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의 기록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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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평범함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좋은 남자를 잡아서 그 사람과 꼭 닮은 아이를 낳고 셋이서 행복하게 사는 꿈을 꿨어. 이게 그렇게 거창한 꿈이야? 지극히 평범한, 누구나 이룰 수 있는  꿈이잖아. (284p)

이 이야기는 사건이 일어나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이다. 사건에 대해서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한다. 객관적인 시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 주관적인 관점으로 그 사건이 일어난 집이 평상시는 어떠했는지, 그날은 어떠했는지 자신들이 목격한 그날의 광경은 어떠했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것을 모두 합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고 사건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여러 사람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말을 통해서 무언가 어긋나는 점을 찾고 그 틈새를 파고 들어서 범인을 찾아내는 그런 방법이다. 나카마치 신의 [모방살의]에서도 보면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다큐작가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장면이 실려 있기도 하며 [러버소울]에서도 비슷한 편집을 볼 수 있다. 

 

하룻밤에 한 가족이 모두 죽임을 당한다. 엄마와 아빠와 아들 그리고 딸까지. 가장 편안해야 할 장소인 집에서 일어난 이 살인사건의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이 가족을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었을까. 일가족 살인사건은 [무통]에서도 나타난다. 자주 쓰이는 소재는 아니지만 아주 격렬한 환경을 만들기에 제격인 셈이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증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미루어 분명 원한 관계에 엃힌 사건일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가족이다. 아버지가 돈을 잘 번다는 것을 제외하면 엄마는 주부인데다 아이들은 어리다. 한적하기까지 한 외곽 지역. 옆집에 누가 가까이 붙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흔히 도시에서 일어나는 층간살인이나 다른 싸움이 일어날 것도 없다. 사건은 미궁에 빠져버리고 인터뷰가 시작된다. 

 

인터뷰들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의 독백이 흘러 나온다. '오빠'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오빠가 얼마나 큰 힘이 되어 주었는지, 그래서 오빠한테 고마와하는 그런 내용으로 연결되는 편지글 같은 형식을 띈 글. 이 글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 나도. 지금 내 나이의 평범함이라고 하면 보통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고 아이들을 키우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어디서 아줌마라 불리어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그런 나이. 앞에서 언급한 것이 평범함이라고 한다면 나 또한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다. 나는 그 평범함이 부러운가. 때로는 그 평범함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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