시절 성당에 가본적이 있다. 복잡한 예배순서는 뒤로 하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번거로움을 둘째치고, 내 죄를 신부에게 고해야 하는 고해성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별히 정했다고는 하나 그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면 구태여 내가 사람에게 내 죄를 고백하고 그에 대한 숙제를 치뤄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기도'라는 것은 사람이 직접 하나님과 대면할 수 있는, 소통할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성당에는 그 한번이 끝이었다.

여기 목사가 있다. 정민규. 잘나가던 목사였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고 미국에서 한 교회를 맡았던 그런 목사였다. 그러나 그는 한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은 모든것을 버려두고 내쫓긴채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자신의 모든 삶이 담긴 트렁크 하나만 달랑 든 채로.

그나마 이곳 자신의 고향이자 어머니가 계신 동네에서 가장 큰 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되긴 했다. 그 자리가 어떠한 자리인지 모른채 그저 자신의 죄를 속죄하며 남은 인생을 하나님 앞에 바치는 삶을 살려고 했던 목사의 결심은 오자마자 흐트러지고 만다. 이 작은 동네에서는 교회를 중심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외국에서 살게 되면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한인교회를 찾아가라고 한다. 그곳이 모든 외국생활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집을 구하려 해도, 차를 구하려해도, 어려운 일이 생겨도, 전문가들은 다 그곳에 모여있다. 교회는 단지 종교적인 모임만을 위한 곳이 아닌 소통의 장소이자 만남의 장소인 셈이다. 

이곳 율주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동네에서 가장 큰 교회. 권력가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모여있는 곳. 그들은 단지 명목상 이름뿐인 목사를 내세워 자신들의 마음대로 조종하려하고 목사라는 타이틀을 빙자해서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죄를 무마시키려 할 뿐이다. 그들의 꼭둑각시가 되겠는가, 그들과 척을 질 것인가.

10월초 한 연예인이 올린 게시글 하나가 이슈가 되었다. 나라를 위한 구국기도회. 좋은 취지로 올린 것이었으나 문제는 그 목사였다. 교단에서 이단으로 지정한 교회의 목사. 이단. 자신들과다르다고 무조건 이단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충분히 회의하고 고심끝에 그러한 결론을 내리고 통보를 했을 것이다. 그들이 믿는 것은 대체 누구인가. 하나님인가 아니면 그들의 목사인가, 그도 아니면 나쁜 하나님인가.

이 시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천사인가, 사람인가, 진정한 믿음을 가진 신앙인인가, 아니면 그들이 믿는 하나님인가. 이 시대는 말이요, 악마가 필요해. 강하고 독한 악마 말이야.(64p) 이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악마는 지금 이 세계에 이미 내려와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을 정화시킬 천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민규의 심장을 두들겼다.(41p)

민규 뿐 아니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천사와 악마의 유혹을 받을 것이다. 그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는 자신의 의지에 달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시간, 당신은 어느쪽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천사인가 아니면 악마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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