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령 궁주의 신랑
임지영 지음 / 청어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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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절묘한 판타지 로맨스라니. 읽는 내내 두근거림을 멈출수가 없는 책이다. 퇴마록과 해리포터 이후로 판타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싶었는데 이 책에서는 묘하게 로맨스와 혼합된 판타지물을 만들어 놓고 있다. 등장인물은 모두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산신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 존재가 사람과 사랑에 빠짐으로 인해서 묘하게 자극적인 만남을 추구하게 되고 그러므로 독자들은 더욱 즐거움으로 환호하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여자라고 인해서 할수 없는 일이란 거의 없다. 군대에서도 더 큰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전투기 조종사까지 여자들의 활약이 여러 방면에서 뛰어나지만 우리네 조상들은 그렇지 못했다. 여자들은 단지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하는 존재였고 섣불리 관직도 얻을수가 없었고 그저 집을 지키고 가정을 이끌어가는 사람으로만 만족을 해야 했다.

 

신라를 비경으로 하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는 다르다. 실제로 역사속에서 여자들의 활약이 어디까지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속에서는 '태령'이라는 여 주인공에게 장군이라는 직위를 부여했다. 여자이지만 남자들을 거느릴 수 있는 위치. 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더욱 완벽한 임무를 완수해야만 했다. 남자들보다도 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했고 남자들 못지않은 힘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녀가 뛰어나게 이쁘다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단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만 기술될 뿐. 나중에 어떻게 꾸며놓아도 이건 뭐 남자도 여자도 아닌 존재로만 보일 뿐이니. 그래도 그녀도 여자인지라 자신을 사랑해주는 존재 앞에서는 그 어떤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단 한 사람의 눈에만 이쁘면 되었다. 그것으로 만족하면 되었다.

 

이제 막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돌아온 그녀를 왕이 부른다. 자신보다도 한참 어린 왕. 그녀는 왕이 또 자신과 결혼을 하자고 조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와는 다른 이야기다. 신령한 산이라는 태한산의 계곡에서 흰 개구리들이 떼를 지어 죽었다는 전령이 날아왔으니 자신이 어떻게 된 사실인지 알아보라는 것이다.

 

국운에 불길한 징조라는데, 왕이 시키는데,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장군이 무에 그리 하찮은 일까지 가야 하나 싶지만 명령이라는데 장군이 명령을 어길수는 없는 일 아닌가. 태령은 자신의 소수정예만 이끌고 태한산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너의 나라는 네가 아니라 스스로를 구했다. 너의 백성이 남을 가여워하는 마음이. 그 염원이. 가장 밑바닥에 있는 그 도둑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구한 것이야. 그것이 하늘의 뜻이다. 그래서 내가 소멸의 위기에서 용서를 받은 것이고 그래서 비가 내린 것이다." (348p)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단지 그 뿐 역사적 인물이나 역사적 사실이 주가 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주인공의 태령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여자이면서도 남자 못지 않은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던 장군인 그녀가 어떠한 사랑을 하게 될지 태령궁주의 신랑은 대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참고로 제목의 신랑은 新郞 이 아니라 神狼이다. 제목에 나타난 한자의 뜻을 안다면 이 책의 내용을 좀더 빨리 알아차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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