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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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하던 당신의 삶 역시 인생도 언제든 갈가리 찢길 수도 있다. 배를 가르면 쏟아져 나오는 내장처럼 언제든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다. 때로는 헝클어진 인생이 스르르 풀릴 때도 있다. 느슨해진 올이 풀리고 솔기가 툭 뜯겨나간다. 이 모든 변화는 아주 느리게 시작된다. 쉽게 알아챌 수 없을만큼.(25p)

수감중인 죄수, 그리고 그를 면회하러 온 검사보.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인  한 여자. 그리고 실종된 남편. 이웃집 남자의 시선을 즐기는 한 여자. 각자의 인생을 살던 사람들은 묘한 곳에서 기이하게도 엮여든다. 단 한번의 시선, 단 하나의 사건. 그 모든 사건은 이 모든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 아무 관계도 없었던 곳에서 폭격을 맞아버린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번역자는 할런 코벤 소설의 인기를 세가지로 크게 나누어 놓았다. 가독성. 쉴새없이 읽혀 나간다. 이 흐름을 타버린다면 단번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려버릴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후킹. 독자를 조종한다. 끌어당긴다. 절대 한번 잡은 독자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잘못 걸려든 낚시대의 생선들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호감가는 캐릭터. 평범한 이웃을 등장시켜서 동질감을 주고 있다.

 

세가지의 요소는 이 책에도 여지없이 적중하고 있다. 합본으로 인해서 더욱 두툼해진 책은 확실히 스릴러라는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기로 하는 듯이 내쳐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몇번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네가 생각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를 뒤틀기라도 하는듯이 교묘하게 나의 손길을 피해버린다. 더군다나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해 놓음으로 헷갈리거나 다시 찾아봐야 할 여지도 주지 않는다. 역시 할런코벤이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대가의 솜씨다.

 

그저 보통인 어느날이었다. 그녀는 사진을 현상하려고 맡겼을 뿐이고 단지 사진을 찾았을 뿐이다.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그가 좀 마음이 들지 않기는 했지만 그저 찾아온 사진을 보면서 그때 당시를 즐겁게 회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단 하나. 그녀가 찍지 않은 사진이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다섯명의 남자와 여자. 그중 한 명의 얼굴에는 엑스 표시가 되어 있다. 다소 낡은듯한 사진. 분명 자신이 찍은 것은 아니고 자신이 현상을 부탁한 것도 아닌 사진. 그녀는 사진을 자세히 쳐다보다 한 남자를 보며 남편의 옛모습이 아닌가 의심을 한다. 그 사진은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 속에 둔 것이며 그녀는 이 사진으로 어떤 사건을 맞이하게 될까.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고 일상적인 행동을 하지만 그녀가 올려둔 오래된 사진 한 장에 인상이 변한다. 분명 무언가 있다. 숨겨진 무언가. 그녀는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만 전화 한통을 받은 남편은 그녀에게 아무런 전갈을 남기지 않고 그 밤에 차를 타고 나가버린다. 그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남편, 그녀는 이제 서서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인간은 계획을 세우고, 신은 비웃는다.(223p)

단 한장의 사진이었다. 단 한장의 사진으로 평범했던 일상은 깨어졌고 단란한 가족은 더이상 없었으며 그녀는 정신없이 그를 찾아 헤맨다. 실종신고를 했지만 처음에는 단순 실종으로 받아들이는 경찰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범죄의 증거가 뚜렷이 남아 있지 않으면 사건으로 접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사건 또한 그렇게 된다. 겨우 그에게서 전화를 받지만 자신들만이 알수 있는 암호를 쓰면서 끊어버린 전화. 단순 실종이 아닌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한 그녀지만 경찰들은 이 사건을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적인 형사나 경찰이 나서서 히어로처럼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다. 단순한 사건인듯 보였던 이야기는 점점 살을 덧붙여가며 커다란 눈덩이가 되어간다. 처음에는 몇코로 시작했던 뜨개질이 점점 그 부피를 늘려가며 그 넓이를 늘려가는 것과 마찬가지 모양새가 된다. 어느정도 커진 상태에서 마무리가 되어 갈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단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 할 것이다. 단 한 번의 시선을 책에 꽂았지만 당신은 이제 끝이 날 때까지 단 한번도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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