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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 ㅣ 아우름 11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지음, 이선희 옮김 / 샘터사 / 2016년 5월
평점 :
'히사이시 조'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이 사람이 만든 음악을 모르는 사람의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이 사람은 자신의 이름보다도 음악으로 유명한 음악감독이다. 다른 어떤 명칭보다도 나는 음악감독이라는 이름이 그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토토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등. 영상미도 좋고 주인공들의 이미지도 좋고 내용도 재미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신에 딱 맞는 음악들이었다. 음악들이 워낙 좋다보니 나중에는 그 음악만 들어도 그 장면들이 생각나곤 했었다. 그 음악들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이 히사이시 조 감독이다.
감독은 어떻게 그런 음악들을 딱 맞게 만들어서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었을까. 그의 작업방식은 어떠할까. 그가 만드는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했던 모든 것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만날수가 있다. 그라고 해서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음악작업에서 모든 곡을 만들어 놓고 딱 한곡을, 마지막 한곡을 못 만든 상황. 마감시간은 다가오고 어떻게든 만들어서 완성을 시키기는 했지만 영 만족지 못한 음악이 되어버리고 말았단 걸 볼때는 그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후로 그는 모든 곡을 완벽하게 만들기 보다는 한 음반에 들어갈 음악들을 다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놓고 이 곡, 저곡을 반복하며 완성을 한다고 했다. 아마도 전의 실수를 거쳤기에 터득하고 알게 된 것이다. 그가 일본영화 음악만 담당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영화작업도 같이 했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웰컴투동막골'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꽤 있었던 영화. 옥수수가 수류탄에 의해서 팝콘이 되어 눈이 오듯이 날아오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던 장면들. 그 장면장면 사이에 그가 만든 음악들이 들어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의 음악을 다시 듣어보기위해서라도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음악감독을 떠나서 직접 영화 감독으로 영화도 만들었다. 여러 방면에 다 뛰어난 그를 보니 팔방미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뭐야? 굉장히 머리를 짜내서 힘들게 작곡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대강 하잖아?"(70p)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그가 한 말이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에 느낀것을 본인의 내부로 받아들여서 그것을 다시 음악이라는 소리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것을 직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모든 예술이라는 장르가 그렇듯이 똑같이 주어진 환경에 있지만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글이나 음악이나 그림으로써 표현하는 것이 예술가들이다. 예술가들의 직감이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법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또 느낀다. 물론 그것이 연습을 통해서 길러질 수도 있겠지만 뛰어난 예술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천성적인 것이 아닐까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더 이해하기 쉬운 예가 있다. 길을 걷다가 젊었을 때 자주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립다는 감정과 동시에 그 무렵에 사귀었던 사람이라든지, 함께 놀았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음악에는 순간적으로 기억을 되돌리는 힘이 있는 것이다.(128p) 버스를 타고 갈때 문득 라디오에서 들려온 옛노래에 감상에 빠질때가 있다. 그만큼 음악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금새 몸으로 느껴지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시각적인 영상은 전두엽을 통해서 흘러들어가지만 청각적인 소리는 바로 전달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짐작했지만 그 생각이 맞던 틀리던간에 음악에 연상이 저절로 되어지는 것을 부인할수는 없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기억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그는 처음에는 50에 은퇴를 하려고 했지만 그 시간은 점점 더 뒤로 미루어지고 나이가 훨씬 지난 지금에도 훌륭한 작업을 하고 있고 좋은 음악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앞으로도 더 감각적인 그의 음악들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건강을 기원하는 바이다.