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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일간의 엄마
시미즈 켄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이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책 한 권, [국화꽃향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다. 그 사실을 알고 기뻐하기도 잠시 곧 엄마가 될 여자는 자신의 병을 알게 된다. 병명만 다를뿐 비슷한 행보를 쫓아가고 있는 이야기. 소설속의 이야기와 실제의 이야기라는 점만 다를뿐이다. 소설속의 이야기는 물론 감동적이고 슬프지만 이야기가 아닌 현실은 그보다 더욱 가슴 아프다.
번역가를 펑펑 울렸다고 했던가. 이미 익히 아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감정이 메말라서 그런지 조금은 덜 슬펐다. 현실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슬프기보다는,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가슴이 아팠다. 이 사람에게 닥친 불행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남겨진 아버지와 아기는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분명 엄마였던 아니였던 그녀가 있었으므로 말이다.
'시미켄'이라는 별명으로 익숙한 저자는 방송인이다. 스타일리스트였던 나오와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나오. 그녀는 저자인 켄에게 딱 맞는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더할나위 없이 잘 맞춰주었던 그녀. 그녀를 처음 봤을 떄 확 끌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맞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가 자신의 짝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면 얼굴을 보지 않던가. 책을 볼 때도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책표지이다. 출판사에서는 여러 시안을 제시해 놓고 책의 이야기와 가장 잘 맞는 표지를 택하기 위해서 설문조사를 하기도 한다.
이 책의 표지는 그녀, 나오다. 나오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 켄이 직접 찍은 것이다. 그녀가 아이를 낳고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던 그때 그는 아이와 셋이 떠나는 여행을 계획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갈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그 날, 딱 컨디션이 좋아진 그녀와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갈수가 있었던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셋의 여행. 그녀의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을 때라고 했지만 표지의 사진의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전혀 환자같지가 않다. 자신 혼자 설 힘도 없었을 그녀에게 아이를 안는 것은 무리였겠지만 그녀는 전혀 부담없이 언제나 아이를 안아본 엄마처럼 아이를 안고 있다. 눈을 감은 채 자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아이의 얼굴도 평온하다. 사람은 가고 사진만 남았다. 그는 이 사진을 보면서 또 얼마나 울음을 삼켜야만 했을까.
책을 읽을때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표지를 보면서 고였다. 그리고 서평을 쓰면서 흘렀다. 떠난 사람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이 안타까웠다. 엄마 없이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할 그가 삼켜야 할 슬픔이 느껴져서 또 슬펐다. '살아남의 자의 슬픔'이라고 했던가, 난 떠나버린 사람이 아닌 남겨진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그저 그렇게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