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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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얘기하자. 나 이 저자를 모른다. 어지간히 유명한 사람인 듯 한데 난 처음 보는 사람이고 당연히 그녀의 책도 처음이다. 일년에 한권꼴로 책을 쓴다는 그녀. 낸 책만 해도 많다. 소설을 주로 읽는 나의 편독상 한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작가소개만 봐도 대단한 사람임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800명중 유일한 여학생으로 서울대 공대를 나왔단다. MIT에서 석사를 공부하고 미국 타임지 선정에서 리더 중유일한 한국인으로 뽑혔고 국회의원까지 거친 그녀.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명함도 못 내밀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딸 많은 집에 태어나 아들처럼 살아온 그녀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페미니스트이다. 여자를 위한 여자들의 책을 내고 싶었다는 그녀답게 이 책은 제목부터 여자들을 위한 책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제목에 속으면 아니될 것이다. 이 책은 전적으로 여자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남자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기도 하다. 여자 작가들의 책,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서 남자들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여자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어떤 느낌으로 여자들을 위한 글들이 적혀져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한국 사회에서 여자들은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딸을 낳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숨부터 내쉴만큼 편견도 심한 그런 사회였다. 그것은 비단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였다. 여자들은 투표권도 없었고 실제로 권력을 내세워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글을 쓰지도 못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책도 내지 못했던 그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부지런히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애썼다. 그런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 여자들이 누리고 있는 이 세계이다.

 

같이 마음 아파하고, 같이 마음 고파하고, 같이 걱정해주고, 같이 분석해주고, 같이 화내주고, 같이 궁리해주고, 같이 웃어주고, 때로는 같이 울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문제로 아파본 사람이라야 나의 아픔, 괴로움, 불안, 갈등 , 그리고 쓸데없어 보이는 온갖 걱정까지도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이다. (193p)

'자존감을 찾아서'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자신이 읽었던 여러가지의 책을 통해서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자존감을 찾기를 바라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숨어 있다. 이름도 없이 불리던 여성에서 탈피해서 자신의 자존감을 찾으라는 것이다. 여성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의 자존감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일련의 가르침이랄까.

 

책에서는 자신이 감동받았던 책과 함께 자신이 좋아했던 책들도 꽤 많이 나온다. 박경리의 '토지'는 가장 많이 언급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지금 불고있는 토지의 열풍에 또 한번 보탬을 주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인기가 있고 오랫동안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데는 분명 무언가 있는 법이다.

 

저자의 대단한 약력으로 말미암아 어렵고 재미없는 책만 소개되어 있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추리소설 매니아였다. [나를 찾아줘]나 [7년의 밤] 같은 책이 소개될때 더욱 집중하게 되고 또한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나 [작은 아씨들]처럼 내가 읽었던 책이 나올때는 더 공감하게 된다. 저자는 이들에 대해서, 이 책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보여주고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작가들의 책이 줄줄이 나열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분명 자신들이 읽지 못했던 책에 대한 관심이 생길 것이고 그로 인해서 책이 또 책이 부른다는 말과 같이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여자라면 한번쯤은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책읽기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누구라도 책을 읽는 사람은 섹시하다. 남자, 여자, 또는 그 누구라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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