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ㅣ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부인은 정말 좋은 분처럼 보이네요. 좋은 분, 아니 정말 친절하고, 다정하고, 온화한 분처럼 보이는데 좋은 분은 아닌 것 같네요. (277p)
다른 나라로 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여권이다. 자신이 어느 나라 국민임을 증명해주는 여권. 모든 여권이 다 똑같아 보이지만 나라에 따라서 그 여권의 힘은 상당히 달라진다. 비자협정이 되어 있어 무비자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나라마다 다르다. 보통 강대국일수록 그 폭은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여권이 여덟개씩이나. 그것도 자그마치 미국여권이다. 이 여권, 어디에 사용되는 것일까.
폴리팩스 부인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저 이웃집 할머니 같이 푸근한 인상에 조금은 귀여운 보이는 얼굴까지 그런 평범함으로 이 할머니는 국가기밀을 전달하는 스파이가 되었다. 물론 처음 시작은 전혀 자신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어쩌다 잘못 전달된 정보에 의해서 우연한 계기에 발을 들인 이 할머니는 자신의 천성이 딱 이 일에 맞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뛰어 들게 된다.
폴리팩스 부인이 맡은 임무는 다른 임무들에 비하면 아주 간단한다. 지극히 간단한 미션들이다. 말 그대로 무언가를 받아서 무언가를 전해주면 끝인 그런 일들이 대부분이다. 전문적인 교육도 받지 않은, 그야말로 총한번도 제대로 쏘는 연습을 거치지 않은 할머니한테 다른 무언가를 시키기란 무모한 노릇 아닌가.
그러나 이 할머니, 자신의 임무만을 해내지 않는다. 꼭 거기에 더한 알파가 붙는다. 모두가 다 할머니가 자초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 또한 선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므로 인해서 자기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것은 빈번한 일이다. 주인공의 특성상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할머니라는 특징 아래 누군가 도와주는 손길이 따르고 그들의 도움으로 헤쳐나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까.
그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무를 키우고 꽃을 피우는 모임을 하면서 그 보람으로 살아가고 있던 폴리팩스부인에게 또 하나의 임무가 주어진다. 이번에 가야할 곳은 불가리아. 지난번처럼 몰래 갈필요도 없고 동네방네 자신이 여행가는 것을 알려도 된다고 하니 그 말그대로 자식들에게도 자신이 여행가는 것을 소문낸다. 주위의 반응은 좀 뜨악하다. 이왕 가는거 유럽도 멋진 곳이 많은데 왜 하필 불가리아라는 것이다. 이 할머니의 미션을 아무도 생각지 못한채 말이다.
할머니의 미션은 그곳에 있는 지하조직원들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위조여권을 전달하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그들을 다시 미국으로 빼내 오려면 여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평범하게 생긴 할머니 미국인이 무슨 짓을 할 것이라는 의심은 덜 받을 수 있으니 폴리팩스 부인이 이 일에 딱 적격이라고 생각하고 진행에 들어가는데 이 할머니 이번에는 부디 조용히 다녀오시길 빌어보지만 절대 그럴리 없다.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오지랖 넓게도 모든일에 관여하고 싶어하는 할머니의 성격상 모든 일은 내 손으로 해결한다는 나 중심주의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이번에는 지하조직과 더불어서 더욱 스케일이 커졌다. 마지막 탈옥장면에 심혈을 기울인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공을 이리저리로 몰아가다 수비수들을 피하고 마침내 골문 앞에 서서 제대로 빵 하고 때려넣는 축구의 공격수처럼 작가는 요리조리 잘도 할머니를 이용해 가면서 그녀로 하여금 공을 몰아가게 시켰다. 시킨대로 잘 수행해 낸 할머니는 이제 마지막 한방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형국이다. 모든것은 다 차려졌으니 이제 떠 먹기만 하면 된다. 폴리팩스 부인은 제대로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한국에는 이제 3편이 소개되었지만 이 폴리팩스 시리즈는 상당히 많은 양의 이야기가 있다. 40편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만큼 오래된 작품이라는 것을 유념하고 읽어야 한다. 실제로 아직도 불가리아라는 나라가 이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이 당시와는 많은 부분이 변했다. 시대적 흐름은 감안하고 읽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한 멋스러움을 장착한 폴리팩스 부인의 고군분투기는 여전히 살벌한 스릴러 첩보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폴리팩스 부인 다음은 어디로 어떤 임무를 가지고 가시나요~ 패션 컨셉트는요?? 설마 다음에도 이런 화려한 모자를 쓰고 가실 것은 아닌지 여쭤보고 싶은 맘이다. 근데 이 모자에 정말 여권이 여덟개가 들어간단 말이오?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