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림 타워 건물에 하나둘 불이 켜진다. 꼭대기 전광판에도 전기가 들어와 네온 글자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미국의 꿈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바로 그 꿈입니다........(57p)

아마도 내 또래가 어릴 무렵이었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 한창 이민을 많이들 가던 그 시기였다. 알고 보면 우리 엄마도 아빠가 미국으로 가려해서 결혼을 하셨다던가. 그때 그 꿈이 이루어졌더라면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적어도 어린 시절에 이민을 가서 1.5세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가끔씩은 그때 갔어야 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사람들은 미국을 '꿈의 나라'라고 한다. 이민도 많이들 간다. 대체 미국이라는 나라에 무엇이 있길래 그리들 많이 가는 것일까. 그들이 말하는대로 미국은 정말 꿈의 나라일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런 나라일까.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제 나라를 떠나 다른나라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이 많고 피곤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나라의 시민이 아니거나 영주권자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비자를 받아야 하고 그 기한이 다 되어가면 다시 이민국에 가서 서류를 제출하고 일정기간 살겠노라고 허락을 받고 새로운 비자를 받아야 한다.

 

주기적으로 비자를 갱신하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지만 말도 설고 환경도 다른 곳에서 살아가기란 과히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이나타운처럼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지역을 형성하고 특히 한국 사회는 어디에나 있는 한인교회를 주축으로 해서 모이게 된다. 딱히 신앙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모든 것들이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싼 렌트를 찾는다거나 가격은 비싸지 않으면서 성능은 괜찮은 차를 산다거나 다른 사람나라 사람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자신들끼리 모이게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런 사람이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났다. 그저 공부만 몇년하고 돌아갈 줄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남의 나라 살이가 벌써 34년이라고 한다. 유학이 직장생활로 바뀐 셈이다. 자신의 신분이 유학생에서 이민자로 바뀌면서 그녀는 자연스레 이민자들의 삶에 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글로 옮기게 되었을 것이고 그 결과로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이민자들의 삶은 하나같이 조금씩은 어렵고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모든 이민자들의 삶이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라. 정작 저자 또한 그들의 삶과는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으니 말이다. 단지 이 글에 나온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꿈을 쫓아서 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자신의꿈을 쫓아서 온 경우도 있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피해서 간 경우도 있고 저마다의 경우는 다르지만 모두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신들의 꿈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책의 제목과 같은 [드림랜드]를 비롯해서 폭우, 선택, 살아나는 박제, 그리고 나바호의 노래까지 총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읽다보면 묘한 데자뷰같은 느낌에 빠지게 된다. 이 이야기는 아까 어디서 들었던 이야기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연결시켜 생각해도 맞을 정도로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연작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작소설같은 느낌을 주는 그것이 바로 그 이유다.

 

딸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가 나온 그녀, 한,혜,주. 감옥을 나온 직후 그녀는 엄마가 보내준 마지막 유산을 가지고 신문에서 나온 도넛가게를 산다. 엄마가 남겨주신 돈과 딱 맞아 떨어지는 가격. 그곳은 본래 강도가 많이 들기로 소문난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곳을 샀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녀는 그것을 사야만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도넛가게를 운영하는 그녀는 어떠한 삶을 살게 될까. 그녀가 미국땅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American dream is not just dream. It is a way of life. 미국의 꿈은 단지 꿈이 아니라 삶의 한 방식이라는 가사처럼 그들의 꿈들은 삶의 한 방식으로 또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삶은 곧 그들의 꿈이고 그들의 꿈이 곧 그들의 삶인 셈이다. 한때 이민을 꿈꾸었던 적이 있다. 그 누구도 같이 가지 않는 단독이민. 그 꿈을 이루었더라면 나는 또 어떤 곳에서 이 책을 읽으면 동조하고 공감하고 있었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들의 꿈을 위해서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 타지에서 고생하고 있을 모든 사람들을 꿈을 응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