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남자
박성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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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직전 읽었던 [흉터의 꽃]은 주인공이 글을 쓰기 위해서 자료조사를 하러 다니는 내용이 바탕이 되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오래전에 발표한 책이 한 권 있다. 그러나 다음책을 위해서 자료조사를 하러 다닌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앞에서 마주한 사건을 몸소 겪으면서 당한 이야기들을 소설로 묶었다. 그가 발표한 책의 제목 또한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제3의 남자]다. 그렇다면 이때까지 읽었던 이 내용이 그대로 그 책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묘한 조합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기억하는가? 동네바보로 불리는, 매일 똑같은 트리이닝복만 입고 다니는 김수현이 인상적이었던 작품. 알고 보니 그는 남파간첩이었던가. 제목 그대로 은밀하게 숨어 있으면서 위대하게 자신의 과업을 수행하려고 했던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고 그 이후로 꾸준히 북한에 햇볕정책을 펼쳐왔다. 우리가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아는걸까 모르는 걸까 그들의 도발은 계속 거세졌다. 노무현 정권을 넘어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에 대한 강압정책으로 이어졌다. 아무래도 보수적인 쪽이 정권을 잡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누가 정권을 잡던지 북한의 전 세계에 대한 도발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듯 하다. 특히 김정은 체계로 넘어오면서 더 말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했던가. 아직 어린 그이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다. 며칠이 멀다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그들에게 맞서서 한국이 할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드 배치로 인해서 말이 많다. 북한이 저렇게 나온다면 우리가 죽을수는 없으니 대항하는 것이 맞다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치학과를 나오지 않았고 정치를 공부하지도 않았으며 정치에 대해 관심도 없다.

 

단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안 그래도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 모두가 살고 있는 이 땅이 그저 안전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흉터의 꽃]에서는 원폭 피해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미국은 일본의 전쟁을 그치게 하려고 폭탄을 투하했지만 그 피해를 받은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백성이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또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계획으로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인가. 섬뜩해지는 세상이다.

 

아버지와 마주한지 1년이 지났다.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총에 맞았다. 한국 땅에서 총상은 드문 일이다. 총기허가가 되어 있지 않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아버지가 개인병원으로 옮겨지고 김부장이라는 사람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수첩을 요구한다. 찾아주기만 한다면 큰 금액의 돈을 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혼한 전처는 관심이 없지만 곧 유학을 떠날 자신의 딸에게는 무엇이던 다 해주고 싶은 것이 아버지의 마음일 것이다. 쉽게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당연히 찾아서 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것이 이 모든 사건의 시초가 될지는 모르고 말이다. 금방 눈에 띌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하던 책방. 낡은 책들만 잔뜩 쌓여져 있는 곳, 그곳에서 수첩 하나 찾는것이 무에 그리 어려울 것이 있겟냐라고 장담을 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수첩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는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 이끌려 간다.

 

그가 아버지의 수첩을 찾는다면 거기에는 무엇이라고 적혀 있으며 이 수첩을 원하는 그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내가 아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라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거기에 더해서 내가아는 내가 아니라 나의 본모습까지도 알게 된다면 나는 어떤 심정으로 이 모든 사건을 받아들이게 될까. 수첩을 찾는 현재의 그의 모습과 더불어 젊은 날의 아버지의 모습이 교차되어서 나온다.

 

첫째날부터 시작되어 꼬박 일주일간을 달리는 이야기. 시간 순대로 배열되어 있어 그 순서대로 이끌려가며 사건의 연속성에 몸을 맡기게 된다. 앞으로 향해갈수록,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해만 가는 이야기는 충분히 공포심에 떨게 만든다. 나는 단지 평범한 아버지의 아들일 뿐이었는데 어마어마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수첩. 그 수첩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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