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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 하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5월
평점 :
뛰어난 자식을 키워낸 어머니. 실력이 뛰어난 화가. 칭송을 받는 신사임당. 정작 그녀의 삶을 돌아본다면 이 책이 픽션임을 감안하고 읽는다 하더라도 항상 행복하지는 않았으리라. 그것은 잘못된 배우자의 선택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어떻게 급하게 혼인을 하게 되었는지 역사적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이야기속에서는 아버지를 위해서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 이겸을 위해서 그렇게 선택을 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후로도 계속 끊임없이 위협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그 결정이 반드시 옳은 것이었다고도 할수는 없을 것 같다. 평생을 그리워만 한 사람.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필부가 원망스럽기도 했을 터였다. 과게에 합격하지 못하고 번번히 돌아오는 가장이 밉기도 했을 터였다. 먹을 것이 없어서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잘 하는 일, 그림을 그려서라도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키워야 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어찌 남편에게 원망이 가지 않을 수 있을었을까.
반대로 본다면 그 남편 또한 답답하지 않을 수 없겠다. 평범한 필녀를 만났다면 그의 삶은 오히려 더 편하지 않았을까. 그저 하루 먹을 것만 걱정하며 자신의 욕구에만 충족한 채 살아갔더라면 벼슬이나 급제에 상관하지 않고 그냥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았다면, 평생을 비교할수 밖에 없는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또한 더 행복했으맂도 모른다. 잘못된 만남은 평생을 따라붙는 법이다.
한복의 색처럼 고운 빛깔의 표지. 상권도 그렇지만 하권의 색은 더욱 곱다. 두권을 마주 놓고 보면 한벌의 한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자꾸 만져보게 된다. 혹시 이 한복에는 사임당 그녀가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묵포도도의 이야기가 이번편에서 등장한다.
자신을 음해하려던 휘음당이 사람을 시켜 자신에게 쏟으려던 찻물이 다른 사람에게 쏟아졌고 빌려 입은 옷을 걱정하던 그녀에게 먹과 붓을 가져오라고 해서 금세 포도를 그려내고 근사한 포도도를 그려내었다는 일화. 이 장면 하나만 보더라도 그녀가 대단히 뛰어난 화가였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바이다. 옛날 중국의 대화가는 벽에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새들이 진짜인줄 알고 날아와 머리를 박고 죽었다던가. 사임당 또한 그에 버금 갈 듯 싶다.
현세와 조선 시대를 연결한 이야기. 한동안 조선시대의 사임당 이야기에 빠져있던 스토리는 본격적으로 현재와 조선을 연결한다. 조선에서는 사임당과 이겸이 쫓김을 당하고 있고 현재에서는 지윤이 민교수로부터 쫓김을 당하고 있다. 분명 금강산도는 가짜인데 민교수는 그것을 진짜로 둔갑시켜 국보지정을 하려고 하고 진짜를 가지고 있는 지윤은 반박을 하고 싶지만 일단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사임당과 지윤, 둘다 이 모든 위기와 난관을 이겨내고 자신들의 행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니 권력을 잡았다는 이유로 거들먹거리면서 자신들의 안위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처단하는 저들에게 반격을 할수가 있을까. 힘이, 권력이 다는 아닐진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어찌 그렇게 똑같은 행태들을 벌이고 있는지 시대는 달라도 같은 나라 사람이라 그런걸까 작금의 시대와 하등 다를바 없어 비통하기까지 한 심정이다. 사임당 그녀가 진정 바라는 나라, 그런 나라가 지금에라도 이루어질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앞으로의 삶이 점차 나아질 거라는 꿈. 현재는 보잘것없으나 노력하면 좋아질 거라는 꿈.......밤이 어두우나 두렵지 않은 것은, 기다리면 반드시 동이 트고 해가 뜰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여인이라서, 서얼이라서, 양반이 아니라서, 꿈조차 꿀 수 없는 사람이란,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밤길 걷는 심정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일입니다. 전하....... 부디 꿈을 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소서!"
(27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