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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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나는 인간이나 짐승의 불알이 달걀 모양이며, 그 외관도 안구의 그것과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31p)

내 마음대로 '눈알시리즈'라고 이름 붙인 두권의 책이 있다. [눈알사냥꾼]과 [눈알수집가]. 제목의 강렬함에 반해 기억하고 있을 뿐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눈이야기]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한순간에 바로 그 시리즈를 생각해냈다. '눈'은 여기서 어떤 소재로  쓰이고 있는가.


눈알, 불알, 닭알. 동그랗고 조그마한 그 소재들은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존재들이다. 작가가 드러내 놓고 '눈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일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 그것들. 상징적인 의미로, 비유적인 의미로 또 다르게는 직접적인 의미로 쓰이는 그 소재들은 각기 저마다의 존재를 구석구석에서 발휘하고 있다. 작고 동그란것. 충분히 에로틱하다.


작가인 조르주 바티유는 성직자를 꿈꾸기도 했지만 평생을 사서로 일했다. 성직자의 꿈을 꾸기도 한만큼 종교철학에 관한 글들도 많이 썼고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글들을 써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사드의 적자'라 불릴만큼 매음굴을 전전하며 써내려간 에로티슴 소설을 빼놓을 수 없겠다. 특히 죽음과 에로티슴을 다룬  소설이 바로 이 책인데 첫장면부터 강렬한 인상을 받기에 충분히 매혹적이다.


해변에서 또래의 여자아이 시몬을 만나게 되는 날. 서로를 알게 되고 사흘 후 단 둘만 남게 되었을때 시몬이 두르고 있는 앞치마 밑으로는 완전히 발가벗고 있기를 바랄만큼 내가 느끼는 불안감을 그녀도 역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 이후 나와 시몬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 지극히 당연한 일대일의 관계는 배제된다.


두명으로는 약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작가는 여기서 마르셀이라는 여자아이를 더하여 스리섬의 외관을 취한다. 흔히 알고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닌 조금은 다른 형태의 관계를 추구하는 그들 세명. 열여섯이 될 무렵 만났던 그들. 한창 성에 눈뜨고 궁금해 할 때임에 틀림은 없지만 이 관계들은 어떻게 보면 어른들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치닫게 된다. 결국 마르셀은 어른들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고 마는데 이렇게 그들의 삼각관계는 끝나게 될까 아니면 그들은 또 다른 만남을 추구하게 될까.


본문은 나와 마르셀 그리고 시몬의 이야기를 쓴 1부 이야기편에 이어 '일치들'이라는 2부를 연달아서 적고 있다. 2부의 분위기는 1부와는 사뭇 다르다. 작가가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이 쓴 글이 몇가지 일치를 가지는 것이 놀랐으며 그 일치가 의미를 드러내주는 것 같아 묘사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고 한다. 짧지만 중요한 이 일치들을 읽으면 앞의 이야기 편에서 조금은 모호했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작업이 역겹고, 모호하고, 접근하기 힘든 것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짧게 정리하면 작가는 요구되지 않는, 혹은 요구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159p)

역겹고 모호하고 접근하기 힘든 것이 작가의 일이라면 그런 점에 대해서는 이 작품은 거의 만점이라 할수 있겠다. 문화평론가인 수잔 손택이 이 작품에 대해여 쓴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이라는 글을 보면 그러하다. 이 평론가는 그런 점을 지적하며 현대예술가는 광기의 중계인, 즉 작가의 광기를 독자에게 전달해준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도무지 현실같지 않은 이야기들이 특히나 더욱 그러하다. 현실적이지 않은 에로티슴이기에 더욱 궁금하고 더욱 모호한 이야기. 독자들은 과연 작가의 광기를 얼마나 이해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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