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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ㅣ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표면만 보면 안돼.사물에는 반드시 이면이 있는 거야. 특히 거창하고 성가신 관습이 대대로 내려오는 이런 구가는 어느 날 갑자기 그것들이 붕괴해서......(137p)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에 이어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과 이번 이야기까지 도조겐야 시리즈를 읽고있다. 처음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을 읽을 때는 도조겐야라는 것도 모르고 순전히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 이름과 책의 두께에 반해서 장르소설이라는 것만 믿고 읽었던 것이었다. 알고보니 도조겐야라는 작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리즈였다.
이후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을 읽었으나 이 시리즈의 절정은 바로 이 책,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책은 절정에 절정을 거듭하는 이야기였다. 이번이 마지막 시리즈인줄 알았더니 한권이 더 남았다. 산마처럼 비웃는 것. 아직 한권이 더 남았으니 즐거움은 조금 더 남은 셈이다. 다행이다 싶다.
도조 겐야 시리즈는 작가인 그가 작품속에서 등장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해결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책에서는 중간 이후부터 등장을 한다. 다카야시키 주재소 순사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도조와 그의 선배. 같이 이 마을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순사의 야이기를 듣다가 자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더니 바로 기차에서 내려버린다. 뜻밖이었다. 바로 마을로 돌아와서 사건을 해결해줄줄 알았는데 말이다.
기다리면 언젠가 돌아오리라고 생각했던 도조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사건 현장에는 드러나지 않고 마지막 이야기에서 등장을 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 이때까지 발벗고 나서서 수사하던 경찰들은 바보가 되어 버리는 듯한 느낌도 들고 오직 그만이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우상같은 느낌이랄까.
시리즈의 특성상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맥이 빠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가 설명해주는 것을 듣고 있자니, 아니 읽고 있자니 이러 이러해서 범인이 이사람인가 하면 다시 틀어서 저러 저러해서 범인이 이사람이다 라고 말하는가 하면 다시 그러 그러해서 범인은 이사람일세라고 알려주니 답을 알아낸 듯 한 느낌이 들었다가 혼란이 들었다가 다시 반전을 주었다가 해서 단단히 꼬여버린 느낌이 든다. 다시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풀어가야만 진면목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해결편이라고 한번에 덤벼들었다가가는 단단히 체해버릴 수 있으니 마음을 잘 잡고 머리속을 비운 다음 집중을 해야 할 것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때 당시 순사였던 다카야시키의 아내가 쓰는 이야기와 그때 당시 그곳에서 일을 하는 꼬마아이였던 요키타카의 시점. 두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한번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의 시점에서는 그리고 그 속에서 들여다보는 이야기는 어떤지 다시 한번 주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서 충분히 양쪽 입장을 고려해볼 수 있게 전개된다.
히메카미 촌에는 히가미 가 사람들이 산다. 이치가미 가와 후타가미 가 그리고 미카미 가로 이루어진 이곳에서 이치가미 가의 장자가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히가미 일가를 통솔하는 장인 후도 할아버지 밑에 지금의 당주 효도가 있다. 그리고 그의 쌍둥이 자식들이 있다. 조주로와 히메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쌍둥이인 이들은 장자인 조주로가 당주를 물려받게 되어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장자에게 주어지는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 십삼야, 이십삼야, 삼십삼야를 보내게 되는데 그들은 무사히 십삼야를 보낼 수 있을까.
조주로의 뒤를 밟아서 경내에 잠입한 요키타카, 그는 그곳에 몰래 숨어서 조주로의 모습을 보고 그의 뒤를 이어 도착한 히메코의 모습을 본다. 꼬마 요키타카의 눈에 들어온 것은 히메코이긴 하나 목이 없는 히메코의 모습. 기절을 할듯이 놀란 요키타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보게 되는데 다시 본 모습은 틀림없는 히메코이다. 분명 그녀를 보았지만 히메코는 우물에서 빠져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누구도 들어갈 수 없고 나갈 수 없는 밀실같은 경내에서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히메코를 빠뜨린 것일까. 이치가미 가에서는 시신을 수습하고 금세 장례를 치뤄버리고 마는데 과연 이 사건의 범인는 누구인 것인가 아니 범인은 둘째치고 무슨 이유로 그녀를 죽인 것일까. 사건은 한번일리 없다. 오랜 시간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은 도조겐야 시리즈만의 독틈함과 일본문학의 특징을 미친듯이 잘 드러내고 있다. 역시 이 장르에 있어서 미쓰다 신조를 따라올 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