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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행복은 간장밥 - 그립고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 ㅣ 샘터 필사책 1
법정 지음, 샘터 편집부 엮음, 모노 그림 / 샘터사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앞표지와 뒷표지가 법정스님이 하고픈 말을 다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다. 특히 뒷표지의 글, 제일 앞장에도 실린 글은 두고두고 곱씹어 생각해보게 된다. 갓지은 밥에 참기름 몇방울 그리고 간장 넣어 비빈 밥, 그 밥이 참 맛있다고 한 법정스님의 모습이 연상되어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기도 한다. 이 밥 위에 달걀프라이라도 덮여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리라.
그가 떠난지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글을 읽으면서 생전에 그가 하던 말을 기억하고 다시 생각하고 마음속에 기억하게 된다. 스님이었지만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이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얻지 않았을까.
실제로 법정스님은 이해인 수녀님과 편지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눌만큼 많은 친분이 있었다. 이 책에도 실린 짧은 편지글을 통해서 그들의 우정을 지켜볼 수 있다. 법정스님은 떠나셨지만 이해인 수녀님이 계셔서 아직까지는 좋은 글을 읽을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2장의 인간법정을 통해서는 스님이시면서도 인간일수 밖에 없었던 모습을 볼수 있어서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 우러러 보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스님도 나와 같은 사람이었구나 하는 공감이 느껴져서 좋았달까. 서신들도 여기에서 볼 수 있고 인도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느낀 점을 짤막하게 늘어놓은 것에서는 인도여행에 대한 바람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키게 했다. 언젠가는 꼭 다녀와아겠다는 결심을 하게도 되고.
책을 펴면 전반적으로 옅은 푸른빛을 느낄 수 있다. 모노 작가의 그림으로 채워진 이 책은 책을 잡고 후루룩 넘기면 푸른 하늘을 느낄 수 있고 중간중간 빈 하얀 공간은 하늘에 띄워진 구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날이 아주 쨍쨍해서 눈도 뜰 수 없는 그런 하늘이 아니라 적당한 구름이 하늘과 함께 조화롭게 어울리는 그런 날 좋은 하늘. 날이 좋아서 나는 이 책을 밖으로 가지고 가서 읽었노라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날.
특히 이 책은 빈 공간이 많다. 빽빽하지 않게 편집함으로써 독자들이 따라서 글을 써 볼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짧은 글을 따라서 쓰면서 그 글자에 담겨있는 의미를 파악하게 되고 그 글을 썼을 때 스님의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스님방에 쇳덩이가 있는 것은 상상할수도 없다며 평소에도 만년필로 글을 쓰셨던 스님.
볼펜은 너무 빨리 굴러가서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담을 수 없다면서 만년필로 쓰셨다고 한다. 그 스님의 모습을 닮아 만년필로 하나하나 정성을 담아서 써보는 것도 좋겠다. 4장에는 스님이 즐겨 읽으신 경전에 읽는 글들을 추려 엮었다. 차분히 따라 쓴다면 이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좋은 방법을 없을 듯 하다.
글을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이 훨씬 더 즐겁다(90p)고 하신 스님의 말처럼 나 또한 아직은 읽는 것이 훨씬 더 즐겁다. 그 즐거움을 앞으로도 계속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