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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단처럼 검다 ㅣ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3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The Snow White Trilogy. 백설공주 삼부작 시리즈. 작가는 처음부터 3부작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을까 아니면 글을 적고 난 이후에 출간하는 과정에서 3부작으로 나누어지게 된 것일까. 3부작이라고 해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닌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녀가 벌이는 일이 시간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앞의 이야기를 안 읽고 다음 이이야기를 읽는다고 해도 별 지장없지만 이와 읽을 것이라면 차례대로 1권부터 읽기를 권장한다. 시간 순서대로 서술되어 있는 이야기라 그렇게 읽어주어야지만 그 맛을 제대로 느낄수가 있을 것이다. 루미키라는 주인공의 심정변화까지도,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까지도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읕테니 말이다.
피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첫 이야기. 큰 액수의 돈을 학교에서 발견하고 그 이후 벌어지는 사건을 좇아서 끊임없이 날고 뛰었다. 아직 어린 십대의 소녀가 맞닥뜨리기에는 너무 힘든 면도 있지 않았나 했지만 마음을 돌리러 멀리 프라하로 떠난 여행지에서도 그녀는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도 개인적인 사건이다. 그저 무시하고 지나쳤으면 충분히 자신과 관계가 없는 일이었을텐데 그녀는 무언가 자신을 이끌어가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그 사건에 연유되었고 결국은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었다.
이방인. 한 소녀가 여행지에서 자국민을 구해내는 사건은 주요 일간지나 방송에서 영웅으로 묘사하기에 충분한 일이 아니었던가. 누구도 믿지 않고 아무에게도 띄고 싶지 않았던 루미키의 일상은 전 세계에 알려졌다. 비단 그 나라 뿐 아니라 자신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도 떠들석하다. 루미키는 일약 스타가 되어 버렸다.
앞의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은 하나 루미키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삼프사. 그와 함께 있으면 불안하지 않다. 온기를 나눌수 있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낄수 잇다. 그러나 그뿐 함께 있을때만 느낄 수 있는 친구다. 루미키에는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아도 느껴지는 친구가 있다. 블레이즈. 그와 헤어졌지만 여전히 그녀는 그를 그리워한다.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겨도 여전히 머리속에서는 그의 모습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가 돌아왔다. 루미키의 사랑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그쯤이었다. 그녀에게 이상한 쪽지가 날아든 것은.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 끈질기게 따라붙는 쪽지들.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있는 스토커가 붙은 것이다.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얌전하게 있어준다면 좋겠지만 스토커는 루미키의 과거의 일을 바탕으로 해서 그녀를 어르고 달래며 협박한다. 그녀에게는 어떤 잊혀진 과거가 있는 것일까. 머리속에서 지워졌던 사실은 무엇인가. 사실에 가까이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늦겨울의 진한 붉은 피를 시작으로 해서 한여름, 눈처럼 순결함을 주장하던 하얀 거짓말,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의 흑단처럼 짙고 짙은 지워지지 않은 진한 사실. 일년을 나누어 구성된 이야기는 루미키의 마지막 학기 연극무대를 마침점으로 삼았다. 십대소녀이지만 어딘가 어설퍼보이지 않고 작은 규모이긴 해도 촘촘한 사건 구성으로 인해서 더욱 읽는 재미를 주었던 백설공주 삼부작.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의 변주곡을 들려줄게 될까.
눈처럼 하얗게 깔려진 배경에 피처럼 강렬하게 붉은 이야기를 내뿜었던 이야기는 흑단처럼 까만 색으로 마지막을 물들였다. 마치 연극이 끝난후 까만 장막이 내려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