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노아, 너를 얼마만큼 사랑하는가 하면," 할머니는 동화책을 읽어주다 손자가 막 잠이 들려고하면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하늘도 그 마음을 다 알지 못할 거야." (76p)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만물의 이치기는 하지만 참 슬픈 일이다. 마음은 여전히 변함없는데 잘 하던 일들을 할수 없게 되고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지경에 놓이다가 마지막에는 유기체로써의 운명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천하를 다 가졌다는 진시황도 그래서 불로초를 구했던 것이었을까.

 

[오베라는 남자]에서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았던 작가는 [브릿마리 여기있다]에서는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삼연타석으로 이어지는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는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제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를 그린 차례였던가. 

 

할아버지는 사랑을 담뿍 담아서 손자를 부른다. '노아노아야'라고. 이름이 얼마나 좋으셨으면 두번씩 꼭꼭 불러주신다. 손자에게는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지만 테드라는 이름의 자신의 아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했었다. 자신과는 좋아하는 것도 사뭇 달랐던 아들. 살갑게 대하기보다는 윽박지르고 거리를 두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어찌 이렇게 손자에게는 이렇게도 야들야들 할 수 있을까.

 

자신과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노아를 그리 좋아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할아버지와 손자를 이어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은 차마 아들에게는 내색하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머릿 속 세계가 점점 좁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할아버지는 자신의 정신이 온전할때 노아와의 추억을 많이 남겨놓고 싶어한다.

 

세상을 먼저 떠난 할머니와의 만남에서 노아를 자랑하기도 한다. 할머니 또한 노아를 너무너무 사랑해주시지만 할아버지에 비할 바는 못 되는 것 같다. 할아버지의 정신세계와 노아와의 아름다운 동행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중간에 그려진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인해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배크만의 새 책이 나온다길래 기대를 많이 했다. 앞서 세권은 책을 모두 읽어본 바로는 어떠한 책을 낼 것이고 어떠하게 전개를 할 것이다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천상 이야기꾼임에 분명한 작가가 그려낼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의외의 반전을 들고 나왔다. 이 책 생각보다 그리 두껍지 않다.

 

한권의 시집 분량이라고 해도 좋을정도의 짧은 책이다. 하지만 이 짧은 책이 주는 여운은 꽤 길다. 한남자와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까지 이어지는 삼대에 걸친 이야기가 이른 더위에도 왠지 모를 빙그레한 웃음 한 모금을 안겨준다. 속이 따닷해지는 이야기. 역시 배크만이었다. 

 

"노아노아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주겠니?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13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