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오아라
이승민 지음 / 새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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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대에 살아가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닉네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꼭 영어로만 만들어야 하는 아이디와는 달리 여러가지로 만들수가 있는 닉네임은 때로는 영어나 한자로도 지어져서 저마다 독특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닉네임을 보면 대충 그사람을 짐작해볼수도 있다.

 

'누구맘'이라고 적혀져 있는 경우는 아이가 아직 어린 엄마들이 대부분이고 여자들은 약간 소녀틱한 감정을 내보이기도 한다. 남녀에 따라서도 다르고 나이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지는 닉네임. 여기 '오아라'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는 어떤 닉네임을 선택했을까. 누구나 짐작하듯이 오아라는 자신의 닉네임을 '스칼렛'이라고 정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비록 돈은 없고 자신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어도 도도함은 끝까지 잃지 않으려고 했던 스칼렛 오하라, 레트에게 보여주려고 없는 살림에 가장 좋은 커튼을 뜯어서 자신의 드레스를 만들어 입었던 그녀, 오아라 역시도 그런면이 없잖아 있는 친구이다.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람은 자신이 남들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남들보다 능력이 없거나, 재능이 없거나, 돈이 없거나, 무엇이 하나 없어도 말이다. 하지만 자신은 잃지 말라고 했던가.

 

엄마 병원비에 요양원비에 자신의 먹고 살 걱정까지 해야 하는 오아라는 작가이다. 지방 일간지에 당선된 작가, 그 이후로 아직 책 한권도 못낸 작가 그런 그녀에게 유명잡지에서 글을 써달라고 하니 어찌 안 쓸까. 성심성의껏 써서 보낸 원고는 아무런 이유없이 퇴짜를 맞았다. 치열하게 고쳐달라는 것. 어떻게 고치란 말인가. 그것도 치.열.하.게. 편집자의 마음에 들게 하기 위해서 그녀는 고쳐보지만 여의치 않고 그녀의 원고는 잡지에 실릴수가 있을까.

 

작가의 인생과는 다르게 오아라는 스칼렛으로써 또 다른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요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빌렸던 대출이 도를 넘은 것이다. 그것을 갚기 위해서는 엄마가 남긴 마지막 재산, 집을 팔아야 했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방법을 쓰기로 한 것이다. 닉네임 스칼렛. 스폰구함. 그녀게에게 어떤 스폰서가 생길까.

 

명품을 좋아하고 그것을 사고 싶지만 능력이 안되는 그녀는 명품관에서 구경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돈이 없어서 구경만 한다는 티를 내고 싶지않아서 그곳에 없는 모델 이름을 대며 일부러 그것을 사러온 냥 연기를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스폰을 구한 것은 단지 명품을 사기위함은 아니다.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더이상은 어디서 돈 나올 곳도 없고 손을 벌릴 곳도 없으니 그렇게라도 생계를 잇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심한 인생살이라고 속으로 혐만하기만 했던 노아의 삶이 한순간 부러워지는 것을 보면 인생의 반전이 드라마의 반전보다  더 극적이다. 원초적인 몸의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시스템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생계 매커니즘이라는 생각도 들었다.(187p)

 

신인작가가 생활고에 시달려 죽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정말 방값낼 돈은 고사할고 먹고 죽을 돈도 없었던 그들. 그들의 힘듦이 이 책속에서 드러나는 듯 해서 약간은 슬펐다. 그들이 좀더 자유로운 창작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있었음 싶었다. 물론 오아라의 말처럼 작가는 왜 꼭 다들 고상하고 구식의 삶을 살아야만 하느냐고 생각할수도 있다. 작가도 명품을 좋아할 수 있고 충분히 자신의 욕망을 좇아서 살수있는 것을 우리는 이 책속의 성형외과 원장처럼 편협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일종의 고정관념처럼 말이다.

 

작가 오아라 그리고 스폰을 구하는 여자 스칼렛 그녀의 이중생활은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만나지는 사람들의 접점은 없을까. 그녀의 이중생활이 천하에 드러날 경우 그녀는 어떤 취급을 받게 될까. 가방 하나에 몇백만원씩 하는 명품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오아라의 심정을 백퍼센트 온전히 이해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절박했던 그녀의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다. 나 또한 그래본 적이 있으므로 말이다.

 

새움출판사에서 무거운 주제의 책만 내는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재미나는 책 한권을 만낫다. 술술 잘 읽히면서도 독특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사회풍자적인 면를 잃지 않은 한 권의 소설. 'K-오서 어워즈'를 받았던 작가이니만큼 다음 작품 또한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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